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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2022~2024)

박동우 기자  2024-04-29 14:53:06

편집자주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고려아연 '최씨'-영풍 '장씨' 공동경영 체제

2.1. 기원과 형성

3. '최·장' 동업관계 균열

3.1. 고려아연 '3세' 최윤범 시대 개막

3.2. 영풍, 고려아연 지분매입 계획 타진

3.3. 고려아연-'한화·LG화학·현대차' 지분관계 형성

     3.3.1. 영풍, 고려아연 신주발행 무효소송 제기

3.4. 고려아연 소유지분 변화

4.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

4.1. 주총 상정 의안

4.2. 영풍, 고려아연 주총 안건에 반대 표명

4.3. 영풍, 주총 의결권 위임 '명함 논란'

4.4. 주총안건 쟁점 Ⅰ : 배당 집행

     4.4.1. 영풍 입장

     4.4.2. 고려아연 입장

4.5. 주총안건 쟁점 Ⅱ : 유증 신주발행 대상 확대

     4.5.1. 영풍 입장

     4.5.2. 고려아연 입장

4.6. 주총 결과

5. 고려아연의 독립 추진

5.1. 본사 이전, CI 변경

5.2. 영풍과 체결한 계약 종료

5.3.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시도

최초 문서 작성일 : 2024년 4월 29일

1. 개요접기



고려아연과 영풍의 '75년' 공동경영 체제가 저물고 있다. 2022년 이래 최씨 가문(고려아연)과 장씨 가문(영풍)은 고려아연 소유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서로 경쟁을 벌였다. 2024년 들어서는 주주가치 훼손, 경영권 침해를 거론하며 양측이 대립하는 양상이 전개됐다.

해당 콘텐트는 최·장 가문이 동업관계를 구축한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고, 고려아연이 국내 주요 대기업과 지분을 교환한 2022년부터 2024년 주주총회 등 '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주요 사건을 기술한다.

2. 고려아연 '최씨'-영풍 '장씨' 공동경영 체제접기



2.1. 기원과 형성접기



영풍그룹의 공동 창업자는 장병희 영풍 명예회장과 최기호 고려아연 선대회장이다. 두 사람은 황해도 사리원 출신 기업가로 1949년 11월에 무역업체 '영풍기업사'를 함께 창업했다. 서울 남대문에서 사업을 전개하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끈끈해졌고 영풍기업사 지분을 비슷한 수준으로 나눠가졌다.

영풍은 1970년 경북 봉화에 석포제련소를 준공하면서 비철금속 제련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후 울산 온산에 아연 제련소를 짓기 위해 별도법인 고려아연을 1974년에 설립했다. 초대 사장으로는 최기호 창업자가 취임했다. 이후 1978년 제2대 사장으로 장병희 창업자가 부임했다.

1980년 최기호 창업자가 72세를 일기로 타계한 이래 최·장 두 가문 인사들은 영풍을 장씨가, 고려아연을 최씨가 나눠 경영하는 '이원화 체제'를 확립했다. 경영권 분쟁을 방지하는 취지였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이었지만 장씨 일가는 최씨 일가의 사업에 관여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3. '최·장' 동업관계 균열접기



3.1. 고려아연 '3세' 최윤범 시대 개막접기


고려아연 창업주 '3세' 최윤범 회장(사진)은 2019년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이래 202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22년 12월 회장에 취임했다. 최 회장은 △재생에너지·수소 △2차전지 소재 △자원 순환 등의 분야 신사업을 개척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D·Troika Drive)' 전략을 입안했다.

사업 확장에 막대한 투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차입에 신중히 접근하던 원칙을 탈피해 외부 조달에 나섰다. 2018년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305억원이었으나 2020년 말 1366억원, 2022년 말 1조498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재무건전성 저해를 우려하며 신사업 추진에 여러 차례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기타비상무이사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신사업 안건에 동의하는 등 반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3.2. 영풍, 고려아연 지분매입 계획 타진접기


2022년 7월 1일 강성두 영풍 부사장이 노진수 당시 고려아연 대표에게 지분 매입 의사를 전달했다. 2021년 말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이 29.35%였는데, 이를 30%까지 0.65%포인트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대신 장형진 영풍 고문(사진)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매도해 영풍 측 지분을 기존과 똑같이 유지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익금불산입률 상향 내용이 반영된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시기와 맞물렸다. 세법에 따르면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취지에서 법인이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으면 일정한 비율을 익금불산입한다. 자회사 지분율이 30% 미만이면 익금불산입률이 30%이나, 30% 이상 50% 미만일 경우 익금불산입률이 80%로 상향하는 내용이 정부 세제 개편안에 담겼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지분 매입에 동의하지 않았다. 세액 절감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토대로 고려아연의 지분을 과도하게 늘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영풍의 지분율 상향 계획은 2022년 8월 고려아연이 한화H2에너지USA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무산됐다.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익금불산입률 80% 혜택을 받으려면 고려아연 지분을 5% 추가 확보해야 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익금불산입률로 얻는 조세 이익을 초과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3.3. 고려아연-'한화·LG화학·현대차' 지분관계 형성접기



고려아연한화·LG화학·현대차그룹 등과 사업 제휴를 맺고 지분 관계를 형성했다. 2022년 8월 5일 한화H2에너지USA신주 99만3158주(지분율 5%)를 발행하는 유증을 결정하며 첫 발을 뗐다. 한화H2에너지USA는 주당 47만5000원에 총 4718억원을 투입해 주식을 인수했다.

2022년 11월 23일에는 ㈜한화와 지분 교환을 단행했다. 한화와 △수소 밸류체인 △탄소포집 시설 건설 △해상풍력 공동개발 △광산 자원개발 등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취지였다. 고려아연은 ㈜한화에 자기주식 23만8358주(1.2%)를 양도했다. ㈜한화는 고려아연에 자기주식 543만6380주(7.25%)를 줬다. 교환한 자기주식 규모는 1568억원어치다.

LG화학과도 2022년 11월 23일에 지분을 교환했다. 자원 순환, 2차전지 소재 사업 제휴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목적이었다. 고려아연은 LG화학에 2577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39만1547주(1.97%)를 넘기고, LG화학은 동일한 금액의 자기주식 36만7529주(0.47%)를 고려아연에 양도했다.

2023년 8월 30일에는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결정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이 고려아연 신주 104만5430주(5%)를 인수했다. 주당 50만4333원에 납입액은 5272억원이다. 고려아연과 HMG글로벌은 전기차 전용 배터리와 관련해 △핵심 원재료 공급망 확보를 위한 공동사업 추진 △배터리 중간재 전구체 및 니켈, 코발트 등 원소재 공급 △배터리 재활용 분야 협력 등의 사업 제휴에 합의했다.
자료 : 고려아연

3.3.1. 영풍, 고려아연 신주발행 무효소송 제기접기



2024년 3월 6일 영풍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이 2023년 9월 13일 보통주 104만5430주를 발행한 것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관할 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다.

앞서 2023년 8월 30일 고려아연은 HMG글로벌과 전략적 사업 제휴를 진행할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같은 해 9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5272억원의 신주를 발행했다. HMG글로벌은 고려아연 지분 약 5%를 확보했다.

영풍은 해외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신주를 배정한 고려아연의 결정이 정관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 정관에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발행 대상으로 명시된 '외국 합작법인'은 고려아연이 당사자로 참여한 합작투자 계약에 의거해 설립한 합작 기업을 뜻하는데, HMG글로벌은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외국 합작법인에 국내 기업이 참여했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기업에 신주를 배정한 것으로 인식했다.

영풍은 유상증자가 상법상 요건인 '경영상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고려아연이 당시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신주 발행을 해야 할 정도의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다고 봤다. 궁극적으로 고려아연이 우호 지분을 늘려 영풍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데 목적이 내재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유증 절차가 상법과 정관상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사회가 제3자 유상증자를 결정할 당시 장형진 영풍 고문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했는데 반대 없이 동의한 점을 강조했다. 반론설명자료를 통해 "영풍 측은 HMG글로벌의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도 찬성했다"며 "HMG글로벌에 대한 유상증자를 문제삼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3.4. 고려아연 소유지분 변화접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우호지분 포함)은 2022년 말 27.86%(553만2975주)에서 2023년 말 32.61%(681만7518주)로 4.75%포인트 올랐다.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은 14.96%(297만237주)에서 15.35%(320만9350주)로 0.39%포인트(23만9113주) 상승했다. 게열사 유미개발이 12만6632주(0.56%)를 사들이고 영풍정밀이 6만2296주(0.22%)를 매집했다.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은 2022년 말 12.90%(256만2738주)였으나 2023년 말에는 17.26%(360만8168주)로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지분 교환 등으로 사업 제휴를 맺은 대기업들은 △HMG글로벌(5.0%) △한화H2에너지(4.75%) △LG화학(1.87%) △한화임팩트(1.79%) △㈜한화(1.14%) 등이다. 이외에도 트라피구라그룹(1.47%), 한국투자증권(0.76%), 모건스탠리(0.48%) 등이 우호 주주로 나타났다.

영풍은 2023년 한 해 동안 계열사들을 동원해 195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했다. 매입한 주식 수를 살피면 △에이치씨 17만3171주(0.82%) △영풍 7만2000주(0.96%) △씨케이 4만2706주(0.20%) △시그네틱스 1만1679주(0.06%) △영풍전자 1만857주(0.05%) △코리아써키트 6848주(0.01%) 등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려아연이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3자배정 증자 등의 영향으로 최대주주 영풍 측이 소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2022년 말 32.14%(638만4198주)에서 2023년 말 32.09%(671만2836주)로 희석됐다. 영풍이 직접 보유한 지분율이 25.15%, 장형진 영풍 고문과 이외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주식 비율은 6.94%다.

2023년 말 국민연금이 소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8.39%(175만4554주)로 2022년 말 8.28%(164만4039주) 대비 0.11%포인트(11만515주) 올랐다. 주주총회에서 최씨 가문(고려아연)과 장씨 가문(영풍) 측이 표 대결을 벌일 경우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024년 들어서도 최·장 가문의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은 지속됐다. 2024년 4월 16일에 고려아연이 공시한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장남 최내현 켐코 회장 등 최씨 가문 인사 6명이 627주를 장내매수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의 아들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는 2024년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고려아연 주식 9300주를 매수하면서 보유 물량이 260주(0%)에서 9560주(0.05%)로 증가했다. 이전까지 장 대표는 개인회사 코리아써키트를 활용해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했으나 2018년 7월 이래 6년 만에 직접 주식을 매입했다.

4.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접기



4.1. 주총 상정 의안접기



2024년 2월 19일 고려아연제50기 정기주주총회 소집을 공고했다. 주총 개최일은 3월 19일로 정해졌다. 2023년도 결산배당으로 주당 5000원을 지급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영풍은 수정동의안건으로 주당 1만원을 배당하는 의안을 제출했다.

정관 조항을 변경하는 의안도 상정됐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합작법인으로 국내법인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정기주총에는 등기임원을 선임하는 의안도 올랐다. 최윤범·장형진 이사를 재선임하고, 김우주 현대차 전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풍은 등기임원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2024년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부의안건(자료 : 고려아연)

4.2. 영풍, 고려아연 주총 안건에 반대 표명접기



영풍은 배당과 정관 변경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호소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2023년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책 실시를 공언했지만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등으로 기업가치 및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해 왔다"며 "주주들은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길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영풍은 행동주의 펀드 KCGI자산운용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다만 KCGI자산운용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0.1% 수준이었다.

4.3. 영풍, 주총 의결권 위임 '명함 논란'접기



2024년 2월 24일 고려아연은 의결권 위임 권유업무 대리인을 선정해 의결권 위임 호소에 나섰다. 영풍은 2월 23일부터 케이디엠메가홀딩스 등을 통해 주주총회 의결권 위임 요청에 돌입했다. 요청 과정에서 상당수 주주들이 케이디엠메가홀딩스를 고려아연 측으로 오인하면서 '명함 논란'이 초래됐다. 케이디엠메가홀딩스 인사들이 배포한 명함에 고려아연 사명이 더 크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디엠메가홀딩스가 배포한 명함.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자본시장법 제154조와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의 위반에 해당하는지 법률 검토를 진행했다.

영풍 측은 "다른 기업에 대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할 때에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명함 양식"이라며 "권유할 때 명함을 주면서 충분한 설명도 병행한다"고 해명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을 대리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려고 왔다는 목적을 분명히 설명하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4. 주총안건 쟁점 Ⅰ : 배당 집행접기



4.4.1. 영풍 입장접기



영풍은 고려아연결산배당을 주당 5000원에서 1만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순이익과 자기자본수익률(ROE) 지표 악화를 거론했다. 고려아연 순이익은 2021년 8111억원에서 2023년 5331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ROE는 10.95%에서 5.56%로 하락했다.

고려아연의 자사 주주환원율 상승 주장에 대해 영풍은 "최근 수익성이 저하되고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배당해야 할 주식 수가 더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고려아연의 시가배당률이 2022년 3.54%에서 2023년 3.0%로 하락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별도 기준으로 7조4000억원의 이익잉여금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당 기말 배당금을 중간 배당금보다 줄인다면 주주들이 회사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돼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고려아연이 배당 확대에 따른 신사업 투자 위축 우려를 제기하자 영풍은 "2차전지 등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면 현금성자산을 활용하면 된다"며 "제3자 배정 방식이 아닌 주주배정 유상증자 또는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충분히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회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4.2. 고려아연 입장접기



고려아연배당 증액 필요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2023년에 실시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까지 포함한 연결기준 주주환원율이 76.3%라며 2022년 50.9%와 견줘보면 훨씬 높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주주환원액이 2022년 3979억원에서 2023년 4027억원으로 증가한 사실도 강조했다.

배당 규모가 과도할 경우 계획 중인 신사업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2024년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11조9000억원을 투자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8조3000억원, 2차전지 소재 2조1000억원, 자원순환 분야 1조5000억원 등의 자본적지출(CAPEX)을 집행하는 내용이 골자다.
△영풍의 기말배당 제안에 대한 고려아연 의견표명서(자료 : 고려아연)

영풍이 제시한 시가배당률 데이터에 대해서는 "시가배당률은 당일 주가 변동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는 자료"라며 "특정 기업의 주주환원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주환원 규모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합친 '주주환원율'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영풍은 배당에만 초점을 맞춰 주주환원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주환원 실태도 지적했다.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영풍은 4조원에 가까운 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2022년 연간 배당금은 170억원대, 배당성향은 고작 5%에 불과하다"며 "영풍에게는 자사 주주들을 위한 주주환원 개선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4.5. 주총안건 쟁점 Ⅱ : 유증 신주발행 대상 확대접기



4.5.1. 영풍 입장접기



영풍은 "기존 고려아연 정관을 변경하면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대상이 확대돼 사실상 '무제한 유상증자'가 가능해진다"며 "일반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전체 주주 권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3자 배정 유증 조건을 완화하는 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작업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돼 국내법인에 제3자 배정 유증이 가능해지면 최대주주인 장형진 영풍 고문 측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영풍도 2019년 당시 정관 신주인수권 규정을 개정했다는 사실을 제시하자 영풍은 "2019년의 자사 정관 개정은 자본시장법에 맞춰 규정을 세분화한 것"이라며 "고려아연처럼 제3자 배정 유증 시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정관을 삭제하는 내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4.5.2. 고려아연 입장접기



고려아연은 "정관 변경안은 현행 표준 정관에 따라 상법,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변화"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제3자 배정에 따른 신주 발행 한도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주주권이 훼손될 여지는 없다고 반론했다.
△2024년 고려아연 주주총회에 상정된 정관 변경안. (자료 : 고려아연)

대신 영풍의 정관 변경 사례를 거론하며 과거와 현재 입장이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주주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정관 변경을 반대하는 영풍이 2019년에는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며 "영풍과 동업 관계인 고려아연은 2019년 당시 영풍의 정관 변경 목적과 내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동의했는데, 영풍은 이제 와서 같은 규정 개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6. 주총 결과접기



2024년 3월 19일 오전 9시에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영풍은 2023년 결산배당, 정관 변경 등의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편에 서서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2024년 3월 19일에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정기주주총회. (자료 : 고려아연)

배당 안건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주당 5000원 지급' 원안이 가결 승인됐다. 이에 따라 영풍 측이 제안한 수정동의안(주당 1만원 지급)은 자동 부결됐다.

반면 제3자배정 유증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합작법인에서 국내법인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관 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 고려아연의 독립 추진접기



5.1. 본사 이전, CI 변경접기



2024년 3월 29일 고려아연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던 영풍빌딩을 떠나 8월까지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그랑서울빌딩으로 본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1982년 영풍과 함께 영풍빌딩에 입주한지 42년 만의 사옥 이전이다.

4월 2일 고려아연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식 CI(Corporate Identity) 변경안을 공지했다. 최윤범 회장이 추진하는 신사업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상징하는 △청색(2차전지 소재) △주황색(자원 순환) △녹색(신재생에너지) 곡선이 원을 그리는 로고를 채택했다. 원 안에는 고려아연 영문 명칭의 줄임말 'KZ'가 들어갔다. 1976년부터 사용하던 영풍의 CI를 앞으로는 사용하지 않게 됐다.

5.2. 영풍과 체결한 계약 종료접기



2024년 4월 초 고려아연은 영풍과 체결한 △원재료 공동매입 △제품 공동판매 계약 이행을 중단키로 결정하고 이러한 방침을 영풍에 통보했다. 4월 15일 고려아연은 같은 해 6월 30일자로 만료되는 영풍과의 '황산 취급대행 계약'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영풍에 발송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아연을 생산하면서 나오는 부산물 중 황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황산탱크로 넘기는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고려아연은 '자체 생산량의 지속적 증가에 따른 공간 부족'을 계약 연장 불가 사유로 제시했다.

5.3.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시도접기



서린상사는 비철금속 수출과 위탁매매 사업에 특화된 회사다. 고려아연 최씨 가문 측이 최대주주로 66.67%를 소유했다. 다만 경영은 영풍 장씨 가문(지분율 33.33%)이 수행해 왔다.

2024년 3월 22일 고려아연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서린상사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고 청구했다. 임시주총에 이사회 총원을 7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추가되는 이사진 4인을 고려아연 측 인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서다.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의안도 상정됐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서린상사 이사회 11명 중 고려아연 측 인사는 8명, 영풍 측 인사는 3명으로 이뤄지게 된다.

4월 17일 서울중앙지법은 고려아연이 신청한 서린상사 임시주총 소집 허가 청구에 대한 심리를 개시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의 인용 결정을 전제로 5월 중 서린상사 임시주총을 개최하는 목표를 세웠다.
  • [1] 1913년 출생, 2002년 별세.
  • [2] 1909년 출생, 1980년 별세.
  • [3] 당시 납입자본금은 1억원으로 지분 구성을 보면 △영풍 51% △국제금융공사(IFC) 18% △일반주주 31%였다.
  • [4] '익금'은 법인의 순자산을 늘리는 거래로 발생한 수익을 뜻한다. 익금불산입률은 법인세법상 과세소득을 산출할 때 익금으로 산입하지 않는 비율을 의미한다.
  • [5] 한화임팩트의 미국 에너지 분야 투자 자회사.
  • [6] 고려아연과 LG화학은 2017년 켐코(전구체 핵심 원자재 '황산니켈' 공급 업체), 2022년 한국전구체(전구체 생산 기업) 등의 합작사를 잇달아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 [7] 사건번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합52067호.
  • [8] 니켈 등 원자재 트레이딩에 특화된 해외 기업이다. 2022년 11월에 고려아연은 트라피구라그룹에 자기주식 30만7678주를 매각해 2025억원을 확보했다.
  • [9] 2022년 고려아연은 중장기 투자자 유치 목적으로 한국투자증권에 자기주식 15만8861주를 매각해 1045억원을 확보하고 모건스탠리에는 9만9316주를 넘겨 653억원을 얻었다.
  • [10] 보통결의사항이다. 보통결의 요건에 따르면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 [11] 특별결의사항에 해당됐다. 특별결의 요건에 따르면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특별결의사항은 정관 변경, 이사 또는 감사의 해임, 중요한 영업의 양수도,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등 기업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에 한정된다.
  • [12] 2024년 3월 3일 강성두 영풍 부사장이 발언했다.
  • [13] 옛 '메리츠자산운용'이다.
  • [14] 위임 권유업무 대리인.
  • [15] 자본시장법 제154조에 따르면 의결권 권유자는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 중 의결권 피권유자의 의결권 위임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의결권 위임 관련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누락해서는 안된다.
  • [16] 일각에서는 영풍의 배당 확대가 관철될 경우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장 고문 측의 고려아연 지분 매입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 [17] 고려아연은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연결기준 주주환원율이 2022년 50.9%에서 2023년 76.3%로 올랐다고 주장했다.
  • [18] 개별기준 주주환원율은 68.7%다.
  • [19] 2022년 결산배당은 주당 2만원이다. 2023년 중간·결산배당 합산액은 주당 1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연결기준 순이익이 5273억원으로 2022년 7806억원 대비 2533억원(33.2%) 감소했기 때문이다.
  • [20] 2023년 중간배당 총액 1986억원(주당 1만원)과 정기주총에 상정된 결산배당 총액 1040억원(주당 5000원),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1000억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고려아연은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2023년에 처음으로 실시했다.
  • [21] 고려아연 내부에서는 과도한 배당으로 투자전략 이행에 차질이 발생하면 기업가치·주가가 하락하게 되고, 영풍의 장씨 가문이 고려아연 주식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장씨 가문의 고려아연 소유 지분율이 상승해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 배경이다.
  • [22] 2019년에 영풍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주 인수를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 [23]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최·장 양가 주요 인사들은 불참했다.
  • [24] 앞서 고려아연은 3월 14일 서린상사 임시 이사회를 소집했으나 영풍 측 이사진이 불참하면서 정족수 요건에 미달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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