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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애경케미칼'이 신규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10여 년간 연구개발(R&D)을 전개해 온 신제품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말까지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필요 자금은 은행을 통해 충당한다. 전량 금융기관 대출을 활용하는 것으로 대략적인 방향을 잡았다. 세부적으론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 대출을 활용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단기 차입 대비 이자율이 높은 편이지만 만기 구조를 길게 설정해 상환 전략 수립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애경케미칼은 연내 신규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는 아라미드 섬유 핵심 원료인 TPC(Terephthaloyl chloride) 생산을 위한 전담 공장이다. 현재 울산광역시에 보유하고 있는 부지에 해당 생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 말께 준공 및 시생산 작업을 완료하고 이듬해 초부터 아라미드 섬유 제조사를 대상으로 원료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경케미칼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은 장기적으로 신규 매출 확보 차원이다. 에틸렌 등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성장성이 둔화된 가운데 매출 다각화 방안으로 TPC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 원료의 경우 R&D에 자금이 다수 소요되는 스페셜티 제품인 만큼 내부적으론 관련 이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기존 기초화학부문의 경우 글로벌 공급 과잉 추세를 고려하면 마냥 물량을 늘릴 수는 없기 때문에 매출 신장 보단 수익성을 보존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고 스페셜티는 비교적 관련 영향이 적다 보니 시장 확대 등 매출을 키워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며 "전체적인 방향성은 제품군 가운데 스페셜티 비중을 계속해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라 설명했다.
당장 올해부터 자본적지출(CAPEX)을 집행하는 일정이다. 계약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를 대상으로 연내 약 25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전체 CAPEX 예산은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어림잡고 있다. 이는 2012년 애경케미칼이 AK홀딩스(구 애경유화)로부터 인적분할돼 설립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 설비 투자다.
투자금은 금융기관 차입을 활용할 계획이다. 전량 은행 대출로 대금을 충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차입 구조는 장기 대출로 구성, 단기 상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고려 중이다. 전량 10년 단위로 차입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기존 차입 기조를 유지하는 형태다. 애경케미칼은 지난해 말 기준 580억원 가량을 10년물 장기 차입으로 조달했다. 상환 만기는 2033년까지다.
현재 어느 정도 차입풀이 있는 점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애경케미칼은 올 상반기 말 연결 부채비율이 91%로 나타난다. 최근 몇 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비교적 높은 수치지만 통상 부채비율이 150% 미만인 기업을 재정 건전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차입 여유가 있는 편이다. 별도로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직접 금융을 통한 조달 방법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은행을 통한 장기 차입만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신사업 전개 속도나 성과 등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더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간접 금융 외 좀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금융비용 확대 부담은 따를 전망이다. 장기 차입금이 단기 차입금 대비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만큼 예년대비 영업외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래 석유화학 시장 위축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상환 부담도 가중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애경케미칼 이자보상배율은 3.8%로 전년대비 6.4%포인트 하락했다. 당해 영업 실적도 역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