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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LG생활건강

'단돈 1만원'에 사들인 해태htb '환골탈태'

③'적자기업'에서 이익 내는 회사로 변화, 음료부문 주축 자리매김

박동우 기자  2023-10-18 14:35:47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단돈 1만원'. LG생활건강이 12년 전 해태htb(옛 해태음료) 지분 전체를 사들이는데 쓴 금액이다. 누적된 적자와 자본잠식으로 위기를 겪던 '부실 회사'였지만 음료 생산·유통 인프라를 주목하고 인수 결단을 내렸다.

LG생활건강은 계열사 편입 이후 해태htb를 겨냥해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책을 실시했다. 실탄 2100억원을 출자하고 결손금을 보전하는 취지에서 감자도 단행했다.

덕분에 한때 400%를 웃돌던 부채비율은 50%선 아래로 낮아지는 성과를 실현했다. 해태htb는 적자기업에서 매년 꾸준한 이익을 내는 회사로 '환골탈태'했고 LG생활건강의 음료 사업부문을 책임지는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차입금 책임지며 인수 성사, 계열사 편입후 '2100억' 출자

해태htb는 LG생활건강에 인수되기 전까지 경영난에 시달리던 회사였다. 2005년 이래 6년 동안 영업손실을 겪은 대목이 방증한다. 제조 원가율이 동종업계와 견줘 높은 점, 판매량 1위 제품이 전무한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08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자 이듬해 상반기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했지만 총자본이 2010년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당시 지분 5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아사히맥주는 해태htb의 재무적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매각 방침을 정하자 LG생활건강, 동원엔터프라이즈 등이 관심을 보였다.


신사업으로 '음료 제조'를 점찍은 LG생활건강은 해태htb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전국 각지에 냉장 유통 인프라와 영업망을 갖춘 데다 충남 천안에 대규모 생산시설이 들어선 대목이 매력적으로 인식됐다. 계열사로 편입하면 음료 시장 점유율을 기존 17% 수준에서 30%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생활건강은 2011년 1월에 아사히맥주, 롯데칠성 등 5개 주주가 갖고 있던 해태htb 지분 일체(1882만8000주)를 단돈 '1만원'에 사들였다. 헐값에 인수한 건 LG생활건강이 순차입금 1177억원을 온전히 떠안겠다고 약속한 덕분이었다.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 LG생활건강은 해태htb를 겨냥해 실탄을 지원하는데 힘을 쏟았다. 잇달아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1년(800억원)과 2012년(350억원) 두 차례에 걸쳐 1150억원을 출자했다. 2015년 해태htb가 천안복합물류센터 증축을 진행할 당시에도 950억원을 집행했다.


◇결손금 보전, 납품가 조정…부채비율 '400%→50%'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은 증자만 한정되지 않았다. 2013년에 해태htb는 감자도 단행했다. 주식 총수 3483만8000주 가운데 1881만2520주를 강제로 무상소각했다. 자본금은 1742억원에서 801억원으로 줄었다. 감자차익 1127억원 가운데 760억원이 결손금을 보전하는데 쓰였다.

영업 효율성도 한층 제고하는 조치를 실행했다. 음료부문 계열사인 코카콜라음료와 해태htb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었다. 상품 유통망을 공유하는 동시에 원재료를 두 회사가 통합 구매해 원가 부담을 과거 대비 줄였다.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납품단가(도매 공급가) 할인율도 축소했다.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해태htb의 실적과 재무상태는 확연히 달라졌다. 2009년 말 483.9%를 기록했던 부채비율은 LG생활건강이 인수한 2011년 말에 173.1%로 급격히 하락했다. 최근 5년간 흐름 역시 △2018년 말 62.4% △2020년 말 55.9% △2022년 말 49.4% 등으로 꾸준히 낮아졌다.


인수 원년인 2011년 매출은 2094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4149억원으로 나타났다. 11년 만에 2배 가까이 불어났다. 8년 연속 영업손실에 종지부를 찍고 2013년부터 영업이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2018년 이래 작년까지 5년째 순이익을 시현하는 대목도 돋보인다.

해태htb는 LG생활건강 음료(Refreshment) 사업을 떠받치는 핵심 회사로 부상했다. 지난해 LG생활건강 음료부문 매출은 연결기준 전체실적 7조1858억원의 24%를 차지하는 1조764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조5919억원과 견줘 10.8% 늘어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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