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에서 2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한 배영국 상무가 친정인 아시아나항공으로 복귀했다. 자리는 CFO 역할을 하는 재무담당이다. 그는 내부회계관리자로서 회사 재무제표에 대한 책임도 진다. 짊어진 책임의 무게는 무거워졌지만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크게 향상된 점은 CFO인 그에게 긍정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배영국 에어부산 상무가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 임원으로 옮겼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가운데 가장 큰 자산을 보유하고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곳이다. 배 상무는 2021년부터 약 2년간 경영지원본부장이자 사내이사로 근무했다.
에어부산 이사회는 2021년 배 상무를 사내이사로 추천하면서 "항공업과 기획·재무 분야 전문가로서 관련 분야의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회사 경영의 중요 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1969년생으로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배 상무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아시아나항공 회계팀장으로 근무했다. 2021년 에어부산 경영지원본부장에 선임되기 전에는 약 1년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관리 TF팀장으로 일했다.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인 부실 자회사들을 구조조정하는 일을 한 것이다. 회계부문 경력만 20년이 넘는 '재무통' CFO다.
배 상무가 에어부산 CFO로 선임됐을 무렵 그의 과제는 '자금조달'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된 사업인 여객 운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현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에어부산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161억원이었다. 회사 보유현금으로 운영자금과 필수 설비투자금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2년간 에어부산은 매년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덕분에 2020년 말 727억원이었던 결손금이 2022년 말 4920억원으로 확대됐음에도 재무구조를 정상화(자본잠식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리오프닝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에어부산은 올해 1분기 4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흑자 전환을 이뤘다.
올해 3월 배 상무가 친정인 아시아나항공에 CFO 역할을 하는 재무담당 임원으로 사실상 영전을 하게 된 것도 에어부산에서 CFO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에어부산에서와 동일하게 공시담당자와 내부회계관리자 등도 맡았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배 상무가 떠났을 때인 2021년 3월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다. 2020년 2718억원의 영업손실은 2022년 598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도 -4054억원에서 1조8572억원으로 향상됐다. 이에 따라 보유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도 약 1조원에서 2조원으로 증가했다.
단 그 당시 예상됐던 대한항공과 통합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독과점 우려'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대한항공에 요구하면서 통합 과정의 전 단계인 해외 경쟁당국 승인이 미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배 상무는 지배구조 변화라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CFO 자리에 앉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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