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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빅뱅

이석용 농협은행장, 연임 변수로 부상한 '내부통제 부실'

③올해 '174억' 금융사고…중앙회장 '중대사고시 연임 제한' 엄포, 금감원 검사도 변수

최필우 기자  2024-08-16 08:03:10

편집자주

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사진) 연임 변수로 올해 발생한 금융사고가 꼽힌다. 대규모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올해 NH농협은행에서도 반복적으로 배임과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중대사고시 계열사 CEO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 당국의 지배구조 검사도 변수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NH농협금융 정기 검사를 통해 지배구조 전반을 살폈다. 농협중앙회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역량이 떨어진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농협중앙회가 금감원 지배구조 검사를 CEO 교체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10억 배임·64억 부당대출' 잇따른 악재

이 행장은 올 상반기 내부통제 부실 리스크에 잇따라 직면했다. 지난 3월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드러났다. 두달 뒤인 5월에는 6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만 총 174억원 규모로 금융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배임사고의 경우 4년 넘는 시간 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것은 물론 사후 대응에도 실패한 것이다. 이 행장 체제에서도 1년 반가량 사고를 감지하지 못해 내부통제 부실 비판에 휩싸였다.

2022~2023년 대규모 횡령 사태 발생으로 은행권의 내부통제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 재발한 사고라 더욱 뼈아프다. 2022년 우리은행에서 700억원 규모 횡령, 2023년 경남은행에서 3000억원 규모 횡령이 발생한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권 CEO에게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은행권에 사회적 이목이 쏠린 상태에서 재발을 막지 못한 것이다.

이를 고려해 강 회장은 지난 5월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CEO에게 직접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중대 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 행장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아직 중대 사고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밝혀지지 않았다.

◇지배구조 검사 놓고 중앙회·금융당국 '동상이몽'

금감원도 칼을 빼들었다. 올 상반기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했다. 금융 당국은 내부통제 부실이 발생한 배경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내부통제 부실을 초래할 만한 문제가 있었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이 문제 삼는 건 농협중앙회-NH농협금융지주-NH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농협중앙회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보니 은행업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앙회 인력이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에서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성 부족이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금융업 전문가 중심으로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 지배구조를 정립하라는 게 금융 당국의 의중이다.

농협중앙회가 금융 당국의 견해를 수용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역대 농협중앙회장 대부분 취임 후 본인과 합을 맞출 수 있는 인사로 NH농협금융 회장과 NH농협은행장 인선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의 올 상반기 검사를 CEO 교체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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