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올해 이사 보수 한도를 늘릴 계획이다. 두산그룹의 상장사 6개사 중 2024년 이사 보수 한도를 증액한 곳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유일하다.
다만 최근의 동향을 살펴보면 두산그룹 전체가 이사 보수를 늘리는 추세로 분석된다. ㈜두산도 지난해 이사 보수 한도를 확대한 바 있다. 주요 계열사들도 보수 한도는 유지하되 두산퓨얼셀을 제외하면 실제 지급액을 매년 늘렸다.
보수 지급 기준을 참고할 때 간판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등이 호실적을 내면서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그룹은 지주사를 필두로 통일된 이사 보수 지급 기준을 갖추고 있다. 회사의 지불 능력과 이사의 기여도 등을 고려한다.
◇훈풍 부는 두산에너, 보수한도 증액…㈜두산 뒤따른다 두산그룹은 지주사인 ㈜두산과 주요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를 필두로 보수한도 확대 흐름이 읽힌다. 지난해 ㈜두산이 이사 보수 최고한도액을 12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늘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이사 보수 최고한도액을 8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두산이 25%, 두산에너빌리티가 50%를 늘려 증가폭도 적지 않다.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의 보수한도 증액은 실적 개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은 이사 보수 지급 기준으로 활용하는 통일된 지표가 있는데 이를 참고하면 회사의 실적과 시장 경쟁력, 이사의 기여도가 핵심이다.
㈜두산을 필두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등 주요 계열사들이 같은 지표를 명시하고 있다. 연봉과 성과급은 △회사의 지불 능력 △시장 경쟁력 △근속 △회사에 대한 기여도 △직위·직책 등급 등을 고려한다. 성과급은 단기와 장기 성과급으로 나눠 지급하고 있고 주요 계열사는 인물별로 지급 배경도 명시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특히 성과를 이사들의 보수에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의 이사 보수 실제 지급액이 기여도 우선주의를 뒷받침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과 2021년 최고한도액이 80억원이었지만 실제 지급액은 12억원, 7억원에 그쳤다. 이사진을 포함해 고위 임원들이 어려운 시기에 대응해 급여를 반납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9조1301억원, 영업이익 1조4363억원을 나타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6%, 영업이익은 27.6% 증가한 수치로 주요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덕을 톡톡히 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7조5899억 원, 영업이익 1조46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주액은 8조8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국내 대형 원전과 가스터빈 수주 성공에 따랐다.
◇실제 지급액 늘려온 ㈜두산·두산밥캣 상장사인 두산퓨얼셀과 두산밥캣, 오리콤, 두산테스나는 올해는 보수 한도를 늘리지 않는다. 두산퓨얼셀이 최고한도액으로 50억원을, 두산밥캣이 80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오리콤과 두산테스나의 한도액은 각각 50억원과 30억원이다.
한도를 고정해도 실제 지급액을 늘렸고, 이사 수의 변화가 없다면 실질적인 이사들의 보수는 높아진 셈이다. 두산밥캣이 대표적이다. 최근 4년간 최고한도액을 80억원으로 고정하고 있는데 실제 지급액은 2020년 10억원, 2021년 28억원, 2022년 34억원, 2023년 46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두산도 마찬가지다. 120억원으로 최고보수액이 고정돼 있던 2020~2022년까지 매년 실제 지급액을 증액했다. 2020년 24억원, 2021년 43억원, 2022년 99억원 등이다. 최고보수액을 높인 2023년에는 118억원까지 높였다.
금액뿐 아니라 최고한도액 대비 실제 지급액의 비율도 계속 오르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사업이 잘 되면 보수를 더 높여주겠다는 등 임원진 동기부여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두산밥캣도 실적에 따른 성과급 확대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9조7589억원,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두산밥캣은 글로벌 실적 중에서도 북미 비중이 70%로 높은데 이 지역의 매출이 15%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제품 별로도 소형장비와 산업차량, 포터블파워 등이 고르게 성장했다.
◇한도·급여 확대에 수혜받는 이사진은 이사 보수 한도를 눈여겨보는 이유 중 하나는 주요 경영인, 특히 오너의 성과 지급 기준이 되기도 해서다. 두산그룹에서 최근 보수한도를 늘린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이 속해있다.
오너의 이사회 참여 여부를 떠나 지주사와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그룹의 핵심인 만큼 실적 개선에 따른 보수한도 증액의 첫 번째 대상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도 보수 한도 증액의 영향을 받는다.
박지원 부회장은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약 25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급여가 15억7000만원, 상여가 10억원 가량이다. ㈜두산은 아직 지난해 기준의 사업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았다.
실제 지급액이 늘어난 두산밥캣은 스캇성철박 두산밥캣 부회장과 조덕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내이사로 속해있다. 광고업을 맡은 오리콤도 지급액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고영섭 사장 등이 보수 대상이다. 반면 두산퓨얼셀은 지급액이 2021~2023년 매년 삭감되고 있다. 정형락 CEO, 제후석 COO 등이 현재 사내이사다.
인수합병으로 보수한도와 이사진의 수가 대폭 늘어난 계열사도 있다. 시스템 반도체 후공정 중 테스트 사업체인 두산테스나는 두산그룹 인수 전까지 2억원의 보수 한도가 고정돼 있었다. 2022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소속 이사가 감사위원 1인으로 매년 연봉액 5000만원 외의 지급액은 없었다.
2022년 4월 ㈜두산의 100% 자회사인 두산인베스트먼트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테스나에서 두산테스나로 변경하는 한편 4인의 이사 선임의 건 등을 상정했다. 보수 대상자가 대폭 늘면서 한도도 2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었고 집행 금액도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