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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차기 리더는

무산된 이성희 회장 연임 시도…'농민 대통령' 레이스 시동

①농협법 개정 이슈, 막판까지 변수로…후보 8명 경쟁 확정

이기욱 기자  2024-01-17 07:46:16
농협중앙회가 4년만의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시도가 최종 무산됨에 따라 새로운 '농민 대통령'의 탄생이 확정됐다.

농협중앙회장은 220만 농업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29개의 경제·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수장이다. 8명의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현직 회장의 출마 가능성과 직선제 도입 등이 선거 구도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연임제 도입, 현직 회장에 유리…과거 사례 전원 연임 성공

이번 제 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후보자의 이력이나 그들의 선거 공약 등이 아니었다. 농협법 개정안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부터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를 '4년 단임'으로 제한하고 있는 농협법에 대한 개정을 지속 추진해왔다.

한 차례에 한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협중앙회장의 대외활동 강화 △업무수행의 연속성·안정성 보장 △다른 협동조합과의 형평성 등을 개정의 이유로 들었다.

개정안은 지난해 5월 농해수위를 통과했다. 지난 2009년 이후 14년만에 연임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1988년 2009년까지 오랜 기간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4년 임기 중임제 체제가 지속돼왔다. 그 이전에는 임기 3년 대통령 임명제로 운영됐다.

개정안에는 현 회장에 대한 소급 적용 불가 단서가 포함되지 않았다. 자연히 이성희 현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시각도 높아졌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현직 프리미엄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민선제가 도입된 이후 연임이 가능했던 시기에 농협중앙회장을 지냈던 이들은 모두 1~2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한호선 전 회장은 1988년부터 1994년까지 14, 15대 회장을 역임했고 원철희 전 회장도 1999년까지 16, 17대 회장을 지냈다.

정대근 전 회장은 2번 연임에 성공해 18~20대(1999~2007년) 회장을 지냈다. 최원병 전 회장은 21대 회장 임기 중에 4년 단임제로 법이 바뀌었지만 재임 중인 회장은 적용 범위에서 제외돼 22대 회장까지 지낼 수 있었다.

◇법사위, '셀프연임' 문제 제기…장기 계류되며 연임제 무산

이성희 회장의 연임 쪽으로 흘러가던 분위기는 지난해 말 급변하기 시작했다. 농해수위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장기간 계류됐다. 이 회장의 '셀프연임' 논란이 법사위에서 문제가 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임으로 개정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긍정적이나 현직에 계신 분이 일종의 혜택을 받고 다시 출마하게 되는 것은 사회적인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현 회장한테 (적용을) 해 줄 것이냐, 말 것이냐 이 것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여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문제가 있는 독소조항이 있는 법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이성희 회장의 연임 문제가 들어 있는 조항은 빼야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농협법 개정안은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25대 농협중앙회장 후보 등록일(1월 12일) 까지 국회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결국 이 회장을 제외한 8명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경쟁을 펼치게 됐다.

◇현직 회장 출마 가능성, 후보 준비 작업에 영향…조합장 직선제 '변수'

비록 최종적으로 무산됐지만 이성희 회장의 연임 시도는 차기 회장 선거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현 회장의 출마 여부가 후보 등록 직전까지 핵심 변수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예비 후보들이 미리 세를 모으는 출마 준비 작업이 과거 선거들에 비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전국 조합장 직선제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선거구도 예측도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20년 선거까지만 해도 300명의 대의원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뽑는 간선제 방식이었으나 2021년 법 개정 이후 직선제로 바뀌었다.

전체 조합장 1111명이 모두 투표에 참석하고 조합원 3000명 이상의 대규모 조합의 조합장에게는 2표가 주어진다. 조합원 3000명 이사 대규모 조합의 수는 141곳으로 총 투표 수는 1252표다.

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오는 25일 시행된다. 8명의 후보자가 5분 이내로 소견 발표를 하고 1차 선거를 실시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차 선거 1, 2위 후보자가 결선 투표를 한 차례 더 실시한다.

후보자 8명은 기호순으로 △황성보 동창원농협조합장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 △조덕현 동천안농협조합장 △최성환 부경원예농협조합장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지점장 △송영조 부산금정농협조합장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정병두 고양시을 선거구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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