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HMM의 연간 배당집행액 대폭 축소 입장을 피력했다. 해운업황 악화를 감안해 배당을 줄이는 대신 사업 경쟁력 강화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취지다. 자연스레 인수 종결 이후 HMM 주주환원책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HMM은 2011년 이후 11년 만인 지난해부터 현금배당 지급을 재개했다. 올해까지 2년 동안 결산배당 재원 9000억원을 집행했다. 인수가 완료된 이후에는 5%대인 배당성향을 상향하고 중간배당을 도입하는 등의 논의 진전이 불투명해졌다.
◇작년부터 지급재개, 배당성향 5%대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HMM 주주환원책을 둘러싼 견해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복수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해운업 불황을 고려, HMM의 배당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회사 내실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HMM은 2010년대 주주가치 제고방은을 실시하지 못했다. 2016년 해운업 위기 당시 경영권이 산업은행 등으로 넘어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순손실을 겪으면서 결손금이 누적된 탓에 배당지급을 고려할 수 없었다.
주주환원정책 수립을 본격 검토한 시점은 2021년 말이다. 같은 해 5월에 5만원을 넘겼던 주가가 하반기 들어 3만원 아래로 급격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의 대책 마련 요구가 거세지면서 경영진은 배당가능이익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배당을 포함한 주주친화책을 실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운업계 호황에 힘입어 HMM은 2021년 별도기준 순이익 5조3372억원을 실현했다. 덕분에 2020년 말 4조5953억원으로 집계됐던 결손금을 해소하고 이익잉여금을 6477억원 쌓았다. 이는 지난해 초 2934억원을 들여 주주들에게 주당 600원씩 배당을 지급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2011년 초 보통주 500원, 우선주 600원을 책정해 배당을 나눠준 이래 11년 만이었다. 올해는 배당으로 5868억원을 집행했다. 한 주당 지급액을 1200원으로 정했는데 지난해 주당 600원과 견줘보면 2배 늘었다.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2021년도 결산배당 5.5%, 2022년도 결산배당 5.8%로 나타났다.
◇'소액주주 반발 무마' 차등배당 대안 모색할까
HMM은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관한 기본방침을 천명해 왔다. 올해 3분기 보고서에 '향후 시장 상황과 업계 평균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배당을 실시하겠다"며 "장기적으로 보다 구체적인 배당정책 및 배당계획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기술했다.
올해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선 김경배 HMM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배당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시 김 사장은 "중간배당, 분기배당 (지급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며 "최종 결정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지만 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수거래 종결 이후 HMM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배당 대폭 축소 입장에 부응하는 기조를 택하면 중간배당, 분기배당 지급 논의 진전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해운업황 부진으로 올해 실적이 전년대비 위축된 영향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이 70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조6918억원과 견줘보면 91.9% 줄었다.
일각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취지에서 '차등배당'을 실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등배당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에게 배당성향을 다르게 정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일반주주가 받는 주당 배당금이 대주주에 견줘 더 많은 편이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은 47.03%(2억3001만3710주)로 나타났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HMM이 시행하는 배당을 줄여야 한다는 (김 회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차원의 이야기"라며 "인수 세부조건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과제가 더욱 중차대한 만큼 HMM 주주환원책에 대해 추가 표명할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HMM 관계자도 "우선협상대상자 측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언급할 입장이 없다"며 "배당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은 자사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시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