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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쏘아올린 SK이노 신용도, 국내 향방은

S&P·무디스 신용등급 상향, 차입금의존도 등 지표 관리 과제

문누리 기자  2023-09-18 15:16:42

편집자주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기업의 크레딧은 자금 조달의 총괄자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핵심 변수다. 크레딧이 곧 조달 비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THE CFO는 기업 신용등급의 방향성을 좌우할 CFO의 역할과 과제를 짚어본다.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하고 배터리 사업 수익성 개선도 기대되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SK이노베이션 신용도 평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S&P는 기존 'BBB- 크레딧 워치 네거티브'에서 'BBB- 네거티브'로 확정 발표했고 무디스도 SK이노베이션 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서도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재무부담 변화와 배터리 사업 실적 안정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입금의존도 등 신용등급 관련 지표에 일정 수준이 충족되면 향후 국내 신용등급 추가 변동도 가능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BBB- 네거티브(Negative)'로 확정해 발표했다. 기존 신용등급은 'BBB- 크레딧 워치 네거티브(Credit Watch Negative)'였다.

크레딧 워치는 S&P가 90일 이내에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겠다는 의미로 자칫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신호였다. S&P는 SK이노베이션의 1조14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됐다고 평가하며 기존 신용등급으로 복귀시켜줬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14∼15일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에서 67.77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 규모는 9조5000억원이 넘었다. 다만 11∼12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약에선 청약률 87.66%을 기록했으나 S&P에서 이번 유상증자를 전반적으로 흥행으로 평가한 셈이다.

여기에 S&P는 SK온의 수익성 개선 전망도 반영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영향이다. 예컨대 AMPC 수혜 규모를 올해 6500억∼7000억원, 2024년 8500억∼9000억원, 2025년 1조5000억∼1조7000억원으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2024∼2025년 5조8000억∼6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Baa3'으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무디스도 SK온에 대한 IRA AMPC 수혜와 운영 효율성 개선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수익성 개선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AMPC 영향으로만 2년 동안 1조3000억원 규모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무디스가 주목한 건 EBITDA 대비 부채 비중이었다. 2018년 무디스 신용등급 'Baa1, 안정적'을 기록한 이래 SK이노베이션은 신용등급이 계속 하락해왔다. 2019년 처음으로 신용등급 전망 네거티브를 기록한 이래 등급마저 Baa2, Baa3 등으로 내려왔다.

이 기간 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중도 악화됐다. 별도 기준 2021년 0.9배였던 순차입금/EBITDA는 2022년 2.1배, 올해 6월 말 2.4배 등을 기록했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조정 EBITDA가 2022년 5조원에서 올해 4조원으로 감소했다가 내년 5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EBITDA 대비 순부채도 내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올린 것이다.

순차입금/EBITDA는 국내 신용평가업체 3사도 신용등급 변동 시 대표적으로 고려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를 3배 미만으로 유지하면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현재 2.4배 수준에서 이를 유지한다면 등급 업그레이드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7배 초과하면 하향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좀 더 타이트하게 2.5배 이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전망될 경우 등급 상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5배 초과 시 하향 조정을 검토하게 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차입금의존도도 함께 등급 변동 지표로 중요하게 보고 있다. 차입금의존도가 27.5% 이하일 경우 등급을 상향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순차입금/EBITDA 지표로는 2배 미만을 상향 기준으로 본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아직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한 상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국내 신용등급은 'AA0, 안정적'이다. 직전 신용등급은 'AA+, 부정적'이었다가 2020년 9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한 차례 내렸고 2021년 4월 한국기업평가도 하향 조정했다. 당시 재무안정성 악화와 유가 하락, 정제마진 부진으로 인한 영업손실 등이 하향 조정의 이유였다.


이같이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비슷한 시기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김양섭 재무본부장의 역할도 커졌다. 배터리시장에서 SK온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자금조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향을 방어할 만큼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김 본부장의 선택은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끌어온 자금 일부를 채무상환에 쓰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대규모 투자는 그대로 진행하되 차입금 관리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차입부담을 줄이면서 순차입금까지 감소하는 '일타이피' 효과다.

반면 주주 입장에서 유상증자는 주식가치를 희석시키기에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그나마 성장을 위한 사업 투자에만 자금을 투입한다면 주가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처럼 유상증자 금액 일부를 채무상환에 투입하는 방식은 주주로선 마냥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김 본부장은 이 같은 리스크를 무릅쓰고 유상증자 전략을 택했다.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오히려 S&P와 무디스 등 국제 신용도를 회복하면서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SK온의 수익성 개선 전망과 더불어 김 본부장 등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반영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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