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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CP 활용법

조달수단 '다각화' SK온, CP 잔량도 확대

'글로벌 IB 경력' 김경훈 CFO 선임 이후 CP 증가, 신종자본증권·PRS도 발행

안정문 기자  2024-10-18 10:06:28

편집자주

기업들은 각사 재무전략에 따라 부채자본시장(DCM)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을 활용, 만기 구조를 분산시켜 신용을 관리한다. CP의 경우 발행사 입장에서는 공시의무가 없고 증권신고서 제출을 하지 않아도 돼 빠르게 단기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CP의 발행과 상환 정보, 그 뒷 배경 등에 대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더벨은 각 기업들의 CP 활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SK온이 기업어음(CP)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에만 발행잔량이 1조원 넘게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267.8% 증가한 것이다. 차입 규모가 불어나면서 덩달아 커진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SK온은 김경훈 부사장이 CFO로 선임된 이후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성증권과 파생상품, 장기단기 차입금 등 다각도에서 조달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8월 이후 매달 4000억 이상 CP 발행

18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SK온은 11일 40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364일물 300억원, 6개월물 100억원으로 구성됐다. SK온은 이번달에만 5번에 걸쳐 4200억원어치 CP를 발행했다. 7월에는 400억원, 8월에는 4750억원, 9월에는 4600억원을 찍었다. 8월부터는 매달 4000억원 이상 물량을 찍어내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SK온은 빠르게 CP 발행잔량을 늘려가고 있다. SK온의 CP 발행잔량은 지난해 말 4250억원에서 올해 1분기 6000억원, 상반기 1조2200억원, 이날 기준 1조5630억으로 확대됐다.

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금융비용을 관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SK온 연결기준 금융비용은 4016억원이다. 지난해 연간(4982억) 수치와 비교하면 반년만에 지난해 전체 금융비용의 80.6%의 금융비용이 발생했다. 순금융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순금융비용은 335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3652억원)의 91.7% 수준이다.


◇재무건전성 방어 및 비용 절감 위해 수단 총동원

SK온은 대규모 CAPEX 여파로 차입금이 늘고 금융비용 부담도 커지자 CP 활용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P는 단기차입인 만큼 통상 회사채보다 금리 등 금융비용이 적다.

SK온의 재무건전성은 투자와 적자의 여파로 계속 나빠지고 있다. SK온은 올 상반기에만 자본적지출(CAPEX)로 5조원을 썼는데 올해 7조원대의 투자가 이뤄질 계획이다. SK온은 2021년 3102억원, 2022년 1조727억원, 2023년 58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출범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7916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이에 자본성 조달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보통주 1803만1337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전체 발행 주식 수의 3.7% 규모로 분석된다. 신주 발행 가격은 5만5459원, 전체 유상증자 규모는 약 1조원이다. 납입일은 15일이다.

유상증자로 발행한 신주는 PRS 계약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된다. PRS는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 또는 손실을 산정하는 파생상품이다. 재무적 투자자는 수수료 수익과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고 SK온은 자산유동화로 자금을 확보하는 구조다.

지난 6월에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도 발행했다. 두달 만에 발행을 확정짓는 등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실상 증권사들이 자기자본투자(PI)를 통해 물량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인 탓에, 각 증권사의 내부 심사 문턱을 넘기 까다로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의 CFO를 맡고 있는 김경훈 부사장은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자비용을 최소화하고 재무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여러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사장이 SK온에 오기 전, 2022년 SK온의 CP 발행잔액은 0원이었다. 김 부사장은 2022년 10월 SK온에 합류했다.

김경훈 부사장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영입한 인물로 IB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최 부회장과 같은 미국 브라운대학교 출신으로 콜롬비아비즈니스스쿨 MBA를 거쳤다. 김 부사장은 1999년 미국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에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후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을 거쳐 BoA메릴린치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근무했다. 한국SC은행에서는 글로벌기업 금융부문장으로 근무했다.

SK온 관계자는 "CP는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라며 "경영활동상 정상적 자금조달 활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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