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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CJ푸드빌에 '상장'은 없는 카드일까

IPO 경험 자금파트장 구인...'모회사' CJ㈜도 구주 매각으로 자금 조달 가능

양도웅 기자  2023-07-24 14:31:18

편집자주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외식 브랜드 '뚜레쥬르'와 '빕스', '제일제면소'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2000년 설립됐다. 23년이 흐른 지금 시장에서 CJ푸드빌의 상장을 전망하는 목소리는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과거에는 간혹 등장했다.

일례로 2008년 한 애널리스트는 2~3년 내 상장이 가능한 주요 지주사의 비상장 자회사를 나열하면서 CJ푸드빌을 포함했다. 당시 국내 외식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CJ푸드빌은 그 수혜를 입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해 CJ푸드빌은 투자금이 필요했다.

더불어 2007년 CJ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지주사이자 CJ푸드빌의 모회사인 CJ㈜가 구주 매각으로 사업 재편을 위한 실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CJ푸드빌과 모회사 모두에게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을 고려해 볼 만한 상황이었다.


◇CJ푸드빌은 자본잠식, CJ㈜는 현금 부족...모두 자금 조달 필요

자금 조달 필요성만 놓고 보면 현재 상황은 시장 일각에서 CJ푸드빌 상장을 예상했던 2008년경과 유사한 면이 있다.

최근 3년간(2020년 말~2022년 말) CJ푸드빌은 자본잠식 상태다. 모회사인 CJ㈜는 현금 부족으로 또 다른 자회사인 CJ CGV 1조 유증에 현금이 아닌 현물을 '더'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현금 600억원과 현물 45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올해 1분기 말 CJ㈜의 별도기준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유동공정가치금융자산)이 약 4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CJ CGV 출자 이후 현금 보유고는 바닥이 난다.

CJ푸드빌은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자본금을 지난해 말 기준 729억원에서 462억원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하기로 했다. 자본잠식 원인인 2118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는 8월 예정대로 감자가 이뤄지면 CJ푸드빌 자본잠식률은 58%에서 34%로 떨어진다. 단 3년간 이어진 자본잠식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한다.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본을 직접 확충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번에 CJ푸드빌이 선택한 무상감자는 회계상으로는 효과가 분명하지만 실제 자본이 회사에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자본총계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유증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이 실제 자본 유입과 함께 자본총계를 늘리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CJ푸드빌이 과거에 택했던 방식이다. 2015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5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조달했다. 2014년 말 CJ푸드빌은 지금보다 심한 자본잠식률 100%가 넘는 상태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택했고 2015년 말 자본잠식률을 87%로 떨어뜨렸다. 완전 자본잠식에서 부분 자본잠식으로 개선했다.


◇최소 유증 추진에 무게...CJ그룹 측 "결정된 것 없다"

유증도 택한 적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1년 전인 2013년에 모회사인 CJ㈜가 참여하는 주주배정 증자로 400억원이 넘는 자본을 조달했다. 전적으로 모회사에 기댄 유증이었기 때문에 자본 확충 규모 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CJ㈜가 CJ푸드빌에만 대규모 출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게 상장이다. 기관과 개인투자자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단숨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금도 확보할 수 있다. 현금이 부족한 CJ㈜에도 이롭다. 올해 1분기 말 CJ㈜는 CJ푸드빌 지분 97%를 들고 있다. 지분 일부를 매각해도 압도적 지배력 유지에 문제가 없다.

물론 상장 준비 절차와 유지 비용, 투자자 관리 등에서 비상장사일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무량이 늘어나는 점은 부담스럽다. 이 점이 부담스럽다면 CJ푸드빌은 비상장사를 유지하면서 신주와 구주를 모두 인수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이 방법도 상장과 마찬가지로 CJ푸드빌과 모회사인 CJ㈜ 자금 사정을 돕는다. 실제 CJ푸드빌은 펀딩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CJ푸드빌은 최근 자금 업무 경력 8년 이상의 자금파트장을 공개 채용했다. 자격 요건으로 △자금 조달 실무 경험 △자금 기획 업무 경험 △기업 분할과 인수합병(M&A) 등 구조화 업무 경험 △외자 유치와 기업공개(IPO), FX 업무 경험 등을 꼽았다. 회사가 새로운 자금파트장과 함께 상장과 신주 발행, 구주 매각 등 지배구조 변화를 동반한 자금 조달을 다양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자본잠식 기업은 무상감자를 한 뒤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며 "무상감자와 유증은 한묶음이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상대로 최근 무상감자를 진행한 CJ푸드빌이 유증을 한다면 CJ㈜가 유증에 참여할지, 아니면 다른 투자자가 (함께) 참여할지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CJ그룹 관계자는 CJ푸드빌 유증 계획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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