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과 손을 잡았다. 최근 만기가 도래한 브릿지론을 리파이낸싱하는 과정에서 금융주관사로 낙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첫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주관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도 공동주관 형태로 잔류하면서 사업성이 여전히 우수함을 입증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디씨아이파크제1호 리츠는 최근 3000억원 규모 브릿지론에 대한 리파이낸싱을 단행했다. 이 리츠는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사업의 시행을 맡고 있다.
금융주관사는 우리투자증권이 맡았다.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통해 지난 8월 출범한 증권사다. 10년 만에 다시 등장한 우리금융그룹 소속 증권사가 주관한 리파이낸싱인 만큼 우리은행을 비롯한 계열사가 브릿지론 조달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후 이제 한 달이 지난 점을 감안하면 우리투자증권의 첫 부동산 PF 금융주관 딜로 풀이된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기준으로도 우리투자증권이 다른 부동산 PF 금융주관을 맡은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투자증권이 첫 부동산 PF 금융주관으로 용산 철도병원 개발사업을 선택한 배경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높은 신용도가 자리한다. 브릿지론을 리파이낸싱하는 과정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채무인수 약정 형태로 신용을 보강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신용보강에 따른 우발부채 부담 없이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시공사가 직접 에퀴티를 투입한 점도 대주 입장에서는 신뢰도가 높아지는 요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시행을 맡은 리츠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자기자본을 투입해 자체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다른 사업지보다 우선적으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65-154번지 일원에 주거복합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지하 6층~지상 33층 규모로 공동주택 총 602가구가 조성된다. 2019년 한국철도공사와 2123억원에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리츠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분양이 아닌 임대주택 형태로 개발할 예정이다. 분양을 통한 1회성 수익이 아닌 임대운영을 통한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착공 시점은 2025년 상반기다. 별도 분양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여타 개발사업 대비 본PF 조달 규모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브릿지론 금융주관을 맡았던 미래에셋증권이 잔류한 점도 호재다. 통상 금융주관사 교체는 시장에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사업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는 기존 금융사의 이탈은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대규모 본PF 조달을 앞두고 있는 용산 철도병원 개발사업은 이같은 해석이 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2021년 6월 브릿지론 대출약정을 체결하고 3년 넘게 브릿지론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브릿지론 리파이낸싱을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공동으로 주관했다. 내부사정을 잘 아는 기존 금융주관사가 보기에도 사업성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 셈이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이번 딜을 시작으로 우리투자증권이 PF 시장의 큰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소속 증권사인 만큼 다양한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을 조달할 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풍부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고유자본(PI) 직접투자도 활발하게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은 10년 내 자기자본 5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조원 규모 계열사 공동펀드 조성에도 부동산 개발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고속성장 지원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성하고 있는 펀드다. 해당 펀드는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은 물론 부동산금융 분야에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