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회사채 다수에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시적 웨이버(적용 유예)를 무난히 받아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 발행할 회사채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회사채 만기를 줄줄이 맞이하는 만큼 차환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발행 채권의 기한이익상실이라는 재무 이슈가 발생한 만큼 롯데케미칼은 원하는 수준의 금리와 수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편 채권시장에는 이미 롯데케미칼의 상황이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9월 롯데케미칼의 민평금리는 등급보다 3노치(notch) 낮은 A급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기한이익상실 사유, 웨이버 확보 무게
롯데케미칼은 21일 기발행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롯데케미칼은 사채관리계약 특약 상 3년 누적 EBITDA/이자비용이 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올 9월 말 수치가 4.3을 기록했다. 해당 특약이 적용된 회사채는 52회부터 60회 공모채로 발행잔액은 2조450억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웨이버(적용 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상황도 안정화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상황이 갑자기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이 별도 기준 1조8281억원, 연결 기준 3조6221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2025년 3월까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기평은 롯데케미칼이 소집하는 사채권자 집회와 별도로 채권자가 소집하는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1건이라도 기한이익상실 선언이 발생할 경우 나머지 채권의 ‘기한의 이익 즉시 상실 사유’로 번질 수 있다며 사채권자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금성자산 외의 추가 유동성 확보 계획과 진행상황, 구조조정 계획 등을 투자자와 긴밀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기평 측은 "EBITDA/이자비용이 5배를 지속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 특약 조건에 ‘3개년 누적 평균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유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한 중단기 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분기마다 반복 발생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내년 조달 상황 미지수
일각에서는 당장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내년 회사채 발행은 문제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초부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 2월28일 3100억원을 시작으로 3월3일 700억원, 7월28일 1000억원, 8월29일 2750억원, 9월5일 1700억원 등 내년 총 925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이한다. 롯데케미칼이 2월 만기채의 차환을 결정한다면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을 공개하고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행에 나서는 것이다. IB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원하는 금리와 수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채권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에 대한 평가가 이미 2개월 전 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케미칼의 채권내재등급은 신용등급(AA)보다 3notch(노치) 낮은 'A'까지 내려앉았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채권 내재등급(BIR)은 올 3월 중순까지 'AA-'에서 'A+'로, 9월 초 'A'로 하락했다. 그 이후에는 'A+'와 'A'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다. 21일 KIS자산평가 기준 롯데케미칼의 3년물 민평금리는 3.788%다. 이는 동일 트랜치 A+ 등급금리(3.724%)보다 낮고 A 등급금리(3.997%)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사채관리계약 특약사항 미준수의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이 알려진 20일을 기점으로 등급금리와 스프레드는 하루만에 3bp만큼 상승하기도 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들 좋지 못한 상황이라 내년 조달이 어떻게 될지가 미지수"라며 "시장이 좀 가라앉게 된 이후에 차환발행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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