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과 세제 생산에 몰두하던 LG생활건강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기폭제는 '인수·합병(M&A)'이었다. 20년간 기업 지분을 사들이고 잠재력 탄탄한 기업을 계열사로 편입하는데 2조5000억원을 썼다. '음료·미용·해외'라는 3대 투자 방향을 설정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화장품 로드숍 운영사 더페이스샵부터 코카콜라음료, 뉴에이본 등 다양한 업체가 LG생활건강 자회사로 포진했다. 500억원에 그치던 종속기업 매출은 20년 만에 3조원대까지 성장했고 배당 수령, 지분 매각 등으로 LG생활건강이 회수한 금액은 누적 1조원을 웃돈다.
◇단일기업 인수에 5000억 투입하기도 LG생활건강이 2003년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20년 동안 LG생활건강이 기업 지분을 매입하는데 들인 금액은 2조4919억원이다. 일상소비재와 화장품 제조에 초점을 맞춘 본업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업계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업 인수로 돌파구를 열어젖힐 필요성이 부각됐다. 내수 시장에 치우친 판로를 글로벌 권역으로 넓혀 수익 창출 경로를 다변화하는 중요성도 대두됐다.
M&A는 생활용품과 화장품 제조에 국한하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2007년에 코카콜라음료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신호탄을 쐈다.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음료 지분율 90%를 확보하는데 3521억원을 투자했다.
여세를 몰아 2011년에는 차입금 1230억원을 대신 짊어지는 조건으로 해태음료(현 해태htb) 주식 일체를 단돈 1만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음료부문은 작년 말 기준으로 LG생활건강 매출의 24.6%(1조7642억원)를 구성하는 핵심 사업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른 부문의 실적 부진 영향을 상쇄하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 왔다.
화장품 사업 경쟁력을 향상하는데도 M&A가 유용한 수단으로 쓰였다. 2010년에 더페이스샵을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화장품 로드숍을 운영하는데 특화된 회사로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지분 일체를 사들이는데 4667억원을 투입했다. 덕분에 중저가 미용제품 판매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해외 기업을 발굴해 인수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2013년 1월에 3064억원을 들여 에버라이프(Everlife)를 계열사로 편입한 대목이 돋보인다. 일본 이너뷰티(미용 효과가 내재된 건강기능식품)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른 기업이었다. 2019년에는 1476억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 화장품 판매사 뉴에이본(New Avon) 경영권을 확보하는 결실도 얻었다.
◇연결 종속기업 '11배 증가' 34개사, 실적비중 '5%→47%' 투자 기조를 20년간 이어가면서 LG생활건강의 외형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관리하는 계열사 숫자가 늘어난 대목이 단연 눈길을 끈다. 2003년 말 연결대상 종속기업의 수는 △북경락금일용화학 △항주락금화장품 △LG비나코스메틱스 등 3개사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6월 말에는 34개 업체까지 불어났다.
자연스레 실적이 증대되는 건 필연적이었다. 2003년 연결기준 매출 1조1128억원 가운데 종속회사들이 창출한 수익은 55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했다. 지난해 계열사들이 거둬들인 영업수익은 3조4025억원으로 연결 매출액 7조1858억원과 견줘보면 47.4% 규모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은 경기 후퇴 국면에서도 M&A에 전념하는 방침을 유지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종속기업 주식을 취득하는데 1646억원을 집행했다. 미국 색조화장품 브랜드 업체 더크렘샵(The Creme Shop) 지분 65%를 매입하는데 1525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형 인수 사례를 계속 써내려갔다.
경영진이 인수 전략에 계속 힘을 싣는 건 투자금 회수 성과가 꾸준히 발생하는 대목과도 맞물려 있다. 20년 동안 배당금 수취와 주식 처분 등으로 LG생활건강이 확보한 금액은 1조78억원으로 집계됐다. 배당금수익이 8845억원으로 전체 대비 87.8%를 차지한다. 경영진은 회수한 재원을 토대로 새로운 기업에 투자하는 실탄으로 쓰는 등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