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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LG생활건강

삼세번 실탄집행, 기대에 부응한 '태극제약'

④6년간 1400억 투입, 약국화장품 앞세워 영업이익률 '0→10%' 상향성과

박동우 기자  2023-10-19 15:08:29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태극제약은 기미와 주근깨를 치료하는 '도미나크림'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업이다. LG생활건강은 2017년 인수부터 올해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1400억원 넘는 자금을 태극제약에 투입했다.

기대에 부응한 태극제약은 '약국 판매용 화장품'을 앞세워 영업이익률을 제로(zero) 수준에서 1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구현했다. LG생활건강은 자사 임원을 태극제약 경영진으로 파견하는 등 수익성 관리에 한층 공들이고 있다.

◇'더마코스메틱' 사업 맞물려, 439억에 인수

LG생활건강이 태극제약에 관심을 쏟은 건 '더마코스메틱(Derma-cosmetic)' 사업 육성과 맞물렸다. 의약품 성분을 함유한 미용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2014년에 542억원을 들여 CNP코스메틱스(차앤박화장품)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첫 발을 뗐다.

경영진이 더마코스메틱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업자들을 추가로 살피면서 '국내 최대 연고 제조사' 태극약품이 주목을 받았다. 기미 치료제 '도미나크림', 흉터 제거용 연고 '벤트락스겔' 등의 인기 제품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연고를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을 충족한 만큼 해외시장 개척도 용이해보였다.


투자 기회가 찾아온 건 2017년 하반기였다. 토니모리가 태극제약 인수를 추진했으나 우발채무를 둘러싼 이견이 발생하면서 무산됐다. LG생활건강이 원매자 공백을 틈타 태극제약에 지분 매입 의향을 전달했다. 그해 11월에 439억원을 투입해 태극제약 보통주 1563만8842주(78.3%)와 우선주 253만9100주(82.1%) 등을 사들이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인수를 마무리한 뒤에도 LG생활건강은 태극제약을 겨냥한 자금 집행을 아끼지 않았다. 2018년 3월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851억원을 지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때 들어간 실탄은 태극제약이 충남 부여에 자리잡은 공장 생산설비를 확충하는데 기여했다. 덕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를 통과해 북미 시장 수출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LG생건 인력 경영진 파견 '밀착관리'

지난해에는 111억원을 들여 태극제약 보통주 390만4523주와 우선주 40만7440주를 사들였다. 태극제약 창업주 2세인 이창구 이사가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갖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면서 LG생활건강의 추가 투자로 이어졌다. 매입을 계기로 LG생활건강이 소유한 태극제약 지분율은 91.8%에서 99.1%로 7.2%포인트(p) 상승했다.

잇달아 투자를 단행하는 동안 태극제약 실적은 우상향을 거듭했다. 인수를 단행한 2017년만 하더라도 태극제약은 영업손실 28억원, 순손실 118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인 2018년 영업 흑자로 전환됐고 △2019년 5.7% △2020년 9.3% △2021년 9.1% 등의 영업이익률을 시현했다. 지난해에는 1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매출대비 9.9% 규모였다.


300%선을 웃돌던 부채비율도 LG생활건강의 인수를 계기로 단숨에 낮아졌다. 2017년 말 390.9%에서 2018년 말 23.1%로 하락한 대목이 방증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40% 내외에서 10%대로 내려갔다. 작년 말 기준으로 차입금 잔액은 총자본과 견줘 11.4% 수준에 그쳤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을 증진하기까지 LG생활건강이 자사 인력을 경영진으로 파견하는 노력도 깃들었다. 2018년에 최승만 전 '숨 자연발효연구소' 소장과 최연희 HDB사업부장(전무)을 태극제약 공동대표로 선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이창구 사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며 발탁된 정혜원 사내이사 역시 LG생활건강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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