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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빅뱅

이석용 농협은행장, '역대최대 실적' 연임 돌파구 될까

②상반기 실적 개선, 전임 행장 순익 경신 도전…호실적 바탕 연임 성공 전례도

최필우 기자  2024-08-14 07:49:43

편집자주

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사진)이 역대 최대 실적 경신에 도전한다.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개선된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임자의 실적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 행장 연임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호실적은 그의 임기 연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실적이 연임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전임 행장들의 연임 여부가 갈렸기 때문이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한 행장도 농협중앙회 리더십 교체와 맞물려 용퇴한 전례도 있다.

◇역대급 순이익 유지…수익성·자본적정성 개선은 과제

NH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순이익 1조26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조2469억원에 비해 198억원(2%) 증가한 금액이다.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되면서 이 행장 임기 중 최대 실적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 행장 취임 1년차인 2023년 순이익은 1조7783억원이다. 하반기에도 지난해 하반기 실적을 웃돌면 2년차에 1년차 실적을 넘어서는 게 가능하다.

더 나아가 NH농협은행 역대 최대 순이익에도 도전할 수 있다. NH농협은행 역대 최대 연간 순이익은 권준학 전 행장 재임 시절인 2022년 기록한 1조7972억원이다. 이 행장은 지난해 189억원 차이로 역대 최대 실적 타이틀을 아쉽게 놓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순이익 기록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 행장의 실적 경신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건 올해가 그의 임기 마지막해이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권에서는 실적이 행장의 연임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회장이 그룹 전반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행장은 영업에 집중하는 구도로 재편되면서 영업력의 척도인 실적이 연임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이 행장은 영업에 특화된 경력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 적절한 영업 전략을 수립해 역대급 순이익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지만 과당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서도 준수한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는 동시에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등 주요 재무지표를 개선하면 이 행장은 준수한 성적표를 남길 수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전)과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이 행장 임기 중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각각 9.1%, 15.43%를 기록해 전년 말에 비해 52bp, 41bp 낮아졌다. 올해 반등이 필요하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엇갈린 전임 행장 거취

역대 최대 실적이 연임의 열쇠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 행장의 전임자인 권준학 전 행장은 NH농협은행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다. 실적과 별개로 신경 분리 이후 역대 NH농협은행장은 단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호실적을 내 연임에 성공한 건 이대훈 전 행장 정도다. 이 전 행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2017년 말 NH농협은행장에 취임해 1년 임기를 부여받았고 2018년 말 추가로 1년 임기를 부여받았다. 1년 뒤인 2019년 말에도 임기를 1년 연장하며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임기 중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게 연임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전 행장마저도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용퇴해야 했다.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다. 새로 취임한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용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이나 이를 바탕으로 한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보다 농협중앙회 회장의 지배력이 NH농협은행장 선임에 더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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