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신용등급이 대거 조정되고 있다. 주력사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이 원인이다. 계열지원 가능성을 인정받아온 계열사들이 줄줄이 신용강등이 이뤄지고 있다.
그 중에서 유독 롯데렌탈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편입으로 얻은 계열지원 효과(자체신용등급에서 한 노치 상향)가 8년 만에 사라진 것인데 그 사이 펀더멘털에 큰 진보가 있었다. 실적과 재무안전성 등이 두 배 수준으로 개선됐다. 이에 신용등급 방어를 기대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는 평이다.
◇그룹통합신용도와 격차 줄어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20일 정기평가를 통해 롯데렌탈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낮췄다. 롯데렌탈 자체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조정이다. 나신평은 보고서에 “롯데렌탈 자체 신용도에 변동은 없었지만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변동(AA+→AA0)에 따라 그룹 계열통합 프로파일(Profile)이 롯데렌탈 자체신용도에 근접하게 변동돼 계열요인에 의하 1노치(notch) 상향이 제거됐다”고 설명했다.
신평사들은 발행사가 대그룹 일원일 경우 계열지원 효과를 측정해 반영한다. 그룹을 하나의 경제적 단일체로 보고 유사시 서로를 도울 가능성이 있는지 따진다. 우선 지원할 여력이 큰 주력사들의 신용도를 종합해 그룹통합신용도(계열통합프로파일)를 산출한다.
그리고 통합신용보다 낮은 계열사들은 지원대상으로 분류해 자체 신용도에서 최소 1노치에서 최대 3노치를 높여준다. 통합신용도와 지원대상 자체신용도에 격차가 클수록 지원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부모(주력사)가 부자이고 자식(일반 계열사)이 가난할수록 부모가 자식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그룹의 지원의지가 얼마나 큰지 여부를 따지는 정성적 평가도 가미한다.
나신평은 롯데그룹 통합신용도를 이달 20일 기준 롯데케미칼(AA0)과 롯데쇼핑(AA-), 롯데웰푸드(AA0), 롯데칠성음료(AA0), 호텔롯데(AA0) 등 5곳의 자체신용도 가중평균 등을 감안해 결정하고 있다. 다만 주력사 가운데 롯데케미칼 실적 비중이 가장 커 롯데케미칼에 의해 통합신용도가 좌우되는 구조다. 통합신용도를 공개하진 않지만 구조적으로 롯데케미칼(AA0) 보단 낮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는 있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롯데케미칼과 롯데렌탈 기존 신용등급(AA-)과의 격차는 직전 2노치에서 1노치 차이로 줄었다. 그룹통합신용도와 롯데렌탈 등급격차는 이보다 좁아졌다고 가정할 수 있다. 나신평이 롯데렌탈 계열지원효과를 제거한 근거다. 지원주체와 객체 경제력(신용등급)에 굉장한 차이가 없어졌으니 지원할 가능성이 줄었다고 본 것이다.
◇그룹 편입 후 8년만…실적·자산 두 배로 불어
롯데렌탈이 계열지원 효과를 얻은 것은 롯데그룹으로 인수된 직후인 2015년 6월이다. KT렌탈 시절엔 A+(안정적)이었는데 그룹지원 효과를 인정해 AA-(안정적)으로 3대 신평사가 모두 재평가했다. 8년 만에 자체 신용도로 복귀한 셈이다.
8년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A+지만 펀더멘털엔 큰 변화가 있었다. 연결기준으로 2015년엔 매출이 1조2877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2조7389억원으로 2.1배가 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43억원에서 3084억원으로 3.3배로 불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58억원에서 883억원으로 5.6배 급증했다.
그룹 편입 이후 한 번의 예외없이 매출이 우상향만 지속한 덕분이다. 긍정적 방향성은 현재진행형이다. 올 1분기 매출(7212억원)은 전년 동기에 비해 11.3% 늘었다. 1분기 영업이익(853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자동차렌탈업계에서 중시하는 자산규모도 마찬가지다.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2015년 3조946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엔 6조9272억원으로 2.2배가 됐다. 렌탈업계의 경쟁력은 차량을 얼마나 많이 보유(유형자산)하고 있느냐가 결정한다. 차량이 곧 실적이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은 올 1분기 말 기준 차량 25만6277대를 보유해 시장을 21.2% 점유하고 있다. 2위인 SK렌터카(14.4%)보다 7%포인트 가량 높다.
더불어 자산이 중요하다보니 자산건전성도 신용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롯데렌탈은 자산건전성에도 진보가 있었다. 대표적인 지표가 총자산이익률(ROA)와 자기자본비율이다. 총자산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자기자본비율은 총자산에서 자본총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ROA는 2015년 말 0.55%에서 지난해 말 1.35%로 0.8%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발생한 회계적 비용(쏘카 지분 평가손실)을 제하면 지난해 말 ROA는 2.2%로 높아진다. 자기자본비율은 2015년 12.2%에서 지난해 말 18.7%로 6.5%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9월 기업공개를 통해 신주모집분 4254억원을 자본으로 보충한 덕분이다.
재무안전성도 비슷한 개선을 이뤘다. 부채비율은 2015년 말 823.8%였지만 올 1분기말엔 423.4%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재무안전성도 업계 톱이다. 2위인 SK렌터카 올 1분기말 기준 부채비율(562%)과 비교하면 139%포인트 낮다.
롯데렌탈이 A+로 회귀를 아쉬워하는 이유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주요 자산건전성과 재무건전성 지표가 최우량 캐피탈사보다도 우위에 있고 또한 지속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신용등급 하락이 아쉽다”며 “향후 자체 경쟁력과 실적개선으로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렌탈은 업계 1위라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달성해야 할 기준선이 명확치 않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상향 요건에 명확한 지표를 설정해두지 않았다. 자체신용도로 AA-에 처음 도전하는 개척자 역할을 해야한다.
나신평의 경우 △롯데그룹 계열지원능력이 상향되는 경우 △또는 매우 우수한 수준 시장지위과 사업안정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우수한 자본적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ROA 등 수익성 지표가 추가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될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비슷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20일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AA+에서 AA0로 강등했지만 롯데렌탈 신용등급은 종전과 같은 A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계열지원 효과를 타 신평사와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 이유다. 작년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꿀 때도 롯데렌텔 아웃룩엔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한신평 관계자는 “계열지원 가능성을 반영하는데 있어 신평사마다 차이가 있다”며 “(그룹통합신용도와) 격차가 줄긴 했지만 이를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 롯데렌탈 신용등급에 변화를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롯데렌탈 아웃룩도 함께 조정(부정적)했다. 그리고 이달 21일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AA+에서 AA0로 낮췄다. 이에 롯데렌탈 신용등급도 낮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21일 기준으론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한기평 관계자는 “작년 말 아웃룩 조정했을 때의 기조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롯데렌탈 신용등급은 AA-와 A+로 나뉘는 스플릿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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