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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 사태 GS건설, '중립 기어'에서 국토부 탓 '후진'

10년 내 최저 수준 주가, 사고 직후보다 정부 발표 후 더 큰 반응

신상윤 기자  2023-08-25 15:41:1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논란이 예상되는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온라인상에서 '중립 기어'라는 신조어가 자주 보입니다. 현상 그 자체만으로는 섣불리 옳고 그름 혹은 찬성이나 반대 입장에 서기 어려우니 공적 혹은 제3자의 평가가 나오기 전까지 판단을 보류하는 것입니다.

올해 주식 시장에서 GS건설의 주가 흐름을 보면 투자자들의 행보도 중립 기어에 놓여 있다가 급격히 후퇴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GS건설 주가는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계열을 2010년대까지 넓혀봐도 올해 7월 10일 기록한 1만3370원은 역대 최저입니다.

주가가 역대급으로 낮아졌지만 최근 이슈와 맞물린 변동 추이를 들여다보면 다소 독특합니다.

GS건설의 주가 하방 압력은 올해 4월 29일 인천시 서구 검단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에서 기인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토요일 오후 늦은 11시. 주말을 낀 날인 데다 근로자의 날까지 겹치면서 사고가 발생한 날을 포함해 주식 시장은 사흘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주식 시장이 열린 5월 2일 GS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인 4월 28일보다 5.09% 빠진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다음 날인 5월 3일에도 전날보다 주가는 1.95% 빠지는 데 그쳤습니다. 이후 이틀 종가는 다시 오르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4월 28일)과 같은 주가인 2만1600원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발행한 지 50여일이 지난 7월 6일 GS건설 주가는 급락합니다. 전날보다 3510원(-19.47%) 줄어든 주가는 연일 내림세를 이어가다 7월 10일 바닥을 찍습니다. 횡보하던 주가가 갑자기 급락한 것은 왜일까요. 주가가 급락하기 전날(7월 5일) 국토교통부의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주가 하락은 심하지 않았는데 한참 후에 낙폭과대를 보였던 셈입니다. 국토부가 '일벌백계'를 외치자 비로서 악재에 대한 주식 시장 반응이 극명하게 갔던 셈입니다.

어쨌든 공적인 주체에 의해 진행된 특별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온 뒤 GS건설은 즉각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내고 전면 재시공 등을 약속했습니다. 이어 이튿날 GS건설은 올해 상반기 결산에서 약 5500억원을 손실로 반영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도의적 책임을 넘어 손익지표에도 영향을 미치는 내용입니다. 당연히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고 GS건설 주가는 지금까지도 하방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Industry & Event

주식 시장 안에서 건설업계만 좁혀보면 GS건설의 주가 추이는 그동안 썩 나쁘진 않았습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GS건설의 주가 추이는 건설업 지수와 유사하게 움직입니다. 지난 3년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유사한 움직임 속에서 GS건설 주가는 건설업 지수보단 상당 기간 상단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건설업 지수와 본격적으로 역전된 시점이 올해 7월입니다. 국토부 발표와 GS건설의 5500억원 손실 반영이 기점입니다.


사실 건설산업은 최근 금리 인상과 저조한 분양 시장 분위기 등이 맞물리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GS건설은 올해 건축·주택 부문에서 △방화5재정비촉진구역 재건축정비사업(5214억원) △도마변동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사업(3889억원) △능곡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3804억원) △대전 대사동 1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2280억원) 등을 수주하며 경쟁력을 자랑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브랜드 '자이'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 반영된 결과란 설명입니다. 실제로 사고 이후 공사비 관련 이유로 시공권을 반납한 사례(2건)를 제외하면 GS건설과 계약을 취소한 사업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적도 나쁘지 않습니다. 손실로 5500억원을 반영하면서 적자 전환했지만 매출액만 보면 올해 상반기 GS건설은 전년동기대비 29.2% 증가한 7조8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플랜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부문에서 성장했습니다.


하나 남은 걱정이 있다면 신용등급입니다. 건설업에서 신용등급은 대규모 재원을 차입 형태로 마련하는 만큼 이자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선 GS건설 신용등급과 관련해 추가 공사원가 부담과 손해배상, 행정처분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풍부한 자본완충력과 영업이익 창출력을 보유한 만큼 타 사업장 및 부동산 PF 차환 상황 같은 부분을 모니터링해 검토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신용평가사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현재 GS건설의 3대 신용평가사 등급은 'A+/안정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토부가 GS건설의 전국 83개 공사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앞서 인천 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경우 신용등급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Market View

시장 전망은 썩 밝진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국토부의 GS건설 전국 83개 공사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해 7월 크게 꺾인 GS건설의 주가 추이는 최근 일주일 소폭 오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증권사 리포트는 최근의 주가 흐름과 달리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올해 7~8월 발표된 GS건설 관련 증권사 리포트 대부분은 국토부의 전수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판단해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입니다. 목표 주가도 1만5000~1만8000원 수준에 그칩니다. 투자 의견을 낸 증권사로는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 등 일부만 있습니다. 유안타증권도 불확실성 해소가 관건이라면서도 목표 주가를 2만2000원으로 높게 유지했습니다.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직후엔 매수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이와 관련 가장 낮은 목표 주가(1만5000원)를 낸 신한투자증권은 충당금 및 보수적 프로세스 반영으로 실적이 부진했다며, 3분기 이후 실적은 개선되겠으나 신사업 투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만큼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와 관련 올해 7~8월 투자자 변화를 보면 기관이나 외국인 주주들의 GS건설 거래량은 마이너스(-)인 순매도 경향을 보입니다. 반면 개인 주주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같은 기간 GS건설 매수에 집중하며 기관이 던진 물량을 받아 가는 모습입니다.

◇Keyman & Comments

GS건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사실 GS건설이 현재로선 대응할 방법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국토부 결과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섣부르게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GS건설의 IR활동이 그다지 적극적이진 않아도 주주친화 정책에선 나쁘진 않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현재 GS건설은 김태진 CFO를 수장으로 재무본부 산하에 경영관리담당과 재경담당, 금융담당 등으로 조직을 꾸려뒀습니다. 공시 및 주주 대응을 담당하는 IR팀도 별도로 있죠.

김태진 CFO는 1962년생으로 GS건설 내 부사장 직함을 달고 있습니다. 등기 임원은 아니지만 2002년 GS건설에 입사해 20년 넘게 한솥밥을 먹고 있어 업무 전반을 꿰뚫고 있는 데다 위기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GS건설 사업부문 안에서도 플랜트부문(권혁태 전무)이나 인프라부문Ⅰ(이원장 전무)보다 직급상 위에 있는 이유도 기저엔 이런 변수에 대응하라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CFO는 2013년 영입된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과 근무도 같이 했습니다. 또 GS그룹의 오너인 허윤홍 사장이 재무팀장으로 근무할 때 김 CFO는 세무회계팀장으로 근무하며 손발을 맞췄습니다.

김 CFO는 최근 주주 대상 배당 규모를 크게 늘려왔습니다. 2022~2023년에는 주당 배당애은 1300원으로, 2018년 주당 300원에서 4년 만에 6배 뛰었습니다. 올해 시가배당율은 2018년 이후 역대 최고치인 5.7%에 달합니다. 배당금액도 지난해와 올해 1100억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배당에도 인색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IR팀과의 연락은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GS건설이 대외적으로 IR 행사에 참여한 것은 지난해 9월이 마지막입니다. 물론 공시하지 않은 소규모 IR 활동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일련의 활동이 주가 하락세를 되돌리기엔 아직 성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의 GS건설 전국 사업장에 대한 전수 조사가 발표되기 전까진 주가는 지금과 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관건은 이후의 주가 향방입니다. 올해 7월의 주가 변동폭이 그렇듯 국토부 전수 조사 결과에 GS건설의 올해 주가 추이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풀이됩니다.

GS건설 관계자는 "기관과 많은 투자자분들께 관련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을 드리고 있다"고 일련의 활동에 대해 함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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