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2024년 정기인사를 발표한 가운데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약진이 돋보인다. 그룹에서 총 2명의 CFO가 승진하며 재무부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동원산업의 지주사 전환 작업을 뒷받침한 성과와 최근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조달 계획 수립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동원은 지난달 단행된 대표이사급 인사에 이어 지난 28일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11명 규모의 인사가 발표된 가운데 백관영(사진)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이 상무로 승진했고 조정균 동원홈푸드 경영지원실장이 상무보로 신규 선임됐다.
동원은 CFO 보직을 별도로 정하지 않는다. 다만 경영지원실장이 사실상의 CFO로 재무를 총괄한다. 1970년생의 백 상무는 1989년 동원산업에 입사한 뒤 재무 쪽에서 줄곧 전문성을 쌓았다. 2019년 계열사 동원시스템즈로 이동한 후 2020년 상무보로 승진했다. 올해부터는 동원산업으로 복귀해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했다.
백 상무가 복귀할 당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에 대해 일부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낮게 책정됐다는 이유였다. 당시 기존 CFO였던 조 상무보가 동원홈푸드로 이동하며 백 상무가 실무를 맡아 대처했다.부임 두 달 만인 2023년 2월 법원이 동원산업의 손을 들어주며 소송은 일단락됐다.
이와 더불어 동원이 올해 꾸준히 추진하는 인수합병에서 자금조달 능력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동원은 올해 초 보령바이오파마와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했고 7월부터는 HMM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HMM 인수전에서는 재무적 투자자(FI) 도움 없이 계열사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비록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동원의 자금여력을 시장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신임 조 상무보는 백 상무가 동원산업으로 보직을 옮기기 전까지 동원산업의 CFO였다. 백 상무와 같이 동원에서 전문성을 쌓은 '재무통'이다.
조 상무보는 1974년생으로 충남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2003년 디엠푸드에 입사했다. 2005년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디엠푸드를 인수했고 2007년 동원엔터프라이즈 재무팀으로 이동했다. 2021년 11월부터는 부장임에도 불구하고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재무를 총괄했다.
2022년부터 진행된 동원산업의 지주사 전환 작업도 도맡아 진행했다. 주주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이를 수용하고 최종적으로 합병계약을 마무리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동원 관계자는 "백 상무와 조 상무보 모두 실적과 업무평가가 우수했기에 승진 대상에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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