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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영풍 vs 고려아연

전문경영인 세운 장씨일가, 직접 경영하는 최씨일가

③[경영진]2015년 이후 영풍 경영 참여 안해, 고려아연 대표는 최윤범 회장

양도웅 기자  2023-12-01 15:46:5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영풍과 고려아연을 비교했을 때 총수가문인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차이는 두드러진다. 영풍을 소유한 장씨 일가는 전문경영인을 세운 반면 최씨 일가는 대표이사로 고려아연 경영에 직접 참여한다.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장씨 일가는 코리아써키트와 서린상사 등 다른 계열사에서는 대표로 경영에 참여한다. 하지만 그룹의 중추인 영풍에서는 8년 전 장씨 일가의 2세인 장형진 대표(전 회장)가 물러난 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실적만 놓고 보면 최씨 일가가 직접 경영하는 고려아연이 장씨 일가가 전문경영인을 세운 영풍보다 더 좋은 결과를 냈다.


◇장씨 일가 3세들, 코리아써키트·서린상사 경영에 참여

현재 영풍은 박영민 부사장과 배상윤 부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다. 박 부사장은 사업총괄을, 배 부사장은 회사가 탄생한 사업장이자 최대 사업장인 석포제련소장을 맡고 있다. 장씨 일가 중에 영풍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없다.

마지막 장씨 일가 임원은 2015년 대표에서 퇴임한 장형진 전 회장이다. 장 전 회장은 40년 넘게 영풍에서 근무했다. 1946년생으로 희수(77세)를 넘긴 그는 현재 펌프 제조 계열사인 영풍정밀과 비철금속 수출입업을 담당하는 서린상사에서 기타비상무이사 등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장 전 회장의 두 아들인 세준·세환 씨는 영풍이 아닌 다른 계열사에서 대표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1974년생인 장세준 부회장은 코리아써키트 대표다. 제련과 함께 영풍의 핵심 사업인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을 책임지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올해 3분기 누계 연결기준으로 2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동생인 장세환 사장은 1980년생으로 서린상사 대표다. 2014년부터 10년째 서린상사를 이끌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생산한 아연과 은 등 비철금속의 수출 업무를 대행하는 일이 주력 사업이다. 최대 매출처는 고려아연으로 최근 고려아연의 성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64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장씨 일가에서 두 아들 중 한 사람을 영풍 대표에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영풍 최대주주는 장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로 총 5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 아래서 꾸준히 성장하는 고려아연...영풍보다 월등한 이익 규모

현재 고려아연 대표는 최윤범 회장이다.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9년 취임했다. 1975년생으로 장씨 일가의 3세이자 코리아써키트 대표인 장세준 부회장과 1살 터울밖에 나지 않는 비슷한 나이대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대표인 최 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가 3명, 사외이사가 6명, 기타비상무이사가 2명으로 총 11명이다. 영풍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으로 총 5명으로 고려아연 이사회의 절반 정도다. 요즘 많은 투자자가 요구하는 이사회 다양성과 경영진 견제 기능 등은 고려아연이 더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 회장 취임 이후 고려아연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년 매출 6조8833억원, 영업이익 7647억원에서 2022년 매출 11조2193억원, 영업이익 9191억원으로 각각 38.6%, 20.2% 증가했다. 현대자동차와 LG, 한화그룹과 손잡고 이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리사이클링 사업에도 진출했다.


사실 최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에서는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일각의 예상대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장씨 일가와 지분 경쟁을 벌이게 되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최씨 일가는 '직접 경영하며 거둔 성과'로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경영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장씨 일가도 영풍 경영에 나설 수도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제련이라는 동일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지 않다. 올해 매출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2.5배다. 고려아연 영업이익은 4618억원인데 반해 영풍은 5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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