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LCC 생존 재무전략

'모회사 관심 밖' 에어서울에 자본확충 전략은 없다

⑪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지원에 집중...에어서울 '완전 자본잠식' 3년 넘게 지속

양도웅 기자  2023-06-27 14:08:16

편집자주

LCC(저비용항공사)들이 '드디어' 다시 비상하고 있다.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미래 전망 지표 중 하나인 선수금도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다시 비상에 성공하기 전까지 LCC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일본 불매운동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최대한 확보하는 지난한 세월을 감내해야 했다. THE CFO가 LCC들이 4년간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간의 재무전략을 리뷰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댈 곳은 모회사밖에 없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자본잠식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AK홀딩스와 티웨이홀딩스,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등 모회사로부터 자본을 수혈받았다.

모회사들은 자본 수혈할 자금이 부족하면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자회사들에 공급했다. 이러한 모회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몇몇 LCC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저비용항공사(LCC)가 모회사로부터 자본을 수혈받은 건 아니다. 2020년 초 중국 전 노선 운항을 중단하면서 결손금 확대가 본격화한 에어서울은 2022년 말까지 지난 3년간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받은 자본은 없다. '0'원이다.


이에 따라 2019년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 노선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급감하자 이미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던 자본 구조는 더 악화했다. 2019년 -57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2020년 -838억원, 2021년 -1853억원, 2022년 -2217억원으로 가파르게 뒷걸음질쳤다. 4년간 자본잠식률 100% 이상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모회사발 자본 수혈이 없고 재무구조가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에어서울이 선택할 수 있는 자본 조달 전략은 사실상 없었다. 업황 회복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 유치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에어서울이 상장사였다면 한국거래소는 최소 두 차례 에어서울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했을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기업이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한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다.

이러한 점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두 LCC 자회사에 상반된 지원 전략을 펼친 원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년간 에어부산이 세 차례 진행한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해 총 1845억원의 자본을 수혈했다. 이뿐만 아니라 에어부산이 발행한 영구채도 인수하며 자본을 추가로 지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에어서울에 수혈한 자본은 '0원'이다. 자본 수혈은 하지 않았으나 총 600억원을 에어서울에 빌려줬다. 아시아나항공은 만기를 3개월씩 연장해주며 에어서울의 부족한 운영자금을 채워주고 있다. 600억원은 에어서울의 연간 인건비와 정비비, 공항사용료 등을 낼 수 있는 규모다.

두 LCC 자회사에 상반된 자본 지원 전략을 채택한 건 아시아나항공도 여유 자금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했을 무렵 아시아나항공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였고 매각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자본 지원은 에어서울보다는 상장사이자 사업 규모가 더 큰 에어부산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모회사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에어서울은 유형자산 감가상각비 내용연수를 변경하고 임원들이 급여를 반납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회계 처리 기준 변경과 임원 급여 반납 등은 흔치 않은 모습이다.


에어서울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2022년 하반기부터 '인천-다낭' 등 9개 국제선 노선의 운항을 재개하면서 빠르게 실적이 회복되고 현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에어서울은 1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결손금을 줄였다. 2분기에도 흑자가 예상된다. 하반기부터는 일본의 작은 도시까지 수익성 높은 노선을 늘릴 계획이다.

이러한 실적 호조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2023년 1분기 말 여전한 완전 자본잠식(자본총계 -2051억원)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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