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LX그룹은 LG그룹으로부터의 계열분리 이후 첫 번째 자회사로 경영컨설팅 회사를 세우고 대표이사에 오너가(家) 2세인 구형모 부사장을 앉혔다. 각 계열사에 대한 경영컨설팅은 실질적인 경영개입으로 구형모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고 경영과 관련한 승계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각 계열사의 경영성과를 구형모 부사장의 경영능력으로 연결지어 지주사 사내이사에 진입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경영컨설팅 자회사 출범…LX家 2세 대표이사 선임
LX MDI는 LX홀딩스가 2021년 5월 LG로부터 인적분할한 이후인 2022년 12월 출범시킨 첫 번째 자회사다. LX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담당한다. 이는 LG그룹의 LG경영개발원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LG경영개발원은 LG의 완전자회사로 LG그룹 각 계열사에 △경영컨설팅 △임직원교육 및 인적성검사 △인공지능(AI) 연구용역 등을 제공하고 수수료 형태의 영업수익을 창출해낸다.
당장 LX홀딩스 현금흐름에 대한 LX MDI의 기여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LX MDI 설립을 위해 투입한 자본금이 50억원에 불과하다. 이후 유상증자 사례가 없어 자본금 규모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완전자회사라는 이점 덕분에 LX MDI가 올려보내는 수익을 LX홀딩스가 온전히 내재화할 수 있다. LX홀딩스 완전자회사는 LX MDI와 지난해 7월 자본금 120억원으로 출범시킨 신기술사업금융회사 LX벤처스뿐이다.
경영컨설팅만으로는 영업수익 규모도 크지 않다. 실제로 LX MDI의 지난해 매출액은 85억원, 영업이익은 3억원에 불과했다. LX홀딩스로부터 건물을 임차하고 있지도 않다. LG경영개발원의 경우 2022년 2046억원의 영업수익을 냈으며 모회사인 LG에 배당금을 지급하지는 않았지만 상표권 사용료(4억원)와 LG트윈타워 일부 임차료(32억원)를 지급했다.
하지만 LX그룹이 LX MDI 대표이사에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부사장을 선임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구형모 부사장은 범LG가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구본준 회장을 잇는 1순위 후계자로 꼽힌다. 1987년생으로 2014년 LG전자에 입사해 LG전자 일본법인에서 근무했으며 2021년 5월 LX그룹 계열분리 직후 LX홀딩스에 합류해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선임됐다. 2022년 3월 경영기획부문장 전무에 올랐고 그해 12월 부사장 승진과 동시에 LX MDI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구형모 부사장에 대한 지분승계는 이미 일부 진행된 상태다. 구본준 회장은 2021년 12월 보유하고 있던 LG 지분 7.72% 중 4.18%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매각한 자금(5249억원)으로 LX홀딩스 지분 32.32%를 3003억원에 사들였다. 구본준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40.04% 중 11.14%를 구형모 부사장에게, 8.52%를 장녀(여동생) 구연제 씨에게 각각 증여했다. 구본준 회장 지분율은 20.37%로 줄었고 구형모 부사장 지분율은 이후 추가 장내매수를 통해 지난해말 기준 구본준 회장 다음으로 높은 12.15%로 늘었다.
◇계열 전반 실질적 경영개입…지주사 사내이사 진입 ‘경영승계’ 발판
LX MDI 대표이사 선임은 지분승계와는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경영승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LX MDI는 경영컨설팅이 핵심사업으로 LX MDI 대표이사는 LX그룹 각 계열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컨설팅을 명목으로 각 계열사 경영자료 열람과 주요회의 참석에서부터 신사업 방향 설정까지 다방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덕분이다. 이는 구형모 부사장의 계열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앞서 LG그룹도 LG경영개발원을 각 계열사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개입 통로로 활용한 바 있다.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은 1995년 2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 회장에 선임됐으며 1998년 6월 LG경영개발원 사내이사에 처음 선임(겸임)됐다. 2012년 3월에는 LG경영개발원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2018년 5월 별세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다만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이후에는 LG가 인물이 LG경영개발원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특히 LX MDI의 경영컨설팅 사업 특성상 LX그룹 각 계열사의 향후 경영성과를 구형모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는 구형모 부사장이 향후 지주사 LX홀딩스의 사내이사에 진입하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LX홀딩스가 LX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인 만큼 구형모 부사장의 LX홀딩스 대표이사 취임이 경영승계의 완성이다.
LG그룹의 경우 구광모 당시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 상무가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로 계열사 사내이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LG그룹 회장에 오른 차이는 있다. 하지만 주요 기업집단 오너가에서 1순위 후계자가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능력 증명의 지렛대로 삼는 경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부회장이 지난해 1월 코오롱글로벌이 수입차 사업을 인적분할해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신규 수입차 브랜드 론칭과 자회사 확장 등 성과를 내면서 올해 1월 부회장 승진과 동시에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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