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수익구조를 보면 캐시카우 계열사로부터 최대한 수익을 창출해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각 계열사 매출액에 연동되는 상표권 사용계약에 비교적 높은 사용료율을 매겨 배당금수익보다 많은 상표권 사용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CJ㈜의 현금흐름은 계열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을 수행하는 데 충분한 편은 아니다. 부족한 현금창출력과 보유현금은 최근 결정된 CJ CGV 유상증자에서 CJ㈜가 지분율에 따른 할당분만큼 출자하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순수지주사 영업수익 2590억…캐시카우 CJ제일제당 배당의존 심화 CJ㈜는 CJ그룹의 모태다. 1953년 설립된 제일제당공업이 현재의 지주사로 정착된 형태다. 2002년 10월 제일제당에서 CJ㈜로 사명이 변경됐으며 2007년 9월 제조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CJ제일제당을 출범시키면서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CJ㈜는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지주사다. 이 때문에 현금흐름의 근간이 되는 영업수익은 자회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금수익, 계열사로부터 수취하는 상표권 사용수익, 투자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지주사의 현금흐름은 그룹을 아우르는 자본 재분배와 계열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 여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CJ CGV에 대한 재무적 지원을 요구받고 있는 CJ㈜의 최근 상황처럼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계열사를 둔 경우라면 지주사의 현금흐름은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CJ㈜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수익은 2590억원이다. 2020년 1652억원이나 2021년 2052억원보다 증가했다. 이중 자회사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수익이 1050억원이었다. 2020년 466억원이나 2021년 753억원보다 늘었다.
다만 배당금 수익원이 편중되는 현상은 오히려 심화됐다. 2021년의 경우 전체 배당금수익 중 CJ제일제당이 268억원을 책임져 35.6%의 기여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CJ제일제당이 537억원을 부담해 기여도가 51.1%로 상승했다. 지난해 CJ ENM이 185억원(17.6%), CJ올리브영이 154억원(14.7%), CJ올리브네트웍스가 99억원(9.4%)을 각각 부담했지만 CJ제일제당 기여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의 연결 기준 최근 3년(2020~2022년) 평균 당기순이익은 8272억원이며 지난해말 자본총계가 115조원에 이르러 CJ그룹 캐시카우로 입지가 견고하다. 지난해부터는 분기배당도 실시하고 있다. 분기배당을 실시하면 배당주기를 줄여줘 지주사로서는 현금흐름을 더 빈번하게 발생시킬 수 있다.
◇영업수익 극대화 핵심 '상표권 사용료'…사용료율 0.4% 상위권 CJ㈜ 영업수익에서 배당금수익보다 상표권 사용수익이 더 많은 점을 주목할 만하다. CJ㈜는 기업집단 명칭 'CJ(씨제이)'를 포함해 지난해말 기준 등록 상표권 3043건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1월부터 각 계열사와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해 사용료를 수취하고 있다.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수취한 상표권 사용수익은 1263억원으로 배당금수익(1050억원)을 웃돌았다. 이중 CJ제일제당(473억원)과 CJ대한통운(383억원)의 합산 기여도가 67.8%에 이르렀다. 그 다음이 CJ ENM(120억원)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CJ㈜가 영업수익 극대화를 위해 고안한 방안으로 보인다. CJ그룹의 캐시카우는 CJ제일제당 외에 CJ대한통운이 꼽힌다. CJ대한통운의 연결 기준 최근 3년 평균 당기순이익은 1659억원이며 지난해말 자본총계는 4조343억원이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CJ제일제당이 지분 40.16%를 보유해 CJ㈜의 손자회사이므로 CJ㈜가 CJ대한통운으로부터 직접 배당금을 수취할 수 없다. CJ제일제당을 거쳐 CJ㈜까지 배당금을 밀어올릴 수는 있지만 지분율만큼만 수취할 수 있는 배당금 특성상 이 과정에서 외부주주로의 유출이 심하다.
반면 상표권 사용수익은 지주사가 지분관계와 상관없이 개별 계열사와 사용계약을 체결해 직접 수취할 수 있다. CJ제일제당과 함께 CJ대한통운의 상표권 사용수익 기여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CJ㈜가 상표권에 비교적 높은 사용료율을 매기고 있는 점도 이같은 맥락이다. 사용료는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값에 사용료율을 곱해 도출한다. 사용료율을 높게 매길수록 매출액이 많은 캐시카우 계열사에서 확보할 수 있는 사용수익이 많아진다.
CJ그룹은 사용료율을 0.4%로 정하고 있다. 최상위 수준인 삼성그룹(0.5%)보다는 낮지만 SK그룹(0.2%), LG그룹(0.2%), 롯데그룹(0.2%), 현대차그룹(0.2% 또는 0.14%) 등 대부분 그룹보다 높다.
◇현금성자산 410억 재무적 지원여력 불충분…추가차입 여력도 제한 CJ㈜가 이렇게 마련한 영업수익은 자체비용 충당과 배당금 지급에는 충분하지만 자본 재분배와 재무적 지원을 수행하기에 여유있는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별도 기준 영업수익(2590억원)에서 창출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220억원이었다. 순수지주사이므로 운전자본 부담이 적어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1300억원이었다. 자본적지출(CAPEX) 부담도 거의 없다.
하지만 배당금지급은 일반적으로 지주사의 현금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CJ㈜는 지난해 77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른 잉여현금흐름(FCF)은 509억원이었다. 이 금액이 CJ㈜가 자본 재분배와 재무적 지원에 이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원이 된다. 여기에 영업자산과 투자자산을 처분하거나 증자 또는 차입을 실시해 재무적 가용현금을 추가로 늘릴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이 2020년 207억원, 2021년 41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는 그나마 많은 편이었다. 앞선 2017년 144억원, 2018년 92억원에 불과했으며 2019년 마이너스(-) 329억원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차입을 일으켜 현금흐름을 보강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CJ㈜의 올해 1분기말 총차입금은 단기차입금 400억원과 공모채 미상환잔액 2500억원이 전부다. 부채비율 15.2%로 재무건전성 자체는 우수하지만 부족한 현금창출력은 추가차입을 제한하는 한 가지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말 현금성자산 410억원으로 지주사 기능 수행에 여유있는 편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올해 1분기말 기준 CJ㈜가 계열사에 지급한 대여금이 한 건도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여금으로 지급하면 이자수익을 수취할 수도 있지만 대여금으로 지급할 현금여력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는 지난달 20일 결정한 CJ CGV 유상증자에서 현실화됐다. CJ그룹은 오는 9월 CJ CGV의 총액 5700억원 규모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CJ㈜의 지분율(48.50%)에 따른 할당분보다 적은 600억원만 출자하기로 예고했다.
올해 안으로는 CJ CGV의 총액 45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가로 실시해 CJ㈜가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현물출자할 예정이다. 현물출자이므로 CJ㈜가 현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