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그룹은 고무신 생산으로 출발해 차량용 고무부품, 스포츠 패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기업집단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은 화승코퍼레이션이다.
화승코퍼레이션의 정점에는 '오너 3세' 현지호 총괄부회장이 서 있다. 현 총괄부회장은 10년간 지분율을 2%대에서 35%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최대주주 지위를 공고하게 다졌다. 블록딜을 통해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고 부친 현승훈 회장의 주식을 물려받은 결과다.
◇경영권 승계 맞물린 과정, 화승코퍼레이션 지분 35%로 확대 화승코퍼레이션은 산업용 고무부품을 생산하는데 특화된 기업이다. 1978년에 출범한 이래 빗물·먼지의 차내 유입을 방지하는 웨더스트립, 유압원을 차량 장치에 전달하는 고무호스를 제조했다. 현대차, 기아, 폴크스바겐 등 국내외 완성차 메이커에 납품하면서 입지를 다졌고 국내 특수고무업계 1위 사업자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회사 최대주주는 창업주 3세 현지호 총괄부회장(
사진)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화승코퍼레이션 전체 주식의 35.44%(1773만7275주)를 보유했다. 현 총괄부회장은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현 총괄부회장이 화승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과정은 그룹 경영권이 승계되는 국면과 맞물렸다.
현 총괄부회장의 지분 확보가 궤도에 오른 건 2013년이다. 그해 10월 현 총괄부회장은 139억원을 들여 화승T&C가 보유한 화승코퍼레이션(당시 화승R&A) 주식 94만2938주(14.61%)를 매입했다. 단숨에 소유 지분율이 2.32%(15만주)에서 16.93%(109만2938주)로 뛰어올랐고 2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여세를 몰아 2014년 7월에는 31억원을 투입해 화승이 보유한 화승코퍼레이션 주식(48만7000주) 가운데 9만5970주도 사들였다. 거래를 계기로 현 총괄부회장 지분율은 18.42%(118만8909주)로 집계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화승은 2015년 4월 잔여 지분 1.56%(10만1030주) 일체를 현 총괄부회장에게 처분했다.
2020년 이래 현 총괄부회장의 지분율 상향에 기여한 주체는 부친 현 회장이다. 2020년 5월에 현 회장은 현 총괄부회장에게 화승코퍼레이션 주식 225만9642주(3.50%)를 물려받았다. 2022년 5월에는 갖고 있던 지분 674만8364주(13.48%)를 전부 넘겨주면서 증여 행보를 마무리했다.
◇17년째 이사회 참여, 'R&A·인더·네트웍스' 지분보유 지난 10년여 동안 현 총괄부회장이 보유 지분율 상향에 몰두한 건 화승코퍼레이션이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라는 정체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에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투자사업부문과 산업용고무 및 소재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 총괄부회장은 2007년 이래 17년째 화승코퍼레이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내이사 5인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 일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에서 위임한 △투자 △채권·채무 △영업·생산활동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조직이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화승R&A(11.27%) △화승인더스트리(9.98%) △화승네트웍스(100%)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화승R&A는 2021년 3월에 인적분할로 출범했다. 존속법인인 화승코퍼레이션은 자회사 관리, 신사업 투자, 산업용 고무제품 제조를 전담하고 신설법인인 화승R&A가 자동차 부품 사업을 맡았다.
화승인더스트리는 화승코퍼레이션 지분율 9.26%(463만2820주)를 소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지분을 10%씩 상호 보유하는 관계를 형성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스포츠 패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에 주안점을 맞춘 기업으로 현 회장의 둘째아들 현석호 부회장이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