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이 끝난 뒤 가장 먼저 햇볕이 든 산업은 항공여객 매출 비중이 높았던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다. 화물수송으로 역대급 실적을 썼던 대형 항공사(FSC)와 달리 여객 수송이 주를 이뤘던 LCC들은 펜데믹 기간을 '버틴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버티기도 규모에 따라 달라 상위권은 명맥을 이었고 하위권 항공사들은 고사 위기이거나 고사됐다.
에어서울은 그중에서도 독특하고 불운한 곳이다. 모기업이 국내 양대 FSC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지만 지원을 바라기 쉽지 않았다. 600억원을 빌려 단기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그쳤다. 에어서울은 상환 기일을 한참 넘긴 지금도 만기 일자를 계속 늘리는 중이다.
에어서울은 이달 공시를 통해 24일 계약 체결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차입한 300억원의 만기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만기를 3개월 미뤄 12월 24일까지로 늘렸다. 300억원을 더해 전체 차입총계는 600억원이다. 600억원은 2020년 6월과 2021년 3월 각각 300억원씩 빌린 자금을 합한 값이다.
이 금액은 에어서울을 유동성 위기에서 건져내기는 부족한 자금이다. 에어서울은 2019년 자본총계 -57억원을 기록했다. 운이 나쁘게도 이익이 줄던 타이밍에 펜데믹이 겹쳤다. 2020년 -838억원, 2021년 -1853억원, 2022년 -2217억원이 됐다. 300억원씩 두 번 대출을 받은 에어서울은 항공사 유지비용 만으로도 빌린 자금을 다 썼을 가능성이 높다.
에어서울은 2020년 300억원, 2021년 300억원을 빌린 뒤 현재까지 번갈아가며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중이다. 이번 연장까지 더하면 모두 11번째다. 원리금 상환 방법과 계약기간 아래 상호협의하에 조기상환이나 만기연장이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어 가능했다. 에어서울의 자본총계 현황을 보면 앞으로도 상환 기일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에어서울이 계속 원리금 상환을 미루는 이유는 뾰족한 수가 없어서다. 다른 자회사라면 가장 먼저 들여다봤을 모기업으로부터의 자금 수혈은 지금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고 미래에도 불확실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가뜩이나 메마른 곳간 문을 열 이유가 없다.
함께 어려움을 겪었던 에어부산도 도와줘야할 자회사다. 양자택일을 해야한다면 규모도 크고 회생 가능성도 높은 에어부산 쪽으로 기울 것이고 실제로도 그랬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이 발행한 영구채를 사들이고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모두 2945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모기업으로부터의 자본확충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는 결국 매출액 증대가 답이다. 하지만 에어서울이 여객 수요를 이전으로 되돌린다고 해도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다.
매출 덕으로 자본금이 플러스로 올라오려면 최소한 매출액이 항공사 유지비용과 영업비용, 결손금을 상충하는 것 이상으로 올라와야 한다. 문제는 에어서울의 매출 규모다. 펜데믹 전 매출액이 여객 수요 정상화 이후 매출액의 바로미터가 될 텐데 이전에도 LCC 중 발군이지는 않았다.
국내 9개 LCC 업체 중 상위권에 속하는 곳은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이다. 최근 기사회생 중인 이스타항공도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와 성정의 인수, VIG파트너스 인수 등 손바뀜 전에는 국제선, 국내선 등 알짜 항목에서 티웨이항공이나 에어부산을 누를 만큼 규모가 컸었다.
반면 꾸준히 하위권에 속해온 LCC도 존재하고 에어서울도 그중 하나다. 사실 출범 시기 자체가 다른 LCC 대비 늦었기 때문에 상위권사들과 바로 경쟁하기는 어려운 위치였다. 에어서울은 2015년에야 출항한 2세대다.
에어서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518억원, 영업이익은 341억원 수준이다. 제주항공의 매출액이 7921억원, 영업이익이 939억원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이 매출액 6449억원, 영업이익 1023억원을,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매출액 각 6116억원과 4114억원, 영업이익은 각 1027억원, 817억원을 나타냈다.
위로할 만한 점은 에어서울이 자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과 모기업 정상화의 물꼬인 FSC 합병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에어서울은 중국과 일본 주요 노선을 중심으로 항공가를 증편 운항하고 캐빈 승무원을 신규 모집하는 등 규모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대한항공의 승부수 속에 다시 속력을 높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