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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생존 재무전략

LCC 7개사의 3년,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나

⑮인건비 포함 비용 절감 노력만으로는 한계...'모회사 자금력'이 생존 여부 결정

양도웅 기자  2023-07-10 15:25:18

편집자주

LCC(저비용항공사)들이 '드디어' 다시 비상하고 있다.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미래 전망 지표 중 하나인 선수금도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다시 비상에 성공하기 전까지 LCC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일본 불매운동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최대한 확보하는 지난한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THE CFO가 LCC들이 4년간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간의 재무전략을 리뷰한다.
짧게는 3년, 길게는 4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겪은 '고난의 행군' 기간이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행 항공기의 빈자리가 늘기 시작한 2019년을 시점으로 4년, 코로나19 팬데믹 발발로 국내 노선 일부만 운항하기 시작한 2020년을 시점으로 3년이다. 회사를 존폐 기로에 빠지게 만들기 충분한 기간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LCC가 무사 귀환했다. 2019년 12월 말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 등 총 7개 LCC가 항공기를 띄웠다. 이 가운데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뀐 곳도 존재하고 현재 운항을 멈춘 곳도 존재한다. 7개사 모두 인건비와 항공기 운영 비용을 줄이는 데 온힘을 쏟았으나 결과는 달랐다. 이러한 결정적 차이를 만든 건 '모회사 자금력'이다.

◇인건비 감축 총력...총 1900명 떠났다

LCC업계가 취한 공통 전략은 인력 감축이다. 항공 운송업은 '서비스업'으로 대부분의 일을 사람이 한다. 그만큼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또한 인건비는 유류비와 정비비, 공항 이용료 등과 달리 수익이 줄어든다고 함께 잘 줄어들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줄일 수만 있다면 비용 감축 효과가 큰 항목이 인력 감축이다.

2019년 말 LCC 7개사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총 1만1338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순환 근무와 무급 휴직 등의 제도가 시행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3년간 1941명이 떠났다. 2022년 말 LCC 7개사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총 9397명이었다.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이 기간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뀐 이스타항공으로 1100명이 떠났다.


◇'가장 큰 자산' 항공기, 총 30대 반납

인건비와 함께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항공기 임차료(리스료)와 감가상각비다. 항공기는 구매하기보다는 빌려서 사용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LCC들은 항공기를 빌려서 쓴다. 단 빌려서 쓰는 물건도 회사의 자산이기 때문에 감가상각을 한다. 항공기 하나를 빌려서 쓰는 데 이중으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건비처럼 항공기 관련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면 비용 감축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2019년 말 LCC 7개사가 빌려 쓰던 항공기는 총 157대였다. 하지만 LCC들은 임대인과 협상해 조기에 항공기를 반납하거나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항공기를 줄여나갔다. 2022년 말 LCC 7개사의 보유 항공기는 127대로 30대가 반납됐다.

인건비 감축과 항공기 반납. 이 두 가지는 LCC 7개사가 동일하게 취한 비용 절감 전략이다. 2021년 11월 중견 건설사 성정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이듬해 확장 전략을 편 이스타항공만 직원 수가 늘었으나 예외 사례다. LCC들은 비용 가운데 비중 1, 2위를 차지하는 '인건비'와 '항공기 리스료+감가상각비'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결국 기댈 곳은 모회사뿐...'모회사 자금력'에 달린 생존

LCC 7개사가 적극적으로 비용 절감을 시도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순손실을 막는 데는 모두 실패했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으로 이미 상당수 LCC가 순손실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자본잠식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자본 조달'에 들어갔다.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 대표적이다.

에어서울을 제외한 6개사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유증과 영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총 2조459억원에 달한다. 6개사 모두 3년간 적극적으로 자본을 조달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스타항공은 3년간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고 플라이강원은 현재 두 달 가까이 항공기 운항을 하지 않고 원매자를 찾고 있다.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모회사 자금력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양만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 능력으로 생존 여부가 결정됐다. 그렇지 못한 모회사는 결국 자회사(LCC)를 다른 이에게 넘기거나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가령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분을 교환 대상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제주항공 유증에 참여했다.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은 현금이 부족하자 지배력 약화를 감수하고 JKL파트너스를 새로운 주주로 받아들이며 티웨이항공을 지켰다. 이스타홀딩스와 주원석 대표는 달랐다. 한쪽은 이스타항공에 출자할 자금이 애초부터 없었고 주 대표는 본인 개인 회사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플라이강원을 시장에 내놓아야 했다.


◇생존 경쟁은 끝, 그리고 또다른 경쟁의 시작

플라이강원을 제외한 6개 LCC는 2023년 들어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를 입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사는 모두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저 순이익 전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곳도 적잖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양(+) 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급증한 여객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단발성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LCC들은 공히 그간 미뤄둔 항공기 도입을 속속 재개하고 있고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업계에서 지적했던 '출혈 경쟁'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LCC들은 사업 확장을 추진하면서도 새로운 노선 발굴과 화물 운송업 진출 등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점을 발판 삼아 비용 효율화 구조를 안착시키겠다는 곳도 있다. 한편으로는 그간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모회사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LCC업계의 주요 수익 노선 가운데 일본과 동남아 노선은 대부분 운항이 재개됐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며 "중국 노선이 열리는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모회사에서 적정선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항공기 도입과 인력 확충은 불가피하지만 마냥 몸집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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