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브랜드 '뚜레쥬르'와 '빕스', '제일제면소'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2000년 설립됐다. 23년이 흐른 지금 시장에서 CJ푸드빌의 상장을 전망하는 목소리는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과거에는 간혹 등장했다.
일례로 2008년 한 애널리스트는 2~3년 내 상장이 가능한 주요 지주사의 비상장 자회사를 나열하면서 CJ푸드빌을 포함했다. 당시 국내 외식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CJ푸드빌은 그 수혜를 입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해 CJ푸드빌은 투자금이 필요했다.
더불어 2007년 CJ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지주사이자 CJ푸드빌의 모회사인 CJ㈜가 구주 매각으로 사업 재편을 위한 실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CJ푸드빌과 모회사 모두에게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을 고려해 볼 만한 상황이었다.
◇CJ푸드빌은 자본잠식, CJ㈜는 현금 부족...모두 자금 조달 필요 자금 조달 필요성만 놓고 보면 현재 상황은 시장 일각에서 CJ푸드빌 상장을 예상했던 2008년경과 유사한 면이 있다.
최근 3년간(2020년 말~2022년 말) CJ푸드빌은 자본잠식 상태다. 모회사인 CJ㈜는 현금 부족으로 또 다른 자회사인 CJ CGV 1조 유증에 현금이 아닌 현물을 '더'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현금 600억원과 현물 45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올해 1분기 말 CJ㈜의 별도기준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유동공정가치금융자산)이 약 4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CJ CGV 출자 이후 현금 보유고는 바닥이 난다.
CJ푸드빌은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자본금을 지난해 말 기준 729억원에서 462억원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하기로 했다. 자본잠식 원인인 2118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는 8월 예정대로 감자가 이뤄지면 CJ푸드빌 자본잠식률은 58%에서 34%로 떨어진다. 단 3년간 이어진 자본잠식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한다.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본을 직접 확충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번에 CJ푸드빌이 선택한 무상감자는 회계상으로는 효과가 분명하지만 실제 자본이 회사에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자본총계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유증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이 실제 자본 유입과 함께 자본총계를 늘리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CJ푸드빌이 과거에 택했던 방식이다. 2015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5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조달했다. 2014년 말 CJ푸드빌은 지금보다 심한 자본잠식률 100%가 넘는 상태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택했고 2015년 말 자본잠식률을 87%로 떨어뜨렸다. 완전 자본잠식에서 부분 자본잠식으로 개선했다.
◇최소 유증 추진에 무게...CJ그룹 측 "결정된 것 없다" 유증도 택한 적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1년 전인 2013년에 모회사인 CJ㈜가 참여하는 주주배정 증자로 400억원이 넘는 자본을 조달했다. 전적으로 모회사에 기댄 유증이었기 때문에 자본 확충 규모 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CJ㈜가 CJ푸드빌에만 대규모 출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게 상장이다. 기관과 개인투자자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단숨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금도 확보할 수 있다. 현금이 부족한 CJ㈜에도 이롭다. 올해 1분기 말 CJ㈜는 CJ푸드빌 지분 97%를 들고 있다. 지분 일부를 매각해도 압도적 지배력 유지에 문제가 없다.
물론 상장 준비 절차와 유지 비용, 투자자 관리 등에서 비상장사일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무량이 늘어나는 점은 부담스럽다. 이 점이 부담스럽다면 CJ푸드빌은 비상장사를 유지하면서 신주와 구주를 모두 인수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이 방법도 상장과 마찬가지로 CJ푸드빌과 모회사인 CJ㈜ 자금 사정을 돕는다. 실제 CJ푸드빌은 펀딩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CJ푸드빌은 최근 자금 업무 경력 8년 이상의 자금파트장을 공개 채용했다. 자격 요건으로 △자금 조달 실무 경험 △자금 기획 업무 경험 △기업 분할과 인수합병(M&A) 등 구조화 업무 경험 △외자 유치와 기업공개(IPO), FX 업무 경험 등을 꼽았다. 회사가 새로운 자금파트장과 함께 상장과 신주 발행, 구주 매각 등 지배구조 변화를 동반한 자금 조달을 다양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자본잠식 기업은 무상감자를 한 뒤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며 "무상감자와 유증은 한묶음이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상대로 최근 무상감자를 진행한 CJ푸드빌이 유증을 한다면 CJ㈜가 유증에 참여할지, 아니면 다른 투자자가 (함께) 참여할지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CJ그룹 관계자는 CJ푸드빌 유증 계획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