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의 역할이 한층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그룹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 CA협의체가 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CA협의체는 실질적 콘트롤타워로 카카오그룹이 나아갈 사업방향을 조율하고 계열사를 지원한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놓고 하이브 등과 대결을 벌이던 당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CIO)는 구속되고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는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는 등 핵심 경영진이 사실상 자리를 비운 상황이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자칫 불똥이 다른 금융 계열사 등으로 튈 수 있는 만큼 CA협의체가 나서서 이런 위기를 타개하는 데 앞장 설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김정호 총괄과 권대열 총괄에 이목이 쏠린다. 김정호 총괄은 네이버 공동 창업자로 김 센터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물이며 권 총괄은 리스크 관리를 맡고 있다.
◇배재현 이어 김범수도, 금감원 ‘칼끝’ 김 센터장이 23일 오전 서울시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에 출석했다. 김 센터장은 올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이 한창 벌어질 때 2400억여원을 들여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센터장은 시세조종 의혹 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금감원은 김 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 조종을 직접 지시했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8일에는 배 CIO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 조종 혐의 등으로 구속됐는데 김 센터장도 이런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관여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올 4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올 8월 김 센터장의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그룹의 투자와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의사결정권자가 사실상 두 명이나 자리를 비우는 셈이 된다. 배 CIO는 카카오의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는 핵심적 인물이다. 김 센터장은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이라는 기치 아래 카카오 공동체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카카오미래이니셔티브 센터를 이끌고 있다.
◇CA협의체 김정호·권대열 역할 ‘주목’ 김 센터장과 배 CIO의 경영공백이 예견되면서 카카오그룹의 핵심 사업을 이끌 콘트롤타워로 CA협의체가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 CA협의체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 카카오그룹 계열사의 사업전략을 조율하고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CA협의체 산하에 공동체준법경영실이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CA협의체는 기존의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센터)를 계승하는 조직으로 2021년부터 가동됐다. 지난해 CAC에서 CA협의체로 이름을 바꿨으며 올 9월 분야 별로 논의의 적임자를 찾아 확장할 수 있는 4인 총괄 체제로 개편됐다. 카카오가 사법리스크 등을 겪는 등 각종 이슈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다.
경영지원 총괄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사업총괄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맡았으며 리스크관리(RM)는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이, 배 CIO는 투자총괄을 이끌고 있다. 이밖에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CA협의체 보드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호 총괄과 권대열 총괄의 역할에 이목이 쏠린다. 김 총괄은 김 센터장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물로 CA협의체에 합류할 때에도 카카오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김정호 총괄은 벤처 1세대의 주역으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 센터장과 삼성SDS에서 직장생활을 함께 한 인물이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중 한 명으로 NHN한게임 대표, NHN차이나 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 총괄은 2012년부터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설립해 이끌다 지난해 5월부터 김 센터장 개인의 사회공헌재단인 브라인언임팩트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권대열 총괄은 1968년생인데 조선일보를 나와 2018년 9월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실장과 ER실(대외협력실)장, CDR(기업디지털책임)랩장을 거쳐 현재 카카오 정책센터장을 맡고 있다. 2021년 카카오의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RO)에 올랐다가 올 들어 정책센터장 겸 CA협의체의 리스크관리 총괄까지 겸임했다.
이에 따라 CA협의체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식으로 경영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카카오는 이런 전망에 대해 말을 아꼈다. 카카오 관계자는 “CA협의체 조직개편이나 전자결제 시스템 개편 등은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