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LX인터내셔널은 LX판토스를 배당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LX판토스의 우수한 현금창출력이 바탕이 됐다. LG전자와 LG화학으로부터 발생하는 안정적인 매출이 한몫했다.
유사시 LX판토스를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LX판토스 지분을 차입을 위한 담보로 제공하거나 교환사채(EB) 발행을 위한 교환대상으로 제시하는 방법이다. 경영권을 유지하고 공정거래법을 준수하는 선에서 LX판토스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상장시키는 방법도 있다.
◇LG·LX 계열 매출…안정적 배당수익원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 8조원으로 LX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LG그룹으로부터 2021년 5월 계열분리한 LX그룹이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는 데 선봉에 선 곳도 LX인터내셔널이었다. 2022년 포승그린파워(지분 63.34%·950억원)와 지난해 LX글라스(100%·5904억원) 경영권 인수에 막대한 돈을 썼다.
LX인터내셔널이 M&A에 나설 수 있었던 데는 현금창출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이 현금창출력에 막대한 기여를 한 곳이 자회사 LX판토스다. 범한판토스(현 LX판토스)는 애초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 케이케이홀딩스·판토스홀딩스 회장(지분율 46.14%)과 그의 어머니 조원희 레드캡투어 회장(50.86%)의 가족회사였지만 2015년 5월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가 지분 51%(200만주)를 사들이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구본무 선대회장의 자녀인 구광모 LG그룹 회장(7.5%),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4.0%), 구연수 씨(3.5%)와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자녀인 구형모 LX MDI 부사장(2.5%), 구연제 씨(2.4%)도 지분을 확보했다. 이들 개인주주는 2018년 12월 합산 지분 19.9%를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가 조성한 사모펀드(PEF·미래에셋대우코리아제이호사모투자합자회사)에 1450억원에 매각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정착됐다.
LX판토스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해가 2007년(-32억원)밖에 없다.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쌓이면서 지난해말 자본총계가 1조1474억원으로 늘었으며 이중 배당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이 1조1301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이 135.7%로 높은 편이지만 부채총계 1조5566억원 중 물류사업 특성상 매입채무(6019억원)가 높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총차입금은 6840억원(리스부채 3065억원 포함)으로 차입금의존도(25.3%)가 높은 편은 아니다.
LX판토스가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유지하는 것은 LG그룹 계열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6조8793억원 중 LG전자로부터 3조3884억원, LG화학으로부터 1조282억원이 발생했다. 두 회사로부터의 합산 매출액 비중은 64.2%(4조4166억원)에 이르렀다. 이 비중은 2022년에도 56.3%로 높았다.
이 때문에 LX인터내셔널은 LX판토스를 확실한 배당수익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LX판토스로부터 지분율(51%)대로 거둬들인 배당금은 2022년(2021년 경영성과 반영) 409억원, 지난해 441억원에 이르렀다. LX인터내셔널 자회사 중에서는 이 기간 각각 739억원과 646억원을 지급한 인도네시아 GAM 유연탄광산(PT. Ganda Alam Makmur) 다음으로 배당기여도가 높았다.
◇유사시 조달수단 활용 여지…소수지분 매각·IPO 등 방법 다양
LX판토스는 LX인터내셔널로부터 대여금을 제공받고 있지도 않다. LX판토스는 자체차입 여력이 있으며 토지와 건물 등 장부가액 기준 1005억원 규모 유형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담보로 제공된 유형자산은 지난해말 전체 유형자산(2754억원)의 36.5%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LX인터내셔널이 유사시 LX판토스 지분을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말 별도 기준 LX판토스 지분 51%에 대한 가치(장부금액 기준)를 7163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이 차입금을 조달할 때 LX판토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현재 담보로 제공된 LX판토스 지분은 없다. LX판토스 지분을 교환대상으로 LX인터내셔널이 EB를 발행하는 방법도 있다.
LX인터내셔널이 지난해 8월 HMM 경영권 지분 57.9% 인수전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대규모 자금소요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LX판토스 상장 가능성이 부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8년 미래에셋증권 PEF에 대한 LG일가 지분매각 사례처럼 LX인터내셔널 보유 일부 지분을 매각해 소수지분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상장이나 소수지분 투자자 유치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제한요건에 부합해야 하는 한계는 있다. 자회사의 손자회사 지분을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 이상으로 보유하도록 한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 전 지주사로 설립(2021년 5월)된 LX홀딩스는 자회사의 손자회사 지분을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 이상으로 보유하도록 한 예전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LX판토스 상장시 공모자금 유치규모는 LX인터내셔널이 지분율 20%를 만족하는 수준으로, 비상장사 유지시 일부 지분 매각은 지분율 40%를 만족하는 수준으로 각각 제한된다.
2018년 12월 구광모 회장 등 LG일가가 미래에셋증권 PEF에 지분을 매각할 때 매겨진 주당가격은 36만4322원이었다. 이후 주식거래 사례가 없어 현재 밸류에이션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시 밸류에이션을 대입해 대략적인 자금유입 규모를 가늠해볼 수는 있다.
LX인터내셔널이 지분율 40%를 유지하기 위해 LX판토스 지분 11%(22만주)를 팔았을 때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802억원으로 많지 않다. 상장의 경우 상장 후에도 LX인터내셔널이 지분율 20%를 유지하려면 공모자금 유치를 위한 신규발행주수는 최대 310만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LX판토스에 유입되는 공모자금은 1조1294억원이다. 다만 2018년 일련의 주식거래 이후 당기순이익 누적으로 현재 밸류에이션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보다는 더 많은 자금을 유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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