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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차기 리더는

송영조 후보, '도시 농협' 핸디캡 극복 과제

⑨6선으로 조합장 후보 중 최다선…'도농상생' 공약 전면에

이기욱 기자  2024-01-24 14:09:27
송영조 부산금정농협 조합장(사진)은 25대 농협중앙회장 후보 중 최다선 조합장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20년 넘게 조합을 이끌어왔고 수많은 성과로 능력을 입증해왔다. 농협중앙회 이사와 농협중앙회 농정통상위원장 등을 지내며 전국적인 인지도도 쌓아왔다.

송 후보에게 있어 가장 큰 핸디캡은 도시농협의 조합장이라는 사실이다. 전체 조합에서 농촌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환경에서 농촌 지역 조합장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송 후보는 도농상생을 위한 공약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핸디캡 극복에 힘을 쏟고 있다.

◇역대 중앙회장 대부분 농촌 농협 출신…도시 농협 출신 이성희 회장 '유일'

송영조 후보는 지난 2002년 처음 부산금정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이후 24년동안 줄곧 조합장 자리를 지켰다. 조합장 선수는 6선으로 4명의 조합장 출신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선수에 해당한다. 첫 조합장 당선 시기는 황성보 후보(동창원농협 조합장)가 1998년으로 가장 빠르지만 황 후보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24년동안 이룬 성과도 대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부산금정농협은 송 후보가 조합장으로 있는 동안 상호금융 부분 대상·최우수상·우수상·장려상 등을 13년 연속(2010~2022년) 수상했고 같은 기간 자산건전성 최우수사무소에도 13년 연속 선정됐다.

2015년과 지난해에는 농협 최고의 상인 '총화상'을 수상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종합업적 전국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2002년 취임 직후 3000억원이었던 상호금융 예수금은 지난해 6월말 기준 1조3000억원까지 늘어났고 상호금융 대출금도 지난해 6월 1조원을 넘어섰다. 농협중앙회 이사와 농정통상위원장 등도 3년 이상 역임해 전국적인 인지도도 탄탄한 편이다.

다만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도시농협이라는 점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농민들로 구성된 조직 특성상 지역 조합들도 농촌 지역에 주로 배치돼 있다. 전체 조합 중 농촌 조합의 비중이 약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중앙회장 역시 농촌 농협의 조합장 출신 인사가 대부분이다.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만이 도시 농협인 경기도 성남낙생농협 조합장을 지냈고 정대근 전 회장(경남 삼랑진농협), 최원병 전 회장(경주 안강농협), 김병원 전 회장(나주 남평농협)은 모두 농촌 농협에서 조합장을 지냈다.

타 후보들이 농촌 농협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기호 3번 조덕현 후보(동천안농협 조합장)는 선거 공보물 등을 통해 "동천안농협은 도시농협이 아닌 농촌형 농협"이라며 "천안 외곽 동쪽에 위치한 전형적인 농촌형 농협이고 행정 구역 개편으로 외곽 천원군이 천안시에 통합됐다"고 반복해 언급하고 있다.

◇농축산물 소비자에게 조합원 자격 부여…도농, 소비·생산 역할 구분

송 후보 역시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다. 도농상생 실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농촌 농협과의 거리감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도시 농협과 농촌 농협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생산-소비혼합형 협동조합' 구현 △출자조합원제 도입 △도농공동사업 활성화 △도농교류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우선 농축산물 소비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농민만 조합원이 되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농촌 조합이 사라져가는 소멸 현상에 대응할 계획이다. 도시 조합은 정체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생산(농촌 조합)과 소비(도시 조합)이라는 역할구도도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 동시에 도시조합이 농촌조합에 출자를 하는 조합간 출자조합원제를 도입해 두 조합간의 연계성을 높일 예정이다.

도농 공동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공약들도 제시했다. 농협은행과 연계해 농촌 조합의 대도시 복합 점포를 개설하고 도농상생기금도 2027년까지 1조원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도농 공동사업에 대한 무이자 자금도 1조원 지원한다.

도농 교류 확대를 위해 농촌관광사업도 활성화하고 농촌 폐교, 양곡창고 등 유휴 공간도 도시민 문화체험공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중앙회와 특별·광역시간 도농 상생협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실제로 송 후보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연속 '도시형농협 역할지수'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도농상생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왔다. 도시형농협 역할지수는 도시 농협으로 분류된 농협이 농촌을 지원하며 도농상생 가치를 얼마나 잘 실천해 왔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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