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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감사사항(KAM) 분석

GS건설, '1년 전' 사례와 같은 질문 받을까

올해 KAM에 '수천억 충당부채' 유력...감사인 질의에 감사위 대응 주목

양도웅 기자  2023-09-18 14:38:00

편집자주

2017년 12월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이 매분기 작성해 공시하는 감사보고서에 핵심감사사항(Key Audit Matter, KAM)을 기술하도록 '핵심감사제도'를 도입했다. KAM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중점적으로 검토한 사안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꼼꼼히 봐야 할 재무 정보가 무엇인지 KAM을 통해 알 수 있다. 2020년 코넥스를 제외한 전체 상장사로 핵심감사제도가 확산됐지만 여전히 관심 밖에 있다. THE CFO가 각 기업별 KAM과 선정 배경을 살펴본다.
올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로 GS건설의 핵심감사사항(KAM)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될 게 유력하다. 사고 수습 비용으로 총 5524억원을 손실 비용과 충당부채로 책정했는데 이 숫자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가정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회사 측에 지속해서 의구심을 제기하는 부분이 가정에 근거한 숫자들이다. 당장 유리한 결과값이 나오도록 회사가 비합리적으로 가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유사한 붕괴 사고의 책임자였던 HDC현대산업개발도 대규모 손실과 충당부채를 설정했고 당시 감사인이었던 삼일회계법인은 KAM으로 이 숫자를 꼽았다.

◇삼일, 광주 화정 사고 발생하자 즉각 'KAM'으로 충당부채 선정

KAM은 감사인이 전문가적인 판단에 근거해 당기 재무제표 감사에서 가장 유의적으로 살펴본 사항을 말한다. 전적으로 감사인이 선택하지만 회사 지배기구와 의사소통한 사항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회사 지배기구는 대개 감사위원회를 일컫는다. 다만 감사인과 감사위가 질의응답하는 자리에는 회사 측 임직원 1명이 동석하곤 한다.

재무제표에 있는 여러 숫자 가운데 감사인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회사의 추정과 가정에 근거한 숫자'다. 대표적인 게 충당부채다. 충당부채는 지출은 확실하지만 규모와 시기는 불확실하다. 충당부채로 추정한 금액만큼을 부채와 비용에 계상해야 한다. 재무구조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과소 계상할 여지가 있다.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시공사인 HDC현산은 2개월 뒤인 3월 발표한 연간 사업보고서(2021년도)에 총 사고 수습 비용으로 1754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만큼을 손실과 충당부채로 계상하자 감사인인 삼일은 회사 측 감사위원회와 논의한 뒤 지체없이 해당 충당부채를 KAM으로 선정했다.

삼일이 주목한 점 중 하나는 '재시공 비용 추정 금액의 합리성'이다. 쉽게 말해 HDC현산이 책정한 사고 수습비용이 믿을 만한지를 따져본 것이다. 당시 HDC현산은 △붕괴동 재시공 △붕괴동이 속한 단지의 재시공 △붕괴동 단지 포함 모든 단지 재시공 등 3가지 방안의 평균값을 기초로 추정했다.

HDC현산의 이러한 추정 방식과 결론에 삼일은 총 두 차례 감사위와 회의를 한 뒤 '믿을 수 있다'고 판단내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삼일의 판단은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HDC현산은 총 사고 수습 비용을 1754억원으로 발표한 지 2개월여 만에 모든 단지 재시공으로 방향을 잡고 1646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영, 일단 강조사항에 '아파트 붕괴 사고' 언급...감사위에 근거 제시 요구할 듯

현재 GS건설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도 올해 연간 사업보고서 작성시에 충당부채 5524억원을 KAM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GS건설은 지난 4월 인천 검단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4개월 뒤 발표한 반기보고서에서 사고 수습 비용으로 5524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영은 회사 감사위에 근거 자료를 요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인천 건담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GS건설 감사위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 '여성 1호 지검장' 출신으로 잘 알려진 조희진 변호사가 자진 사임한 자리에 최현숙 전 IBK캐피탈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최 전 대표를 비롯해 이희국 전 LG전자 사장, 이호영 현 연세대 교수가 감사위를 구성하고 있다.


GS건설은 충당부채 측정 과정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추가 비용이 없도록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HDC현산과 달리 조기에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고 충당부채를 책정한 점에서 확인된다. 또한 시장에서도 재시공 비용을 최대 4500억원으로 예상했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입주 지연 보상금 최대 2300억원 △재시공비 1130억원(공사도급액에 공사비 상승분 반영) △철거 비용 1000억원을 예상했다.

한영은 올해 GS건설 반기보고서의 '강조사항'으로 '인천 검단 현장 사고와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른 불확실성'을 꼽았다. 강조사항은 KAM과 달리 매분기 사업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선정한다. 한영 측은 "국토부 검사 결과에 따라 재무제표 작성시 사용된 중요한 미래 추정과 가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국토부는 전국 83곳 GS건설 현장의 안전 점검을 실시한 결과, 모두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천 검단 아파트 외에 추가로 재시공해야 할 현장은 없다는 얘기이자 다른 현장 재시공으로 추가로 쌓을 충당부채도 현재로선 없다는 뜻이.

물론 국토부 조사 결과가 인천 검단 아파트의 재시공 비용이 5524억원에서 더 증가하지 않는다는 걸 보장하지 않는다. HDC현산과 처음부터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으나 공사 자재값이 상승하고 입주 예정자들과 보상금 협의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추가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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