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2016년 전략적 투자자(SI) 관점으로 카카오뱅크에 10% 가량의 지분을 매입했다. 전략적 지분 투자를 바탕으로 빅테크 금융사와 협업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2022년 보유 물량의 대규모 매도로 현재는 지분이 4%대로 낮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재무적 투자 이익을 누리는 효과를 거뒀다. 남은 보유 지분가치 역시 평균 매입 단가를 뛰어넘는다.
◇컨소시엄 참여…전략적 '동침' 택한 CFO 국민은행은 2015년 다음카카오의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당시 국민은행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
그해 6월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발표와 함께 인터넷문은행 참여 검토를 위한 TFT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컨소시엄 참여 목적은 일명 '적과 동침'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잠재적 경쟁자를 가까운 거리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바탕이 된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 시중은행들의 경쟁 상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내부적인 관측도 주요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젊은 고객층 확보도 목적이었다. 국민은행은 고객 수는 국내 최다 수준을 자랑하지만, 확보한 고객 연층이 경쟁 은행에 비해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었다. 은행은 아니지만 업계 2~3위이던 KB국민카드의 채널을 확장하는 것도 투자 이유 중 하나였다.
재무적인 측면도 고려 요소 중 하나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후 향후 몇 년 동안은 신생 은행으로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은 데다 배당 회수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들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경우 투자 차익이 클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이에 2016년 3월 카카오뱅크 지분 10.09%를 10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약 1933억원 가량을 추가로 투입했다.
◇카카오뱅크 주가 폭락에 자본적정성 '휘청'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주가 폭락으로 국민은행은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이 국민은행의 자본적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이익이 기타포괄이익으로 잡혀 전체 자기자본에도 영향을 주는 까닭이다.
국민은행은 이런 이유로 2022년 8월 카카오뱅크 주식 1476만주를 매도했다. 이에 따라 8%이던 지분율도 4%대로 떨어졌다. 3대 주주에서 4대 주주로 관계도 재정립했다.
다행히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매도로 투자 이익을 봤다. 카카오뱅크의 한 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6081원 정도로, 898억원 가량의 원금을 약 4.7배로 불린 것이다.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주식 매도가는 2만9704원으로, 평균 매입 단가보다 훨씬 높았다.
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에 대한 의무보유확약이 해지되는 시점에 매도 실시했다면, 약 7배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만3000원대로 고점 대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IPO 전후로 기업 가치를 크게 늘렸는데, 상장 후 최고가 9만원대를 찍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민은행의 잔여 카카오뱅크 지분가치는 평균 매입 단가를 뛰어넘고 있다. 다만 남은 보유 지분은 올해 반기 기준 128억원의 평가손실 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