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의 연구·개발(R&D) 흐름에 변화가 감지됐다. 올해 재무제표상 표기된 R&D 비용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쏘카는 일부 기술 개발을 마쳤기 때문에 기업부설연구소 인원이 줄어 발생한 변화란 입장이다. 인건비 외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R&D 총액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R&D 조직 자체를 슬림화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올해 2분기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팀·유닛을 5개에서 1개로 줄이고 일부 기술개발 부서를 쪼개 다른 부서로 흡수시켰다. 동시에 '일레클', '모두의주차장'과 통합성을 강화 차원에서 이를 전담하는 부서를 새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큰 폭으로 줄어든 R&D 예산 "조직·공간 재구성" 28일 쏘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지출한 R&D 비용은 총 11억9000만원이다. 전년 동기(57억4300만원) 대비 79.3% 감소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올 상반기 R&D 인건비는 10억41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쓰인 인건비(30억6500만원) 대비 66% 줄었다. 특히 공통경비는 1억4900만원으로 26억7800만원이었던 전년 상반기 대비 99% 넘게 줄었다. 공통경비는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사용료, 건물 임대료 등이 포함된 R&D 인프라 관련 비용이다.
올 2분기 R&D 예산으로는 3억7000만원을 썼다. 지난해 2분기(29억9300만원) 대비 87.6% 감소했다. 올 2분기 매출 대비 R&D 비율은 0.4%로 전년 동기(2.9%) 대비 2.5%p 감소했다.
다만 쏘카는 R&D에 쓰인 총액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쏘카 관계자는 "그동안 R&D 인력을 기업부설연구소 소속으로 운영해왔으나 올해 들어 일부 기술의 개발 완료로 인한 해당 인력의 현업 부서 이관 등으로 기업부설연구소 인력이 축소됐다"며 "그런 영향으로 R&D 관련 인건비와 공통경비가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합 강조 방향으로 조직 재편 이런 가운데 쏘카는 올해 2분기 R&D 조직 자체에 변화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12개 그룹 39개 팀·유닛이었던 R&D 조직을 11개 그룹 35개 팀·유닛으로 덩치를 줄였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팀·유닛은 정보보안팀, 정보기술팀, 테크브랜딩팀 등을 포함해 5개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EM유닛 단 하나만 남았다. EM유닛은 개발자의 성장을 돕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대신 정보보안팀, 정보기술팀은 박재욱 쏘카 대표 직속 그룹으로 묶였다. 쏘카 이용자가 800만명 이상인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힘을 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쏘카 관계자는 "대표 직속 그룹의 운영을 통해 보안 관련 문제를 좀 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대표와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더불어 이슈에 대한 빠른 대처가 가능하며, 다른 조직에 소속될 때보다 더 직접적이고 안정적인 물적·인적 리소스 확보와 배치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비즈니스 본부 직속 그룹과 산하에 있던 AI팀이 올 2분기부터 모습을 감췄다. 데이터비즈니스 본부 그룹 산하에는 AI팀과 더불어 커넥티드디바이스팀이 있었다. 커넥티드디바이스팀은 데이터 인사이트그룹으로 편입됐다.
새로 생긴 팀도 있다. '버티컬QA(품질 검증)'팀이 대표적이다. 버티컬QA팀의 핵심은 통합과 융화다. 쏘카 외에 나인투원, 모두의컴퍼니 조직의 근무 방식과 서비스 검증을 통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쏘카가 '슈퍼 모빌리티 앱'을 지향하는 만큼 일레클, 모두의주차장 사이의 유기적인 서비스 연결은 꼭 필요하다.
기술 개발을 맡았던 일부 조직들을 다른 부서와 합쳐 조직 슬림화를 하면서도 서비스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조직을 신설해 R&D의 '무게추'를 플랫폼간 연계 강화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쏘카 측은 "(효율성 차원에서) 조직 구조와 물리 공간을 재구성한 것"이라며 "쏘카의 기술 투자에 대한 방향성과 의지에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