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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출범 4년차 LX홀딩스, 독립성·다양성 개선 숙제

자산 2조 미만, 사추위 설치 등 의무 아직 없어

정명섭 기자  2024-12-03 09:25:02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올해로 출범 4년차를 맞이한 LX홀딩스의 이사회는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았다. 독립성과 다양성, 견제기능, 주주환원 면에서 미진했다. 아직 자산총계 2조원 미만의 상장사라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각종 이사회 의무에서 빗겨간 영향이다. 경영성과 평가에선 재무건전성 지표가 매우 우수한 점수를 받은 반면 실적과 주가 지표는 정반대 성적표를 받았다.

◇오너가 구본준 회장이 이사회 의장...독립성·다양성 개선 숙제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한 결과 LX홀딩스는 255점 만점에 137점을 받았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했다.

LX홀딩스는 6대 지표 중 평가 개선 프로세스를 제외하고 모두 평점 3점(5점 만점) 미만을 받아 종합차트가 작은 육각형 형태를 보였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평점은 3.7점으로 가장 높았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하고 이를 재선임에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건 2점을 받은 구성 항목이었다. 독립성 확보가 미진해 관련 점수가 낮았다. 먼저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와 분리되지 않은 점이 큰 감점 요인이었다. LX홀딩스 이사회 의장은 범LG가 3세 구본준 대표이사 회장이다.

그는 고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의 3남으로 1987년 금성사(현 LG전자)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LG상사(LX인터내셔널), LG전자에서 대표이사를 차례로 역임했다. 구 회장은 친형인 고 구본무 LG그룹 3대 회장이 2018년 별세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LG가 전통에 따라 계열 분리를 준비했다. LX홀딩스가 출범한 시기는 2021년이다. 상사·하우시스·실리콘웍스·MMA·판토스 등 5개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해 LG그룹에서 독립했다. 구 회장은 이후 LX홀딩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가 감사위원회와 ESG위원회 2개뿐인 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꾸리지 않은 점도 약점이었다. LX홀딩스는 사추위를 꾸리는 대신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 아직 자산총계가 2조원이 넘지 않아 사추위를 설치해야할 의무가 없어서다. 올 3분기 말 기준 LX홀딩스의 별도기준 자산 규모는 약 1조원이다. LX홀딩스는 자산 2조원이 넘으면 사추위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다양성 부문에서도 점수가 낮았다. 사외이사 4인 모두 한국 국적의 남성이었고 연령은 70대 이상이었다. 이 또한 자산총계가 2조원이 넘으면 개선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상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해서는 안 된다.

◇주주환원정책 미비...아쉬운 실적·주가, 우수한 재무건전성

참여도 항목의 평점은 2.9점이었다.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출석률이 90% 이상으로 준수했고 평균 이사회 안건 통지 기간이 7일 이상이라 최고점을 받았다. 그러나 작년에 사외이사에 대한 교육이 한 차례로 열리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견제기능과 정보접근성 점수는 각각 2.4점, 2.9점이었다. 견제기능 항목 중 최저점(1점)을 받은 문항은 총 4개였다.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열린 횟수가 '제로(0)'였고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과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을 공시하지 않은 점 등이 감점 요인이었다.

정보접근성의 경우 사외이사 개별 활동을 공시해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배당 등의 주주환원책이 없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공개하지 않는 점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LX홀딩스 측은 "주주환원정책은 아직까지 검토단계로 정책사항을 공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향후 정책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공정공시 등을 통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배당의 경우 별도 가이드라인 없이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투자 및 주주가치 제고,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적정수준으로 결정할 것"이라고만 명시했다.

경영성과 항목은 2.8점이었다. 주가와 실적 지표가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작년 말 LX홀딩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3배로 저평가돼 있다. 지난해 KRX300 기업의 PBR 평균은 2.38배였다. LX홀딩스의 주가는 출범 초기만 해도 9000원을 상회했으나 현재 70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총주주수익률(TSR)도 -11.7%로 KRX300 기업 평균치(27.64%)를 하회했다.

LX홀딩스는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2022년 대비)이 각각 -50.15%, -53.95%를 기록해 관련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작년 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82%로 이 또한 KRX300의 평균(6.82%)에 못 미쳤다.

반면 재무건전성 지표는 모두 최고점(5점)을 받았다. 차입금보다 보유 현금이 더 많아 실질적 무차입 상태를 유지한 덕분이다. LX홀딩스의 작년 말 부채비율은 2.15%로 KRX300 평균(91.96%)보다 크게 낮았다. 순차입금/EBITDA는 -3.38배였다.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은 1494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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