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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크레딧 터닝포인트

롯데케미칼 계열 지원 '양날의 검'

⑤위험 전이 가능성 내재, 유사시 그룹 차원 지원 의지 방증

김형락 기자  2023-06-26 17:01:18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계열 통합 신용도를 떠받치는 곳이다. 석유화학 업황만 받쳐주면 롯데쇼핑보다 월등한 이익 창출력을 보여준다. 롯데지주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 통합 신용도를 롯데케미칼이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계열 지원 능력과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PF·정비사업 연대보증·자금보충 약정)를 진화하는 데 힘을 보탰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필두로 한 화학 부문 계열사와 호텔롯데, 롯데물산, 우리홈쇼핑 등을 지원 주체로 내세웠다. 유사시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신용평사가들은 기업에 신용등급을 부여할 때 계열 지원 가능성을 감안해 신용도를 올리거나 내린다(노칭 업 또는 다운). 자체적인(Stand-alone) 신용도와 지원 주체의 신용도를 각각 평가한 뒤, 신용 위험 관점에서 연관성(결속력 또는 경제적 운명 공동체의 성격)과 절연성 등을 판단한다.

이번 달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질 때(AA+/부정적→AA/안정적)도 롯데지주를 비롯해 일부 계열사(롯데물산·롯데캐피탈·롯데렌탈·롯데오토리스 등) 신용등급도 같이 내려갔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각 사 신용등급에 반영됐던 유사시 계열 지원 가능성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은 계열 지원 능력과 의지를 별개로 본다. 대주주, 계열사 등을 통한 지원 능력이 있어도 위험 전이의 선제적 차단과 재산 보전을 위해 기업 회생 절차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지원 의지는 세부 요소를 따져서 판단한다. 고려 요소는 각각 △사업 통합 정도·전략적 중요도에 따른 지원 객체의 전략적 중요성 △평판 리스크 △지원에 따른 기대 효과 등이다. 과거 지원 주체로부터 지원을 제공받은 내역이 있는지, 그룹 위기 때 어느 계열사에 우선적으로 자금 지원이 이루어졌는지 등도 검토 요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배구조상 롯데건설의 상위 계열사다. 롯데건설 지분 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건설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두고 있다. 유사시 롯데건설로 자금을 지원할 주체로 거론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계열사들의 도움을 받아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해 10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 상승으로 인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롯데건설은 계열사로부터 차입, 출자 등을 토대로 만기 도래 유동화 증권 일부를 매입하며 차환에 대응했다.

롯데케미칼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10월 롯데건설에 단기(3개월)로 5000억원(이자율 6.39%)을 대여했다. 그해 11월 롯데건설이 진행한 1782억원 규모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은 876억원을 출자했다. 롯데건설 2대주주인 호텔롯데도 861억원을 납입했다.

롯데케미칼 종속회사인 롯데정밀화학(지분 43.5% 보유)도 자금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롯데건설에 3개월 만기로 3000억원(이자율 7.65%)을 대여했다. 롯데케미칼이 따로 지급보증을 서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받아 2500억원 규모 1년 만기 공모 회사채를 찍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제공한 금전 대여, 지급보증 등은 재무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금전 대여가 부실화하거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경우 롯데케미칼에서 현금 유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이 계열 지원 주체로 나서면 위험이 전이될 수 있는 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개별 기업 단위에서는 주주 이익과 배치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바라보면 관점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전략적 중요성이 큰 계열사에 롯데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가 강하다는 건 유사시에 롯데케미칼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롯데건설과 직접적 지분 관계가 없는 계열사들도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그해 11월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은 3개월 만기로 롯데건설에 1000억원을 대여했다. 우리홈쇼핑은 롯데쇼핑이 지분 53.49% 보유한 유통 부문 계열사다.

롯데물산도 롯데건설의 차입금(3751억원)에 자금보충 약정을 체결하고, 롯데건설의 자산유동화 단기사채(ABSTB) 매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도 총 1500억원을 대여해 줬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가 롯데물산 지분을 각각 60.1%, 32.83%씩 나눠 들고 있다.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 지분 20%를 보유한 2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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