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그룹은 3세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지분 이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납부 중인 증여세, 그리고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이 아들에게 물려주지 못한 지분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재원 마련 이슈는 화승네트웍스에도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화승네트웍스는 애초 배당이 뜸했던 기업이다. 지급시기 기준으로 2010년 6억원, 2016년 35억원을 배당한 것을 빼곤 십여년간 배당이 없었다. 하지만 2020년 50억원, 2021년 100억원을 풀면서 갑자기 배당을 확대했다.
돌연 배당을 늘린 이유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있다. 화승그룹은 2020년 말부터 화승R&A 인적분할을 추진했다. 사업 지주회사 형태를 띠는 화승코퍼레이션(존속법인)과 자동차 부품 사업회사인 화승R&A(신설법인)를 나누는 방식인데, 2021년 초 분할이 마무리됐다. 화승코퍼레이션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화승네트웍스가 배당을 확대한 시기다.
이에 앞서 화승R&A는 2020년 8월경 100% 자회사인 화승엑스윌을 합병하고, 또 다른 완전 자회사 화승T&C를 투자 사업부문과 자동차부품 사업부문으로 분할하기도 했다. 연이어 화승R&A까지 분할을 추진하면서 승계를 위한 재편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화승그룹은 2008년부터 승계를 준비해왔다. 우선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의 장남 현지호 총괄부회장이 자동차부품과 소재, 무역사업을 주도하고 차남 현석호 부회장이 화승인더스트리를 축으로 신발 ODM과 정밀화학 사업을 책임지는 구도가 결정됐다. 그리고 화승R&A의 주주 계열사들이 수년에 걸쳐 보유지분을 현지호 부회장에게 팔아 최대주주로 등극시켰다.
화승R&A가 분할한 것 역시 자동차부문 컨트롤타워를 마련, 사실상의 지주회사 체제를 이루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2세 현승훈 회장으로부터의 지분 이전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분할 이후 화승R&A와 화승코퍼레이션은 현 회장이 2대주주로서 각각 지분을 13.5%씩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현승훈 회장이 화승코퍼레이션 지분 전량(13.5%, 674만8364주)을 장남에게 무상증여로 넘겼고 현지호 부회장의 지분은 35.4%로 확대됐다. 현 회장이 가지고 있는 화승R&A 지분(13.5%) 역시 머지 않은 때 현 부회장에게 물려줄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현 부회장은 화승R&A 지분 21.96%를 소유 중이다.
문제는 증여세다. 현 총괄부회장은 작년 있었던 화승코퍼레이션 지분 수증 이후 같은해 7월 이 회사 지분 10.99%를, 10월엔 1.30%를 용산세무서에 담보물로 공탁했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지난달 말 지분 6.76%를 담보로 맡기고 약 22억원을 추가로 대출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주식 상속·증여의 경우 법정 최고세율(50%)이 적용된다. 경영권 승계가 수반되는 대주주 지분에는 20% 할증이 적용돼 실질세율은 60%다. 증여세가 증여일로부터 60일 이전~60일 이후(120일) 종가의 평균으로 정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부회장이 납부해야하는 증여세는 7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선 현 부회장이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화승코퍼레이션의 배당 규모를 키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자기주식 비중이 11.28%( 564만6010주)로 높은 만큼 최대주주 입장에서 배당을 받기 유리하다. 배당은 자사주를 제외하고 지분율을 따져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배당을 건너뛴 화승네트웍스도 추후 배당을 재개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화승네트웍스는 2021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68억원을 기록했는데 1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이 빠져나가면서 그 해 잉여현금흐름(FCF)이 -305억원까지 떨어졌다. 작년의 경우 영업현금이 플러스 전환하긴 했으나 소규모(30억원)에 그쳤다. 올해 역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배당 여부가 재무 안전성에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