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해 상여를 수령하지 않았다. 2019년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회사 실적이 전년 대비 급감한 만큼 ‘성과’가 부족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회장이 받는 전체 보수 규모는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급여 규모가 증가하며 상여가 줄어든 부분을 보충했다.
고려아연은 2023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최 회장을 포함한 주요 등기임원의 보수 내용을 공시했다. 지난해 고려아연 등기임원 중에서는 최 회장과 박기덕 TD사업부문 총괄 사장만이 보수 5억원 이상을 받아 공개 대상에 올랐다. 급여와 기타 근로소득을 포함해 최 회장은 30억원을, 박 사장은 8억35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두 사람 모두 이번에는 성과급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2년 보수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최 회장은 2022년 급여 14억3000만원, 상여 5억2400만원을 받았었다. 연 500%를 지급하는 임원 정기상여 외에도 2022년 경영성과 및 개인업적에 따른 성과급을 수령했다.
최 회장은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로 매해 상여를 받아 왔다. 고려아연 실적을 지속 개선한 데 따른 대가였다. 고려아연 매출은 2019년 6조6940억원에서 2022년 11조219억원에 이르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050억원에서 919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실적은 증가세가 꺾인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조7045억원, 영업이익 6599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5%, 영업이익은 28.2% 줄었다. 글로벌 아연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 전기요금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에게 상여가 주어질 유인이 부족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상여가 주어지지 않았어도 보수 규모는 대폭 증가했다. 최 회장이 가장 많은 상여를 받은 2022년에는 전체 보수가 약 20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급여만으로 약 30억원을 가져간 것이다.
최창근 명예회장, 최창영 명예회장 등 미등기임원들도 최 회장과 마찬가지로 상여를 받지 않았으나 보수 규모는 대체로 유지되거나 더 늘었다. 최창근 명예회장은 2022년 급여와 상여를 포함해 23억7600만원을 수령했는데 지난해에는 24억100만원을 가져갔다. 최창영 명예회장은 보수가 17억5200만원에서 22억2200만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2022년 21억2800만원을 받은 최창걸 명예회장의 경우 지난해에는 보수 5억원 이상을 받은 상위 5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보수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미등기임원 중에서는 이제중 부회장(18억1700만원), 노진수 부회장(11억1900만원) 등 2명이 상위 5명에 들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