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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평생가치' 꺼내든 쏘카, 플랫폼기업 각인 노력

③기업설명회 '모빌리티 서비스 통합' 비전 천명, '장기이용자' 유인 포석

박동우 기자  2023-06-23 15:37:19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카셰어링(차량 공유) 기업 쏘카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고객평생가치(LTV)'라는 개념을 꺼내들었다.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평생 얻는 유·무형 가치의 합계를 뜻한다. 장기간 이용할 소비자를 유입하는 포석을 둬 꾸준한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과 맞물렸다.

기업설명회에서 쏘카 경영진은 LTV 키워드를 강조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합하는 비전을 천명했다. 차량 렌털 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각인하는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플랫폼 가입기간 얻는 '효용' 강조

쏘카는 올해 6월 기업설명회부터 재무 지표 외에 '고객평생가치(LTV)'라는 새로운 열쇳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LTV는 사용자가 모바일 플랫폼에 가입한 기간에 획득하는 유·무형 가치의 총합이다. 일회성 차량 대여에 안주하면 소비자가 자사 앱에서 금방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랫동안 플랫폼을 이용할 충성 고객 풀(pool)을 늘리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단일 플랫폼에 집적하는 데서 LTV 극대화의 해답을 찾았다. 쏘카는 이달 열린 기업설명회 자료집에 '플랫폼화를 통한 유저 LTV 확대'를 투자 요소로 제시했다. 다양한 이동수단과 연계하는 게 일차 구현 목표다. 고속철도(KTX), 항공편 등 장거리 이동수단부터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자전거·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쏘카 앱에서 수월하게 이용하도록 보조하는데 주안점을 맞췄다.


고객들의 이동 목적과 접점을 형성하는 건 2단계 목표다. 숙박, 액티비티(레저 활동)와 연계하는 계획을 세웠다. 쏘카 이용자 다수가 여행이나 관광을 염두에 두고 이동하는 특성을 감안했다. 이후에는 사용자 데이터와 운영 자산을 활용해 인접 산업으로 진출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자동차 보험, 차량 관제 시스템(FMS) 등이 거론됐다.

LTV를 보충 설명하는 지표로 '사용자 1인당 거래액'도 등장했다. 고객 한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쏘카에 지불하는 금액이다. △쏘카플랜(월간 차량 렌털 서비스) △주차 플랫폼 △마이크로 모빌리티 △숙박·액티비티 △금융 등의 사업 확장 영역을 차례대로 나열했다. 이러한 신규 서비스를 모두 반영하면 소비자 1인당 누적 거래액은 단기 차량 대여만 이용하는 사례와 견줘 3.1배 많다는 게 쏘카 경영진의 설명이었다.


◇낮은 '차량가동률' 돌파구, 서비스 확장 결론

5월에 개최한 IR에도 이동 관련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구현하는 비전을 천명했다. 하지만 LTV라는 개념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달 설명회에서 개별 이용자가 체감하는 효용의 총합을 강조한 건 신규 사용자 유입이 성장 비전 실현의 전제조건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신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중요성이 부각되는 배경은 차량 가동률 우상향이 여의치 않은 대목과 맞닿아 있다. 매입한 자동차를 이용자들에게 빌려줘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구조를 감안하면 차량 운행이 활발할수록 자산 운영 효율성이 개선된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초단기 카셰어링 기준 가동률은 35%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와 견줘보면 3%포인트(p) 낮아졌다.


차량 운영 대수 역시 2023년 1분기 1만5910대를 기록했는데 작년 같은 기간 1만7090대와 견줘보면 1년새 6.9% 줄었다. 초단기 공유 차량 가동률 하락에 따른 실적 축소를 막기 위한 방안은 서비스 확장이었다. 쏘카가 출·퇴근 시간대를 타깃으로 정기 이용하는 상품 '퇴출근패스'를 선보인 이유였다.

노력에 힘입어 쏘카는 올해 1분기 차량 1대당 월간 매출을 166만4000원 올렸다. 2022년 1~3월 129만5000원과 비교해 28.5% 늘어난 금액이었다. 여기서 교훈을 얻은 쏘카 경영진은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도약이 성장 한계를 타개할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객평생가치' 개념이 IR 전면에 부상한 건 필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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