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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지주사' LX홀딩스는 왜 조용할까

⑤자회사 약한 지배력, 수익구조 열악 계기…M&A 주저 요인

이민호 기자  2024-03-21 09:31:01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LX그룹은 출범 이후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지주사인 LX홀딩스는 한발 물러나 있었다. 오히려 M&A 주체가 된 곳은 핵심 계열사 LX인터내셔널이었다.

여기에는 LX인터내셔널을 포함한 자회사들에 대한 LX홀딩스의 지배력이 약한 이유가 크다. 이들 자회사에서 배당금을 무리하게 끌어올려 비지배주주에 대한 유출을 감수하기보다는 각 자회사 내부에서 소화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M&A 존재감 미미…자회사 약한 지배력 한계

LX그룹은 2021년 5월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이후 적극적인 M&A로 외연을 확대했다. LX인터내셔널의 포승그린파워 지분 63.34%(950억원) 인수와 LX글라스(옛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5904억원) 인수 등 경영권 인수 사례 외에도 에코밴스 지분 12.70%(156억원) 투자와 LX세미콘의 텔레칩스 지분 10.93%(268억원) 투자 등 소수지분 투자 사례가 다수 나왔다.


하지만 지주사인 LX홀딩스는 일련의 M&A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LX홀딩스가 2021년 5월 LG로부터 인적분할 이후 경영권 인수 사례가 없으며 출자 사례로 넓히더라도 LX MDI와 LX벤처스 설립을 위한 50억원과 120억원이 전부다. 출자 사례가 애초 적고 출자규모도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일련의 M&A 사례에 크게 못 미친다. LX홀딩스 출범 이래로 계열사에 대여금을 제공한 사례도 없다. 애초 출범 당시 현금이 많지 않았던 탓도 있다. 인적분할 직후인 2021년 6월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1609억원으로 자산총계(1조3088억원)의 10%를 조금 웃도는 정도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LX홀딩스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한 탓이 크다. LX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연결 기준 자산총계 8조원의 LX인터내셔널이다. 하지만 LX인터내셔널에 대한 LX홀딩스의 지난해말 기준 지분율은 24.69%로 낮은 편이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보유하도록 하고 있지만 LX홀딩스가 LG로부터 인적분할할 때까지만 해도 20% 이상만 보유하면 됐기 때문에 법상 문제는 없다.


LX인터내셔널에 대한 지배력이 약한 이유는 LG상사 시절 주주구성 변화로 알 수 있다. 2017년 9월까지만 해도 LG상사는 구본준 LX그룹 회장(지분율 3.01%)을 포함한 LG일가가 합산 지분 24.69%를 보유한 가족회사였다. 하지만 LG가 구본준 회장 지분을 포함해 LG일가 지분 전량을 2967억원에 사들이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LX홀딩스 인적분할 때 자연스럽게 LX인터내셔널 지분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현재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배당금 지급시 비지배주주분 유출…LX인터내셔널 M&A 전면 유인

하지만 지배력이 약하다보니 핵심 자회사인 LX인터내셔널의 수익을 LX홀딩스가 온전히 거둬들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석탄을 포함한 자원가격 상승과 물류운임 상승의 호재를 맞았던 2021년과 2022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각각 6562억원과 9655억원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면서 배당금으로 2022년(2021년 경영성과 반영)과 지난해 각각 827억원과 1079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중 LX홀딩스가 지분율대로 거둬들인 배당금은 각각 220억원과 287억원뿐이었다.


지난해부터는 각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도 수취하기 시작했다. 상표권 사용료는 배당금과 달리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를 포함한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는 계열사로부터도 수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핵심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낮은 지주사가 배당금수익 외에 영업수익을 보강하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지난해 별도 기준 LX홀딩스 배당금수익은 685억원이었던 반면 상표권 사용수익은 294억원으로 더 적었다. 상표권 사용료는 일반적으로 각 계열사 매출액에 연동되는데 지난해 대부분 계열사 매출액이 예년에 비해 부진했던 탓이다.

이 때문에 LX그룹으로서는 LX인터내셔널로부터 배당금을 무리하게 끌어올려 비지배주주에 대한 유출을 감수하기보다는 LX인터내셔널 내부에서 소화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유인이 커진다. 포승그린파워와 LX글라스 경영권 지분 인수뿐 아니라 바이오프랜즈 지분 11.36%(27억원), 에코밴스 지분 12.70%(156억원), 에이팀벤처스 지분 11.29%(35억원) 등 소수지분 투자에서 LX인터내셔널이 주체로 나섰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LX인터내셔널뿐 아니라 다른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높지 않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LX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해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는 자회사는 LX MDI와 LX벤처스뿐이지만 이들 자회사는 아직 영업수익에 대한 기여도가 없다. 이외 자회사는 모두 지분율이 50% 미만으로 관계기업이나 공동기업이다. LX인터내셔널 외에 LX하우시스 지분율이 30.07%, LX세미콘 지분율이 33.08%다.

그나마 LX MMA가 공동기업으로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LX MMA는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 효자 자회사다. 2022년의 경우 LX MMA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이 510억원으로 LX인터내셔널(220억원)보다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LX MMA가 지난해 당기순손실 93억원으로 적자전환하면서 올해 4월 지급할 배당금이 120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른 LX홀딩스 몫은 60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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