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기업에도 통한다. SK네트웍스의 자회사 SK매직의 이야기다. SK매직의 전신은 동양매직. 10년 전 그룹 해체 위기에 놓여있었던 동양그룹 소속의 계열사였다. 현재 SK매직은 SK그룹에서 조용히 성장 중인 '캐시카우'로 거듭났다.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동양그룹은 최우선 매각 대상 계열사로 동양매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이 탄탄하고 당시 가장 매력이 있었던 매물이었다. 2014년 5월, SK매직은 NH PE-글랜우드 컨소시엄에 약 3200억원에 매각됐다.
컨소시엄 인수 이후 동양매직은 주방용 가전 제조에서 렌탈 사업으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겼다. 렌탈 부문 성장으로 전사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컨소시엄 체제에서 동양매직은 조금씩 변신해갔다.
컨소시엄은 2년 뒤인 2016년 바로 엑시트 작업에 착수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도 고민했지만 컨소시엄의 결정은 '매각'이었다. 현대백화점그룹, CJ그룹 등 굵직한 원매자들이 군침을 흘렸지만 SK네트웍스가 최종 인수자로 낙점됐다. 2016년 말, SK네트웍스는 동양매직의 지분 100%를 6100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SK매직'으로 바꿨다.
SK그룹의 상사 회사 이미지가 짙었던 SK네트웍스는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에 목말라있었다. SK네트웍스는 늘어나는 1-2인 가구 문화 속에서 각광받는 렌탈 사업에 주목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SK매직 인수 1년 전 매물로 나왔던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실패를 맛봤다. SK매직 인수전에서 집중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던 배경이기도 했다.
SK매직은 확고한 렌탈 사업자로 변모했다. SK그룹 피인수 이후 매년 렌탈 사업에서 누적 계정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SK매직 렌탈 사업의 누적 계정은 241만개다. 인수 직후였던 2017년 말에는 126만개를 기록했다. 5년 만에 누적 계정을 2배가량 늘린 셈이다.
렌탈 사업의 호조는 사회 변화와 궤를 함께 한다.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렌탈 사업은 가구 수가 늘어날 수록 수요도 늘어난다. 1~2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에 영향을 받아 재택 문화가 발달하면서 렌탈 사업도 날개를 달았다. '소유' 보다는 '경험'과 '실용적 소비'를 선호하는 세대로의 교체도 렌탈 사업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SK매직은 연결 기준 매년 5% 이상의 영업이익률 기록하는 중이다. 팬데믹 여파가 짙었던 2019~2020년에는 각각 영업이익률로 9.1%, 8%를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내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SK매직은 매출 5613억원, 영업이익 336억원을 기록 중이다. 영업이익률은 6%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10%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