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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차기 리더는

지역 안배 전통 공식 이어갈까…충청·경남 '주목'

②역대 선출직 회장, 출신 지역 모두 달라…이성희 회장 의중이 변수

이기욱 기자  2024-01-17 17:23:23
민선제 도입 이후 총 11번의 선거를 거치는 동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는 일종의 공식이 생겨났다. 전국 단위 선거 특성상 후보의 출신 지역이 득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각 지역별로 균형감 있게 회장을 배출해왔다. 지역 간 연합이 필수인 구조에 기인한 현상이다.

오랜 기간 중앙회장이 배출되지 않았던 지역으로는 강원·충청권 등이 있다. 전체적으로 영남권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25대 선거도 '지역 안배' 공식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이성희 현 회장의 의중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3개 시·도 지역 이상 추천…과반 수 득표 규정으로 지역 간 연합 필수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구조적으로 여러 지역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후보 등록을 위해서는 50인 이상 100인 미만의 조합장 추천이 필요한데 반드시 3개 시·도 이상에 걸쳐서 추천을 받아야 한다.

후보 등록 조건을 차치하더라도 특정 한 지역의 조합장들의 투표만으로는 당선이 불가능하다. 반드시 전체 투표권 총수의 과반수 득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조합 수가 많은 지역이 근소하게 유리할 수는 있지만 그 것만으로 당선을 확정지을 수는 없다. 때문에 지역 간 '합종연횡'이 역대 선거에서도 주요 포인트로 작용해 왔다.

2016년 23대 선거의 김병원 전 회장과 최덕규 전 합천·가야조합장의 연합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1차 투표 결과 김 전 회장은 91표로 이성희 회장(104표)에 이은 2위를 기록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163표로 이 회장(126표) 제치고 당선됐다. 1차 투표에서 3위(74표)를 기록한 최 전 조합장이 김 전 회장을 지지하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이러한 특성은 특정 지역이 회장 지역 출신 인사들이 회장을 독점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역대 농협중앙회장 중 선거를 통해 당선된 선출직 회장은 총 6명으로 이중 출신 지역이 겹치는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첫 민선 중앙회장인 한호선 회장(14·15대)은 강원도 원주 출신이며 원철희 전 회장(16·17대)은 충청남도 아산 출신이다. 18~20대 회장은 경상남도 밀양 출신의 정대근 전 회장이 역임했고 경북 경주 출신 최원병 전 회장(21·22대)이 그 뒤를 이었다.

23대 회장에는 전라남도 나주 출신 김병원 전 회장이 최초의 호남 출신 중앙회장 타이틀을 획득했다. 2020년 경기도 성남 출신 이성희 회장이 당선되며 서울·수도권 출신 회장도 탄생했다.

◇경남권 후보 4명으로 가장 많아…경기·경북권 표심 관건

크게는 영남권에서 두 명의 회장이 나왔고 호남, 충청, 강원, 서울·수도권에서 각각 1명의 회장이 배출됐다. 작게는 강원, 충남, 경남, 경북, 전남, 경기 출신 인사들이 각 1명씩이다. 충북, 전북 출신 회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8명의 후보 중 충북 또는 전북 출신 인사는 없다. 경남 출신이 4명(황성보·강호동·최성환·송영조), 충남 출신이 2명(조덕현·임명택), 경북 1명(이찬진), 서울 1명(정병두) 순이다.

이전과 같은 '지역 안배' 공식이 이어진다면 충청권 후보들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충청 출신 회장인 원철희 전 회장이 1999년 그만둔 이후 25년 동안 충청권 인사들은 주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다.

다만 전체적인 후보 구성은 경남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후보 수가 4명으로 가장 많고 모두 현직 조합장이다. 경남 출신 중앙회장도 2007년 정대근 조합장을 마지막으로 17년 동안 없었다.

지역간 세 대결에서는 이성희 현 회장의 의중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회장의 출신 지역인 경기도에서는 후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회장의 지지 여부에 따라 표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서울 출신 정병두 후보가 있지만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 아니다.

이 회장의 주요 지지 기반 중 하나인 경북권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과거 최원병 전 회장 아래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맡은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최 전 회장은 경북 경주 출신이다. 지난 2020년 선거에서도 경북 지역 인사들이 이 회장에게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출신 이찬진 후보가 있지만 그 역시 조합장 경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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