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CFO 자사주 분석

10억 보유한 카뱅 CFO, 10억 번 디어유 CFO

카카오 상장 계열사 CFO 10명 중 3명 자사주 보유, 배재현 CIO는 50주

양도웅 기자  2023-11-03 15:14:45

편집자주

솔선수범과 언행일치만큼 투자자를 설득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거나 기업가치 향상에 자신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과 경영진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투자자 소통(IR) 업무를 책임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 안팎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THE CFO가 CFO들의 보유 자사주 규모와 매매 동향 등을 살펴본다.
카카오 공동체에는 자사 주식 10억원어치를 보유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회사 주식을 매매해 10억원의 차익을 거둔 CFO가 존재한다.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자 최초 상장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이철 CFO와 올해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의 팬 플랫폼 자회사 디어유의 원용재 CFO가 그들이다.

다른 재계그룹과 달리 자사주로 높은 매매 차익을 거둔 CFO와 많은 자사주를 보유한 CFO가 동시에 있는 이유는 카카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임직원 보상으로 '스톡옵션'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특징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시가보다 저렴하게 회사 주식을 매입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이다. 이 CFO와 원 CFO도 적지 않은 수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카카오를 포함해 10개 상장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CFO 가운데 자사주를 보유한 이는 3명이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와 이철 카카오뱅크 CFO, 원용재 디어유 CFO다. 다만 배 총괄대표는 보유량이 50주로 1만주 이상을 보유한 다른 CFO들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보유량 1위' 이철 카뱅 CFO, 스톡옵션 행사 후 절반 보유 중

이철 CFO는 카카오뱅크 주식 5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 시세(2일 종가기준)로 10억1500만원어치다. 수량으로도, 가치로도 카카오 공동체에서 가장 많고 큰 자사주를 보유한 CFO다.

그는 2022년 임원(미등기)에 오르면서 그해 8월 우리사주로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 1만3710주를 인출했다. 상법상 등기임원은 우리사주 배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인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많은 기업에서 동일한 결정을 하는 미등기임원이 늘고 있다. 그 사이 2021년 카카오뱅크는 국내 인뱅 가운데 첫 번째로 상장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2022년 10월 이 CFO는 장내에서 카카오뱅크 주식 1290주를 매입했다. 회사 차원에서 추진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했다. 11월에는 스톡옵션 미행사물량인 3만5000주를 모두 행사했다. 그는 2019년에 스톡옵션으로 7만주를 부여받았다. 이 가운데 절반은 임원 승진 전에 행사한 뒤 매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는 임원 승진한 2022년에 행사했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5000원이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이 CFO는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매각하지 않고 5만주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올해 들어 카카오뱅크 주가는 약 14% 하락해 2만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스톡옵션 행사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과거 고점 대비 이 CFO의 보유주식 평가이익은 줄었다.


◇원용재 디어유 CFO, 시간외매매로 10억 매매차익

원용재 CFO는 디어유 주식 2만3490주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 CFO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자사주를 보유했다. 현 시세로 약 8억570만원어치다. 그도 스톡옵션을 행사해 자사주를 늘린 경우다. 2020년 8월 받은 스톡옵션 8만3490주를 꼬박 2년 뒤인 2022년 8월에 전량 행사했다. 이 가운데 2만주는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2022년 12월 원 CFO는 잔여 자사주 6만3490주 가운데 4만주를 시간외(단일가)매매로 매각했다. 시간외단일가매매는 장 마감 이후인 오후 4시부터 진행된다. 당일 종가 대비 최대 ±10% 내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시간외매매의 다른 종류로는 시간외(종가)매매가 있다. 이는 가격이 그날 종가(또는 전날 종가)로 고정돼 있다.

그는 시간외단일가매매를 활용해 12월20일 종가인 주당 3만200원보다 4.2% 비싼 3만1490원에 매각했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5000원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주당 2만6490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이날 거래로 원 CFO는 10억596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원 CFO는 한 차례 대규모 매각 이후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매각하지 않고 있다.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카카오 상장 계열사 중 올해 주가가 오른 2곳이다. 국내외에서 K-POP에 열광하는 팬이 증가할수록 디어유 플랫폼인 '버블'을 이용하는 인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덩달아 회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의 우려 중 하나는 카카오 공동체 임직원들이 아직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 물량이다. 해당 물량은 행사 이후 언제든 시장에 대거 쏟아질 수 있다. '오버행 이슈'가 존재하는 셈이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CFO를 포함한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장기 보유하거나 매각을 최소하는 등의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