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매직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41.4%, 일반적인 제조업 기업 기준 낮지 않은 부채비율이다. 순차입금비율은 187.5%로 높은 편이다. 동양그룹에서 SK그룹으로 넘어온 이후 오히려 부채 관련 지표가 모두 상승하는 중이다. 렌탈 사업을 중심으로 매년 꾸준히 돈도 벌고 누적 계정 수도 늘어가는데 재무구조는 왜 도리어 악화 중일까.
힌트는 SK매직의 경영 전략에 있다. SK매직은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고객에게 빌려주는 '렌탈 사업'과 가스레인지 등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가전 사업'이 두 축이다. 이중 중심 사업은 렌탈 사업이다.
렌탈 사업은 주어진 기간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회수한다. 예컨대 정수기 한 대를 3년 간 100만원에 렌탈해준다고 했다면 1년에 33만3000원씩 회수가 가능하다. 렌탈 연수가 짧을수록 SK매직에 들어오는 현금도 늘어나고 전체적인 현금흐름도 원활해진다.
그런데 약 3~4년 전부터 SK매직의 경영 전략에 일부분 변화가 있었다. 대여 기간을 3년이 아닌 5~6년으로 점차 늘렸다. 고객을 좀 더 잡아두는 '락인' 전략을 펼친 것이다. 또 정수기 외 상대적으로 값비싼 전자제품의 경우 대여 기간이 늘어날 수록 고객도 그만큼 부담이 줄어들기에 SK매직은 장기 렌탈 서비스의 비중을 점차 늘려갔다.
렌탈업계 관계자는 "3년 이상 장기 렌탈 서비스 비중 확대는 SK매직을 포함한 국내 렌탈 업계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니 SK매직으로 들어오는 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신규 계정은 늘어나고 제품 제조는 늘어나는데 회사로 들어오는 현금흐름은 이전보다 막혀있으니 답은 차입 뿐이다. 렌탈 업계 기조가 바뀌기 시작한 2020년부터 SK매직의 차입금이 늘어난 배경이 여기에 있다.
2019년 말 연결 기준 3355억원이었던 SK매직의 총차입금은 2020년 말 4347억원, 2021년 말 6134억원, 작년 말 7455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말에는 7588억원을 기록 중이다.
금융기관 차입금이 늘어나니 이자비용도 덩달아 늘어난 모습이다. 작년 연결 기준 SK매직의 금융비용은 180억원이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59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났지만 다행히 영업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으로 대응이 가능해 보인다. 올해 상반기 SK매직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로 99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는 336억원을 기록했다.
신용평가사에서도 SK매직의 차입 증가를 일반 제조업의 재무부담 증가와는 다른 결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6월 정기평가 보고서를 통해 "SK매직은 신규 계정 유치 과정에서 금융리스 방식 판매 증가로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되면서 순차입금 및 재무레버리지가 증가하고 있다"라면서 "다만 렌탈 부문에서 창출되는 안정적인 현금창출력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SK매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으로 A+를 부여하고 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