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이 한진칼 2대주주로 복귀한다. 호반건설이 지난해 팬오션에 넘겼던 한진칼 지분을 호반건설 자회사가 다시 사기로 했다. 차입 없이 자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호반호텔앤리조트를 인수 주체로 내세웠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구주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6000억원대로 늘어난다.
호반호텔앤리조트 이사회는 지난 16일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량(5.8%)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취득금액은 1628억원이다. 결정 당일 한진칼 종가(4만2200원)에서 1% 할인한 가격으로 사온다. 주식 취득에 관한 행정 처리 절차가 완료된 날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매수 절차를 끝낼 예정이다.
호반호텔앤리조트가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 호반그룹은 한진칼 2대주주로 올라선다. 이미 호반건설과 호반이 각각 한진칼 지분을 11.4%(취득원가 4607억원), 0.1%(35억원)씩 들고 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호반건설 100% 자회사다. 호반은 호반건설이 지분을 45% 보유한 종속기업이다. 한진칼 지분 16.5%가 호반건설 영향력 아래 놓이는 셈이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한진칼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만 밝혔다. 호반그룹은 지난해 3월 KCGI가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을 인수할 때부터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특별관계자 포함 28.4%)과 지분 격차는 줄지만, 조 회장이 델타항공(14.9%) 등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하림그룹 사정을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림그룹 입장에선 팬오션이 비주력 자산인 한진칼 지분을 매각해 가용 현금을 늘려둬야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투자 손실을 안고 한진칼 지분 일부(5%)를 팬오션에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1259억원이었다. 매도 당일 한진칼 종가(3만9700원)보다 5% 할인한 가격으로 넘겼다. 호반건설은 취득단가 대비 37% 손실을 봤다.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재무 전략이 필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이번에 호반건설이 팬오션에 넘겼던 한진칼 지분(5%) 외에도 팬오션이 자체 자금으로 매입한 지분(0.8%)까지 사주기로 했다. 팬오션은 10개월 만에 약 7%(105억원) 차익을 남기고 한진칼 지분을 정리한다. 팬오션은 한진칼 지분 5.8%를 매입하는데 총 1523억원을 썼다.
지난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호반건설이 아니라 호반호텔앤리조트가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는 이유도 드러난다. 이번 지분 거래 규모는 호반건설 별도 기준(이하 동일)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창출액과 맞먹는다. 호반건설은 2021년과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액이 1100억~1500억원이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유동성 관리가 중요한 시기에 함부로 투자를 집행할 수 없었다.
마침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지난해 유동성 사정이 나아져 투자 여력을 지니고 있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401억원을 달성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수익성 회복과 더불어 영업활동현금흐름도 개선했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액은 1887억원이다. 당기순이익(483억원)에 분양선수금 증가분(670억원), 재고자산 감소분(571억원) 등이 더해진 덕분이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팬오션에 지급하는 한진칼 지분 인수대금을 차입 없이 자체 자금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31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다. 지난해 유휴 현금은 '유동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에 넣어뒀다. 그해 늘어난 1904억원 규모 유동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은 모두 특정금전신탁(MMT)이다. 시장금리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기 자금 관리를 위한 상품이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리조트사업(리솜리조트 운영)과 주택사업(아파트 분양 등)을 영위한다. 앞으로 호반건설, 호반과 함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며 배당 수익을 거둔다. 한진칼은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이익 제외)의 50% 내외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배당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진칼은 지급한 현금 배당금 총액은 11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