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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는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수익과 상표권 수익, 경영자문 수수료, 임대 수익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지주사의 역할인 경영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을 위해서 이러한 수익구조는 안정적으로 구축·관리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룹 지주사 별로 차지하는 수익원의 비중 등은 각기 다른 형태다. THE CFO가 주요 지주사의 수익구조와 그 기반이 되는 계열사들의 현황,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 등을 점검한다.
CJ㈜는 10년 전에도 계열사의 우군으로 등판했다. 외식업에 특화된 CJ푸드빌을 조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3년 무상감자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CJ푸드빌이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기여했다.
영화관 운영 사업자인 CJ CGV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자금을 지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에 유증 동참과 신종자본증권 매입을 병행해 30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수혈했다.
◇푸드빌 지원 당시 '오너'도 가세 그룹 지주사 CJ㈜는 2013년에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계열사를 지원하는 주체로 나섰다. 당시 CJ푸드빌은 최대주주 CJ㈜(지분율 96.29%)와 이재현 회장(2.57%)이 보유한 주식을 대상으로 '무상감자' 결정을 내렸다. 2.66주를 1주로 병합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외식업에 잔뼈가 굵은 CJ푸드빌은 2010년대 초반 제과점 브랜드 '뚜레쥬르'를 선보였다. 기대와 달리 사업이 부진하면서 현금 창출력이 저하되는 등 재무건전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1년 별도기준 282억원의 영업손실을 겪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35억원으로 전년대비 90% 이상 줄어든 대목이 방증했다.
감자 직후 CJ푸드빌이 발행한 전체 주식 수는 1444만주에서 554만주로 줄었다. 납입자본금 역시 722억원에서 277억원으로 감소했다. 2012년 말 자본총계가 400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44.6%였던 만큼 재무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무상감자에 이어 진행한 464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2013년 5월에 CJ㈜는 438억원을 납입해 CJ푸드빌이 발행한 보통주 876만5878주를 취득했다. 이 회장도 자신의 지분율 2.57%에 맞춰 11억원을 출자했다.
CJ㈜가 CJ푸드빌을 겨냥해 자금을 수혈한 배경에는 3000억원 넘는 유동성도 한몫 했다. 2008년 CJ투자증권 지분을 매각하면서 7500억원이 사내로 유입된 덕분이었다. 수년 동안 두둑한 실탄을 갖췄고 2012년 말 보유 현금성자산은 3105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말 CJ㈜의 가용 현금 410억원과 견줘보면 7배 넘게 많은 금액이었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CJ푸드빌의 자본총계는 2012년 말 400억원에서 2013년 말 60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잠식률은 44.6%에서 17%로 30%포인트(p) 가까이 낮아졌다. 결손금도 400억원에서 238억원으로 줄어드는 성과를 얻었다.
◇2020년 CGV 증자 국면 CJ㈜ '초과 청약' CJ㈜가 2010년대 초반 CJ푸드빌을 지원하는데 주력했다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CJ CGV를 조력하는데 집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영향으로 극장가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CJ CGV의 본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튀르키예 영화관 운영사를 인수한 이래 나빠진 재무 여건을 개선하자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2020년 한 해에만 CJ㈜가 CJ CGV를 대상으로 집행한 자금은 3000억원에 가까웠다. 유상증자 참여와 신종자본증권 매입 방식을 구사했다. CJ CGV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지원할 당시 CJ㈜의 곳간 사정은 열악했다. 2019년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이 552억원에 그친 대목이 방증했다.
외부에서 빚을 내 CJ CGV를 돕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2019년 말 1658억원이었던 CJ㈜의 총차입금은 2020년 말 38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상환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 잔액이 660억원에서 2800억원으로 1년새 4배 넘게 불어났다.
CJ CGV는 2020년 7월에 유상증자를 단행해 2209억원을 조달했다. 올해 증자 결정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채택했다. 유상증자 참여 당시 CJ㈜가 납입한 금액은 828억원으로 전체 자본 확충 규모의 37.5%를 책임졌다.
지분율에 입각해 지주사에 배정된 신주 물량은 435만1024주로 690억원어치만 납입해도 무방했지만 CJ㈜는 초과 청약하는 길을 택했다. 실권주를 줄이고 기관 투자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취지였다. 자본 확충을 계기로 CJ CGV에 대한 소유 주식은 825만7000주(39.02%)에서 1347만8218주(38.4%)로 약 522만주 늘었다.
CJ㈜는 여세를 몰아 2020년 12월에 CJ CGV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도 취득했다. 투입한 금액은 2000억원이었다. 2021년 하반기에는 완전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광고 부문을 인적분할해 CJ CGV로 넘겼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CJ CGV의 별도기준 자본총계는 2020년 말 2895억원에서 2021년 말 3970억원으로 1년새 37%가량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