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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펀딩 생태계 점검

경쟁 속 쏠림 수혜 누리는 중대형 PE, 올해도 펀딩 휩쓸까

⑧저마다 수천억대 실탄 장전 완료, 공격적 투자 행보 본격화

김예린 기자  2024-03-21 15:18:56

편집자주

수년간 이어진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드리운 그늘도 짙어졌다. 돈줄을 쥐고 있는 유한책임출자자(LP)는 잔뜩 움추러들었다. 펀딩 난이도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무한책임사원(GP)도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더벨은 찬바람이 거세진 펀드레이징 시장의 생태계를 점검해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펀딩 경쟁이 극도로 심화하고 있다. 소형이나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경우 블라인드 펀드 결성 난이도가 하늘을 치솟는 탓에 골머리를 앓고, 프로젝트 펀드는 이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와중에 중대형 하우스들의 경우 연기금·공제회 출자사업마다 족족 최종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따내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VIG파트너스와 어펄마캐피탈, 맥쿼리자산운용,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SG프라이빗에쿼티, 케이스톤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유동성 경색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분위기인 탓에 중대형 하우스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해 과거만큼 빠르게 대규모 자금을 모집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번번이 탈락하는 소형과 신생 하우스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다. 중대형 운용사들에 자금이 쏠리는 근래 현상의 수혜를 누리는 셈이다.

◇중대형 PE 펀딩 현재진행형, 올해도 '이상무'

우정사업본부 산하 우체국예금이 최근 발표한 메자닌 전략 출자사업 서류심사 결과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SG프라이빗에쿼티,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 6곳이 숏리스트에 올랐다.

이들 중 SG PE와 한투PE, 도미누스는 작년 이미 대규모 자금을 끌어온 데 이어 올해도 펀딩 중인 하우스다. SG PE와 도미누스는 각각 최근 1차 클로징한 구조혁신 펀드, 5호 블라인드 펀드의 멀티클로징 차원에서 추가 자금을 모으고 있다. 한투PE는 작년 새 구조혁신펀드를 만든 데 이어 올해 1조원 규모 신규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고자 각종 출자사업에 적극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우스 입지나 트랙레코드가 탄탄해 거듭 숏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모양새다.

VIG파트너스와 어펄마캐피탈, 맥쿼리자산운용, 케이스톤파트너스도 여느 때보다 치열한 시기 펀딩에 성공한 대표적 하우스다.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 중인데 사학연금과 노란우산공제회, 산재기금 등 콘테스트에서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최종 승기를 잡으면서 지난해 말 1차 클로징을 완료했다. 크레딧 사업 자회사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 역시 올해 최대 3000억원 규모 3호 펀드 결성에 착수했다. 국내외 LP를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돌입해 앞으로 진행될 출자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작년 2년 만에 신규 펀드레이징에 나선 어펄마캐피탈은 산업은행과 교직원공제회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5000억원대 신규 펀드 결성을 마쳤다. 같은 해 맥쿼리자산운용도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노란우산공제 등을 LP로 확보하며 상반기 신규 블라인드 펀드를 20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했다. 연내 8000억원까지 규모를 늘려 최종 클로징하기로 했다.

케이스톤파트너스도 펀딩 강자 면모를 단단히 굳혔다. 작년 12월 3000억원 초중반대 규모로 5호 블라인드 펀드를 1차 클로징했다. 상반기 LP를 추가로 늘려 4000억원대에 최종 결성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노란우산공제회와 교직원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에서 승기를 쥔 덕분이다.

◇저마다 매물 찾기 혈안, 공격적 투자 행보 ‘주목’

중대형 하우스들은 대규모 실탄 장전에 이어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작년 이스타항공을 품은 VIG파트너스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참전했다. 베인앤컴퍼니와 손잡고 실사에 한창이다. 올 1월에는 바이오에너지 기업 팜아산과의 시너지를 위해 음식물류 폐기물 원물 처리 업체 청광을 1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작년에도 더스킨팩토리의 볼트온 일환으로 에이빌코리아를 인수하고, 오송바이오와 명성유지의 경영권 지분을 사들였다. 스마트스코어의 볼트온으로 아티타야의 경영권 지분과 종신물산의 지분100%를 인수하는 등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어펄마캐피탈도 투자를 본격화했다. 더함파트너스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 매립업체인 제이엔텍 인수를 추진 중이다. 작년 더함파트너스와 함께 광진화학과 더케이로지텍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근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 소수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도 참여했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2023년 축적한 포트폴리오만 진우에이티에스부터 한성그린팩토리, 핌즈, 애니포인트미디어, 해양정보기술까지 5개에 달한다. 올해도 푸드올마켓 인수에 이어 코아오토모티브 투자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투PE는 작년 초 SK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참여한 데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1000억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두산그룹의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 하이엑시엄, 수소용기 제작업체 에테르씨티, 이차전지 엔지니어링업체 탑머티리얼 등에 투자했고, 연말 LIG넥스원의 미국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파트너로 합류하기도 했다.

펀딩부터 딜소싱까지 중대형 하우스들이 휩쓸어가면서 PEF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소형과 신생 하우스들 설자리는 더더욱 줄어드는 상황이다. 올해도 투자·회수 실적이 우수한 중대형 하우스 위주로 자금이 쏠릴 것이란 우려와 함께 덩치 작은 하우스들의 생존 전략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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