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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된 HMM 민영화 작업(2023~2024년)

박기수 기자  2024-02-14 14:09:09

편집자주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HMM 민영화 착수

3. HMM 민영화 매각 작업 공식 시작

3.1. 인수 희망자들 등장

3.2. 하림·LX·동원 3파전

     3.2.1. HMM의 현금성자산

     3.2.2. 산은-해진공 보유 영구채 전환 이슈

     3.2.3. 유찰 가능성 언급

3.3. 하림그룹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4. 협상 결렬, 하림그룹 인수 불발

최초 문서 작성일 : 2024년 2월 14일

1. 개요접기



HMM(옛 현대상선) 민영화는 2023년 이전부터 계속 이야기가 나오던 것이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민영화 이후 HMM 역시 정상화 이후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업계에 상존해왔다. 또 산은의 BIS 비율 이슈와 HMM의 주가 상승 등으로 공적자금 회수의 골든 타임이 찾아왔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매각론이 힘을 얻어왔었다.

2. HMM 민영화 착수접기



2022년 12월 말 더벨 보도에 따르면 산은은 HMM 민영화를 위해 사전 검토에 착수했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역시 2023년 초 원하는 인수자가 있는지에 대한 더벨의 질문에 "가능하다면 HMM의 정체성을 잘 살려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며 매각이 가시화했음을 드러냈다.

2023년 1월 말 HMM의 매각이 본격적으로 닻이 올랐다. 1월 말 산은은 6개월 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하는 매각 로드맵을 발표했다.

당시 언급되던 인수 후보들은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과 뿌리가 같은 현대차그룹과 물류 사업을 키워가는 LX그룹 등이었다.

2023년 3월 말 HMM 매각 주관사와 회계 자문사가 선정됐다. 주관사의 경우 매각이 성사되기만 하면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주관/자문사 선정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매각 주관사는 삼성증권, 회계자문에는 삼일PwC, 법률자문사는 광장이 선정됐다.

3. HMM 민영화 매각 작업 공식 시작접기



2023년 7월 20일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각 공고를 내고 HMM 주식 3억9879만주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지분율은 38.9%다. 매각방식은 공개경쟁입찰이었고 예비입찰 접수 마감일시는 2023년 8월 21일 17시였다. 시행부서는 한국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1실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업전략부였다.

당시 HMM의 시가총액은 약 9조3500억원으로 지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약 5조원 수준의 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1. 인수 희망자들 등장접기



매각 공고와 함께 우오현 회장의 SM그룹이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혔다. SM그룹은 인수 가격으로 4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다만 산은 측은 HMM을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대기업에 매각하기를 원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등이 HMM의 이상적인 새 주인으로 거론됐지만 양 그룹 모두 인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하림그룹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컨소시엄을 HMM 인수전 참전을 선언했다. 이어 동원그룹과 LX그룹 역시 투자설명서(IM)를 수령,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 이외 글로벌세아그룹 역시 PEF와 손잡고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인수 검토 한 달 만에 인수전에서 빠졌다.

예비입찰 접수가 마감된 후 동원산업과 LX인터내셔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Hapac-Lloyd AG)가 입찰 접수를 완료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재무적으로 보면 독일의 하팍로이드가 인수 최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팍로이드는 2023년 상반기 말 기준 자산총계 약 45조원의 대형 선사이자 보유 현금량이 10조원이 넘는 기업이었다. 다만 국적 선사인 HMM을 해외에 넘기면 안된다는 회의론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3.2. 하림·LX·동원 3파전접기



숏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하팍로이드는 배제됐고 하림과 LX, 동원 3파전으로 좁혀졌다.

후보군이 설정된 후 업계 일부는 다소 실망한 눈치였다. 인수 대상인 HMM보다 인수 희망자인 하림, LX, 동원그룹의 덩치가 더 작다는 것이 문제였다. 수조원이 소요되는 HMM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많았다.

3.2.1. HMM의 현금성자산접기



HMM은 팬데믹 시기 해운업 대호황 시기를 거치면서 사내 현금성자산을 수조원 쌓아놨다. 2023년 9월 말 연결 현금성자산은 무려 11조5042억원. 동원과 LX, 하림그룹이 보유한 현금성자산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HMM이 보유하고 있었다.

업계에서 세 후보들을 탐탁지 않아했던 이유는 세 후보가 HMM에 쌓여있는 10조원 이상의 현금을 노리고 인수에 참여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따르면서다.

실제 이들이 HMM을 인수하는 유력한 방식으로 업계는 차입매수(Leveraged Buy-Out·LBO) 기법을 들었다. HMM 경영권을 인수한 후 HMM의 현금성자산을 이용해 인수금융 등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다만 산은 측은 당연히 이러한 방식을 부정적으로 봤다. 2023년 10월 24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 현금을 인수자가 배당으로 빼갈 수 있다는 지적에 "지나치게 사적인 용도로 쓰지 않게 하기 위해 인수기업과의 계약을 통해서 충분히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3.2.2. 산은-해진공 보유 영구채 전환 이슈접기



산은 측은 HMM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HMM이 발행한 영구채(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했다. 금리는 3%로 2023년 초 기준 영구채 잔여액은 2조6800억원이었다.

영구채는 발행 후 5년이 되는 시점에 금리가 6%로 상승하는 조항이 있었다. 팬데믹 시기 해운업 호황으로 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던 HMM으로서는 금리 상승 전 영구채를 상환하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이었고 실제 금리 스텝업이 되기 전 영구채를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채권자인 산은의 입장은 달랐다는 것이다.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높은 상황에서 HMM의 상환을 받아주면 공적자금 회수를 해야하는 산은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임 이슈에 걸릴 수 있는 문제였다. 경제 주체로서 생각해봐도 산은의 전환권 행사는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산은이라는 집단 특성은 이익을 도모하는 곳이 아니기에 일반기업 논리를 그대로 대기는 어려우나 '국책은행' 이기에 전환권 행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도 어불성설이었다.

2023년 10월 20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1조원 규모의 HMM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192회 전환사채(CB)와 193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그 대상이었다.

일부에서는 산은의 전환권 행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주식 전환으로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인수 후보들의 인수 의지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등 HMM을 인수하기에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후보자들이 영구채 이슈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다만 위에서 언급됐듯 산은 입장에서 전환권 행사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주가(당시 약 1만4000원)보다 훨씬 낮아 산은과 해진공 입장에서는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배임 이슈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식 전환 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율은 40.6%에서 57.9%로 상향됐다.

영구채 전환 이슈는 2024년과 2025년까지 이어진다. 2024년 5월과 6월, 10월, 2025년 4월에 각각 194·195·196·197회 CB의 금리 스텝업 시점이 다가온다. 잔액은 1조6800억원이다. 이 모든 영구채들이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은 71.7%까지 상승한다.

3.2.3. 유찰 가능성 언급접기



2023년 10월 24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공공기관 국정감사에 참여해 HMM 매각의 유찰 가능성을 처음으로 밝혔다. 강 회장은 "HMM 매각하는 것 우려하는 부분이 많다. 매각 적격인수자 없다고 판단 돼도 이번 입찰에서 반드시 매각할 것인가"라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적격인수자가 없다면 당연히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2023년 11월 10일 경 LX그룹이 HMM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고 알려졌다. LX는 삼덕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실사를 계속해 왔으나 자금 여력 등 상황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 인수 의지를 거뒀다.

3.3. 하림그룹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접기



2023년 12월 19일 산은 측은 HMM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다. HMM 지분율은 29.2%, 해진공은 28.69%였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19일 우협대상자로 선정된 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업을 잘해 해운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보람"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김 회장은 "팬오션 인수 때도 사람들은 승자의 저주라고 했으나 1년 뒤에는 신의 한수라고 하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수 자금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예비입찰 전에 이미 확보했다"면서 "이런 것을 하면서 인수 자금을 준비 안 해두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팬오션이 2~3조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며 하림지주가 여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점은 하림그룹이 예비입찰 당시 매각 측인 산은에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김 회장은 "영구채는 우리가 마크업 한 것이고 매수자가 매도자에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결정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3년 12월 8일 우협에서 탈락한 동원그룹이 이를 문제 삼았다. 동원그룹은 매각 측에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지적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예비입찰 당시 다른 후보들은 하지 않았던 제안을 하림은 했고, 산은이 이를 검토 중인 점을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문제삼은 것이다. 다만 약 10일 뒤인 12월 19일 동원그룹은 이와 같은 입장을 철회하고 매각사의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며 협상 과정을 관심을 갖고 지켜 보겠다고 밝혔다.

4. 협상 결렬, 하림그룹 인수 불발접기



2024년 2월 초 여전히 매각 측과 하림-JKL이 인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2024년 2월 7일 자정까지 협상을 이어가던 양 측은 결국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하림의 HMM 인수는 결렬됐다.

인수 결렬 이유는 하림이 요구한 요청 사항을 매각 측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하림은 인수 협상 과정에서 주주간 계약의 유효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림 요구를 들어주면 주주 간 계약의 모든 조항은 5년 뒤 자동 해제되고 하림은 5년 뒤부터 독립적 경영을 보장 받는다.

또 하림은 인수 파트너인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을 5년간 제한하는 조항을 완화해달라고 매각 측에 요청했다.

하림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HMM은 당분간 채권단 체제로 이어가게 됐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절차는 곧바로 재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순위 협상대상자도 선정하지 않았고 딜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되기 때문이다.
  • [1] 자본건전성 국제지표 기준인 바젤III는 주요 은행이 BIS 비율을 13%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당시 산은의 BIS 비율은 약 14~15% 수준으로 제한치에 근접해 있었다
  • [2] LX그룹 계열사 LX인터내셔널은 2023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를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증자를 통해 HMM 인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뒤따랐다.
  • [3] 이 위로는 매수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업계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오퍼라는 평가를 내렸다.
  • [4]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기업 민영화 이후 과정까지 신경써야 했다. 만약 HMM이 잘못된 주인 손에 들어가서 훗날 다시 한번 경영난에 처하게 되면 국책은행의 책임론이 다시 한 번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5] 실제 이들은 HMM 인수에 일찌감치 선을 그은 상태였다.
  • [6] HMM 현금배당 제한,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이 조항으로 담겼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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