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화승그룹 내 비상장사 화승네트웍스의 실적 성장 해법은 단순하다. 계열사와 거래에 의존하면서 매출을 불렸다. 원자재를 구매한 뒤 납품하는 '공급사슬관리(SCM)' 역할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자 향 매출 비중이 매년 70%를 웃돈다. 5년간 화승코퍼레이션, 화승R&A 등 계열사를 상대로 거래하면서 벌어들인 금액은 1조3000억원을 넘겼다.
◇화승코퍼레이션의 100% 자회사 화승네트웍스는 2006년에 출범한 종합무역상사로 그룹 계열사가 필요로 하는 원·부자재를 통합 구매해 납품하는 SCM 기능 수행에 주력해 왔다. 이후 2010년대 들어 △차량 부품 판매 △철강 제품 수입 △수입육 국내 유통 등으로 사업 외연을 넓혔다.
설립 이래 최대주주는 줄곧 화승소재였으나 지난해 화승코퍼레이션으로 바뀌었다. 2023년 7월에 화승코퍼레이션이 화승소재를 흡수 합병했기 때문이다. '현지호 총괄부회장(35.44%)→화승코퍼레이션(100%)→화승네트웍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화승네트웍스가 화승코퍼레이션의 완전 자회사로 자리매김한 건 생산에 투입할 원료를 다른 계열사로 공급하는 본업과 맞물렸다. 수직계열화와 신속한 경영 의사결정을 촉진하는 취지에서 사업형 지주사 격인 화승코퍼레이션이 지분 일체를 소유했다.
그동안 화승네트웍스는 에틸렌·프로필렌 합성고무(EPDM), 편조사(아라미드) 등을 수입해 화승코퍼레이션과 화승알앤에이에 넘겼다. 두 회사는 원재료를 가공해 자동차 부품, 산업용 고무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실적을 올렸다. 수직계열화 관계는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8년 이래 5년간 계열사향 매출 구성을 살피면 화승소재와 거래하면서 확보한 매출이 9327억원으로 단연 많았다. 화승코퍼레이션에 원자재를 납품해 얻은 매출도 811억원으로 집계됐다. 화승코퍼레이션의 인적분할을 계기로 2021년에 신설된 법인 화승R&A를 상대로 거둬들인 매출 역시 375억원으로 나타났다.
◇5년간 계열사 거래로 발생한 매출 1조3000억 그룹 내에서 원료 공급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화승네트웍스의 실적 가운데 계열사와 거래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2022년에 화승네트웍스가 특수관계자와 거래해 얻은 매출은 3139억원으로 그해 영업수익 4277억원의 73.4%를 차지했다.
2018년 이래 매출 대비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2021년 68.9%를 제외하면 해마다 70%를 웃돌았다. 계열사향 매출 합산액은 2018년 이래 5년 동안 1조365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 1조8454억원과 견줘보면 74% 규모다. 반면 그룹에서 화승네트웍스가 매입한 금액은 5년간 521억원에 그쳤다.
내부거래 속성을 감안하면 계열사를 상대로 이익을 많이 남기는 거래를 하기 어려웠다. 2020년부터 매출이 불어났지만 수익성 개선은 신통치 않았던 배경이다. 그간 영업이익률은 2019년 5.2%, 2020년 4.7%, 2021년 2.7%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순이익률은 △2019년 3.8% △2021년 -0.8% △2023년 3분기 누적 1.8%의 변동성을 드러냈다.
현금흐름을 제어하는 관건도 계열사와 맞물렸다. 2022년 화승네트웍스의 운전자본 증감 내역을 살피면 매출채권이 연초대비 200억원 증가했다. 화승소재(현 화승코퍼레이션)와 거래로 발생한 매출채권이 330억원으로 127억원(62.6%) 늘어난 영향이 반영됐다. 재고자산 감소분(44억원)과 매입채무 증가(115억원)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완화를 상쇄하지 못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이 30억원에 그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