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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자금확보 다변화 '지분매각' 기회찾는 녹십자홀딩스

①'단기차입 편중' 자금운용 제약 판단, 공정가치금융자산 650억 활용여지 관심

박동우 기자  2023-11-14 15:14:02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의약품 제조에 특화된 GC녹십자그룹의 지주사 녹십자홀딩스는 자금확보 경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지분 매각'의 기회를 계속 찾는 기업이다. 미주 권역 계열사 처분을 시작으로 한일시멘트, 뷰노 등 주요 투자자산을 틈틈이 매도했다.

단기차입에 쏠린 조달 전략이 자금 운용을 제약한다는 판단에 기인했다. 주식 처분을 토대로 실탄을 얻는 방식을 모색한 건 2020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연근 경영관리실장의 부임을 계기로 궤도에 올랐다. 650억원에 달하는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의 활용 여지에 관심이 쏠린다.

◇5년간 2조4000억 확보, 상환에 2조 투입

2001년 지주회사로 출범한 녹십자홀딩스는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에 특화된 국내외 계열사 48곳을 거느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 제외됐지만 GC녹십자그룹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면서 출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해 왔다.

녹십자홀딩스는 매출만으로 기업에 투자하고 자회사 지분을 관리하는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당, 임대료, 상표권 사용료, 경영관리 수수료 등으로 이뤄진 수익이 연간 1000억원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역시 668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체 현금 창출의 한계를 인식하고 선택한 자금 유입안이 '차입'이었다.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별도 기준으로 녹십자홀딩스가 조달한 금액은 2조3889억원이다. 외부에서 끌어다 쓴 차입금이 2조1238억원으로 전체의 88.9%를 구성했다. 5년간 금융권에서 빌린 실탄 가운데 만기가 1년 이내인 자금이 1조887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유한 빚을 갚는데 확보한 유동성의 대부분을 썼다. 2018년 이래 2023년 6월까지 상환한 금액이 누적 2조494억원이다. 같은 기간 단기성 차입을 갚는데 1조9859억원을 투입했다. 지난 5년여 동안 녹십자홀딩스 조달 정책의 지향점은 '상환'에 놓여 있었다.

빌려서 갚는 기조를 유지했지만 레버리지 압력을 완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 이래 총차입금 잔액은 해마다 3000억원을 웃돌았다. 올해 6월 말 역시 3695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2450억원으로 전체대비 66.3%를 구성했다. 작년 말 54%(2041억원)와 견줘보면 단기성 차입 비중이 반년새 12.3%포인트(p) 상승했다.

◇김연근 CFO 부임 계기 조달정책 변화

단기차입에 치우친 조달 경로를 넓히는 해법으로 주식 매각이 떠오른 건 2020년이다. 미주권역에서 혈액제제 사업을 수행하던 계열사 GCBT와 GCAM 지분 일체를 스페인 기업 그리폴스(Grifols)에 넘기면서 시동을 걸었다. 이후 GCBT와 GCAM을 거느렸던 북미법인 GCNA의 유상감자를 단행하며 녹십자홀딩스는 회수액 217억원을 인식했다.

조달 정책의 개선을 이끌어낸 인물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연근 경영관리실장이다. 김 실장은 GS칼텍스, ㈜GS 등에 몸담으며 재무와 경영지원 분야에 종사했다. 녹십자홀딩스로 합류한 시점은 2020년 1월이다.


계열사만 국한하지 않고 피투자기업으로 주식 매각 대상이 넓어졌다.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한일시멘트 주식을 매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녹십자홀딩스가 소유한 한일시멘트 지분율은 2020년 말 1.6%(10만9868주)였다.

과거 오너 허일섭 회장이 한일시멘트 창업주 허채경 회장의 다섯째 아들이라는 연결고리가 작용하면서 보유한 주식이었다. 녹십자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주식을 모두 팔아 200억원을 거둬들이는 결실을 얻었다.

녹십자홀딩스는 여세를 몰아 2018년에 50억원을 투자했던 기업 뷰노로 눈길을 돌렸다. 2022년 1월 이래 올해 3월까지 43만8000주(4.34%)를 팔아 66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6월 말까지 26만주를 추가 처분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앞으로도 자금 조달 방안으로 주식 처분을 계속 구사할 전망이다.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은 529억원,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은 120억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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