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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LX세미콘은 국내 1위 반도체 설계전문 팹리스 기업이다. 2020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선 후 2년만에 2조원 클럽을 달성했다. 다음해에는 LX인터내셔널을 제치고 'LX그룹 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LX세미콘이지만 이사회 경영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사회를 견제할 정책이나 체계가 부족하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없다. 다만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임에도 추가 소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는 중이다.
◇이사회 다양성·견제기능 아쉬움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LX세미콘은 255점 만점에 140점을 획득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했다.
LX세미콘은 이사회 '구성' 항목에서 45점 만점에 19점, 평점 5점 만점에 2.1점을 획득해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4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된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선임사외이사 없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고 있어 독립성 확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견제기능' 항목 점수는 45점 만점에 22점, 평점 5점 만점에 2.4점이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 등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점도 낮은 점수의 원인이 됐다.
정보접근성 항목에서는 30점 만점에 15점, 평점으로는 5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 공시에 주주환원정책이 모호하게 드러나 주주환원의 예측가능성이 낮았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공개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금융감독원과 홈페이지에 개시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소위원회 설치·참여도 우수···LX세미콘에 거는 기대
LX세미콘은 6개 항목 중 3개 항목이 5점 만점에 3점을 넘어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그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항목은 '참여도'다. 40점 만점에 27점, 평점 5점 만점에 3.4점을 기록했다. 작년 한해 동안 감사위원회를 6차례 개최했으며 이사들의 출석률은 100%였다.
눈에 띄는 점은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가 아닌 소위원회를 구성한 점이다. LX세미콘은 의무설치 대상인 감사위원회를 제외하고 이사회 내에 재무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설치해뒀다.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인 상장사는 법규상 별도의 소위원회나 조직을 구축할 의무가 없지만 LX세미콘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재무위원회와 ESG위원회는 작년 한해 동안 각각 4번, 3번의 회의를 개최했다. 이외에도 사외이사들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고 감사위원회를 위한 지원조직을 마련했다. 이같은 요인이 이사회 평가 점수를 끌어올렸다.
'평가개선프로세스' 항목은 35점 만점에 22점, 평점 5점 만점에 3.1점을 기록했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하고 이를 재선임에 반영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국ESG평가기준원(KCGS)에서 B+의 ESG등급을 받은 점도 좋게 평가됐다.
'경영성과' 항목은 55점 만점에 35점, 평점 5점 만점에 3.2점이다. 튼튼한 재무체력이 주된 이유다. KRX300의 평균 부채비율은 91.96%인데 LX세미콘은 23.37%에 불과하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 재무지표가 모두 평균을 상회하며 점수를 끌어올렸다.
다만 디스플레이 시장이 줄어들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은 LX세미콘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제품이다. 이 때문에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주가지수도 KRX300의 평균치를 하회했다. LX세미콘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