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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색 어두워진 '더페이스샵' 돌파구는

②5000억 투입, 10년만에 흡수합병…실적 개선조치 '로드숍→H&B스토어 전환'

박동우 기자  2023-10-17 15:47:23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이 무서운 기세로 확장하는데 공헌한 업체가 '더페이스샵'이었다. 5000억원 가까운 실탄을 투입해 더페이스샵을 인수한 덕분에 제품 유통망이 한층 넓어졌다.

하지만 구매 트렌드가 온라인몰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중심으로 재편되자 로드숍(길거리 소규모 매장) 운영에 특화된 더페이스샵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쳤다.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인수한지 10년만에 흡수 합병했지만 변화 흐름을 되돌릴 수 없었다.

안색이 어두워진 더페이스샵 사업을 살리기 위해 LG생활건강은 올해 실적 개선 조치를 내놨다. 자사 단일 제품만 취급하던 로드숍 운영 체제를 벗어나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진열하는 H&B스토어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웃돈 2400억' 계상, 2014년 기점 수익성 악화일로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에 처음 관심을 드러낸 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활용품 부문과 견줘 미용제품 사업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 더페이스샵은 중저가 화장품 판매에 특화된 매장을 전국 각지에 운영하면서 로드숍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업체였다.

당시 더페이스샵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필요성을 인식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LG생활건강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인수 논의가 빠르게 진척됐다.


이듬해인 2010년 LG생활건강은 최대주주(70.2%)와 창업주 정운호 회장(29.8%)이 보유하던 더페이스샵 주식을 모두 사들였다. 지분 일체를 매입하는데 실탄 4667억원을 집행했다. 사업 결합에 따른 판매 채널 확대, 수익 증대 등을 주목한 만큼 인수 국면에서 영업권 2435억원을 계상했다.

인수 초창기 더페이스샵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할 정도로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중화권에 매장을 130여곳 열었지만 현지 사업이 부진했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사드 사태까지 겹친 2017년에는 순이익률이 마이너스(-) 0.9%를 시현하기도 했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취지에서 더페이스샵은 한때 M&A 전략도 실행했다. 2019년 1월에 493억원을 투입해 미국 업체 에이본(Avon)이 중국 광저우에 설립한 제조업체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고객사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분야로 사업 보폭을 넓히는 구상과 맞물렸다.

◇달라진 구매 트렌드 감안, 전통 사업모델 탈피

자구 노력에도 저하된 이익 창출 역량을 단번에 회복하기란 여의치 않았다. LG생활건강 경영진은 2020년에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로 돼있던 더페이스샵을 합병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조직을 본사로 통합해 비용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목적이 반영됐다.

법인을 흡수한 뒤에도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브랜드를 유지한 채 화장품 로드숍 사업을 지속해 왔다. 합병 원년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더페이스샵의 사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오프라인 소비가 과거 대비 위축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 역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H&B스토어로 쏠렸다.


LG생활건강은 전통적인 로드숍 사업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로드숍에서는 단일 회사 제품군만 판매하는 만큼 다양한 기호를 반영하는 소비자 취향에 부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로드숍을 벗어나 H&B스토어처럼 운영하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올해 7월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매장을 대상으로 맺는 계약 형태를 가맹 계약에서 '물품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채택했다. 점주들이 LG생활건강 화장품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더페이스샵 매장의 영업 지속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점포 납품 관계를 두텁게 다져 상품 판매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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